2009년 8월 30일 일요일

"교과서에 '김정일 장군' 선전물이..."

<조선>에 제보합니다1] 북한포스터는 새발의 피
 
윤근혁
 
▲ <조선일보> 1일치 A9면 머릿기사.
ⓒ 조선PDF
역시 <조선일보>다. 궁지에 몰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확인사살'을 위해 때를 맞춰 기사 폭탄을 또 빼든 <조선일보>에게 경의(?)를 표한다.

<조선>은 지난 1일 '전교조 이번엔 北 선전 포스터 파문'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어 "전교조 서울지부가 올해 초 '선군정치'를 옹호하는 북한의 정치 포스터 등을 초·중·고 각급학교 환경미화용으로 권장하고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전교조 부산지부가 북한 역사책 내용을 세미나 자료로 활용해 말썽이 일자 '시의성 있게' 후속 기사를 쓴 것으로 보인다.

<조선>이 문제 삼은 북한 포스터는 전교조 서울지부 통일위원회가 지난 3월 12일 공개 게시판에 올린 25장의 사진 가운데 하나다. 이 포스터의 모습을 <조선>은 다음과 같이 자세히 묘사해놨다.

"소총을 든 남녀 군인 3명이 결의를 다지는 모습 아래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 만세'라고 적혀 있었다. 전교조는 포스터 아래에 '이북의 정치포스터'라고 소개하며 '선군정치는 군인을 앞세우는 정치라는 뜻'이라고 적었다."

'선군정치' 포스터 보고 놀랐을 <조선일보>

<조선>은 또 "25장의 사진 중 북한인권 참상을 드러내는 사진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머지 사진들은 대부분 북한 학생들의 교육모습이나 백두산 천지 등이 나와 있는 것이었다.

전교조 서울지부 통일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이 25장의 사진 가운데 8번째에 있는 '선군정치 포스터'를 발견한 <조선>은 놀랐을 것이다. 마음 한켠엔 한 건을 찾아낸 보람과 기쁨도 있었을 터.

그런데 의문이 있다. 험상 굳은 표정으로 총을 들고 있는 서 있는 북한 군인이 나온 포스터를 보고 '선군정치를 동경하는 학생들'이 과연 생겨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의 선군정치는 군대를 앞세우는 정치를 뜻한다. 그런 의미를 안다면, 이 포스터를 전교조가 학생들 앞에 공개해 북한을 옹호하려고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당키나 한 소리일까.

▲ 많은 교과서에 북한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실려 있다.
ⓒ 윤근혁
▲ 서울시교육청 교사용 지도서에 지도서 54쪽.
ⓒ 윤근혁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조선>에게 진짜 '북한 고무찬양'의 정수를 보여주는 더 놀라운 사진들이 있다는 사실을 고자질하기로 한 것이다.

'안보상업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조선>에게 더 큰 보람을 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더구나 이들 사진 자료가 다른 데도 아니고, 교사용 지도서와 교과서에 실린 것이니 진짜 기가 막힌 일이 아닌가.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과학연구원이 만든 교사용 지도서 <평화로 통일로>란 책 54쪽엔 붉은 색 천으로 휩싸인 사람들이 등장한 집단체조 사진이 실려 있다.

이 사진의 절반을 가로질러 씌어 있는 글귀는 바로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이 사진의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식 표현대로 말하면 '서울시교육청이 수령님을 옹호하는 내용의 사진을 교사용 지도서에 실어 수업활용을 권장하고 나선 것'이 되는 셈이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도배한 '김정일 찬양'?

또 이 책 25쪽에는 붉은 깃발이 화면을 가득 물들인 북한 찬양 인터넷 홈페이지 첫 화면도 보여주고 있다. '인민대학습당 리용안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주체사상에 대한 자료가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 않는가?

아이들이 보는 교과서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서울시교육감이 검·인정해 준 통일 교과서가 좋은 사례다. 전교조 사이트에 올라온 북한 포스터 한 장에 놀랄 정도라면 이 교과서 내용을 본다면 더욱 흥분할 것이다.

더구나 이 책은 서울지역에서 적지 않은 초등학교의 교과서로 활용되는 것이니 정말 깜짝 놀랄만한 일이 아닌가.

▲ 서울시교육감이 승인한 검인정 교과서 <통일>의 65쪽.
ⓒ 윤근혁
▲ 검인정 교과서 <통일>의 77쪽.
ⓒ 윤근혁

이 교과서 77쪽을 펼쳐보면 붉은 색 김정일꽃 사진이 나온 교과서 절반 크기의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 속을 보면 김정일 사진이 보이고 그 위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

이 뿐만이 아니다. '김정일 동지'의 활약상이 나온 <로동신문> 1면을 그대로 보여주는가 하면(63쪽), 김일성·김정일이 직접 쓴 도서들 표지 10여 개(66쪽)도 그대로 나와 있다.

106쪽에 나와 있는 주체사상탑은 어떤가.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고 적힌 북의 철강공장의 사진(107쪽)도 있다. 물론 이 책자엔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천리마 포스터(65쪽)도 있었다.

영웅을 찾아 달리는 천리마 전설이 글로 나와 있는 것은 양념일 뿐이다. 북의 미술작품인 '수령님 앞에서는 최전선입니다'란 그림(99쪽)은 그야 말로 선전선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어쩌랴. 이 교과서를 연구하고 집필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통일연구원이나 한국교육개발원, 북한연구소 등 진보적인 색채와는 다소 거리가 있으니.

교육부가 직접 만든 초등학생용 교과서를 봐도 <조선>이 그렇게 바라마지 아니한 '북한의 인권참상'이 나와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으니 애달픈 일이다.

대신 통일문제를 다룬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 3학년 2학기와 사회 교과서 6학년 2학기 책을 보면 북한 학생들의 수업모습이나 꽃단장한 공연 모습만 보이니 어찌 분노할 일이 아니겠는가.

특히 전교조 사이트에 오른 포스터는 서울시교육감이 승인한 검인정 교과서에 실린 사진들과 견준다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가 아닌가.

그래서 <조선>에 요청한다. 어서 교육청과 교육부 취재에 나서라. 그리고 전교조를 찌른 그 펜대로 '마녀 사냥'에 나서라.

<오마이뉴스> 2006년 8월 3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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