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0일 일요일

'꿀맛닷컴 대약진?' 속살 들춰보니...

서울교육청, 학생 가입 우수교에 점수와 포상금 지급
 
윤근혁
 
'꿀맛닷컴, 약진 거듭!'
'SSEM 회원 5만명 돌파!'


지난 달 20일과 24일 서울시 교육청이 잇따라 낸 보도자료 제목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박아무개 교사는 이 보도자료를 뒤늦게 보고 기가 막혔다. 아무리 자기PR 시대라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사실상 교육청이 사이트 가입을 유도해 놓고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며 과대포장하는 모습이 씁쓸해서다.

교사들 "사실상 교육청이 사이트 가입 유도했으면서..."

▲ 서울시교육청이 초등생 논술 등 사이버가정학습을 위해 만든 꿀맛닷컴(www.kkulmat.com) 사이트의 첫 화면.
ⓒ 꿀맛닷컴 사이트
'꿀맛닷컴'(www.kkulmat.com)은 학생 대상 사이버가정학습 사이트이고 'SSEM'(www.ssem.or.kr)은 교사 대상 교육지원 사이트이다. 두 사이트 모두 서울시 교육청에서 만든 것들이다.

교육청은 보도자료에서 "꿀맛닷컴이 경이적인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개통 1년 6개월만인 10월 현재 회원수가 65만명을 돌파했다"고 홍보했다.

이어 이런 결과를 놓고 "우수한 콘텐츠로 경쟁력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꿀맛닷컴 사이트 운용 성과 등이 인정되어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9일 교육부가 주관한 제2회 지방교육혁신경진대회에서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종합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선 교사들은 사실상 교육청이 꿀맛닷컴과 SSEM의 참여율을 학교평가의 잣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지적한다.

박아무개 교사(서울 ㄷ초)는 "학교평가라는 무기로 교사들을 동원해 학생들을 억지로 가입시키도록 해놓고 회원이 늘었다며 자랑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김아무개 교사(서울 o중)와 최아무개 교사(서울 ㅅ초), 박아무개 교사(서울 ㄱ초) 등 대부분의 학교 정보담당 교사들도 "교육기관답지 않은 이중행동"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초·중·고 학교평가에서 학생과 교사의 꿀맛닷컴과 SSEM 사이트 참여율을 평가 주요 고려사항으로 집어넣었다.

▲ 서울시교육청이 올 5월 각 학교에 보낸 학교평가 편람 자료엔 꿀맛닷컴과 서울교육포털시스템(SSEM)에 대한 참여율이 점수화된다고 적혀 있다. 사진은 파일로 된 자료를 재편집한 것으로 중간문구는 생략했다.
ⓒ 서울시교육청 자료
교육청은 지난 5월에 각 학교에 내려보낸 평가편람이란 자료에서 'SSEM 가입 교사의 비율, 꿀맛닷컴의 교사 및 학생의 활용 여부(꿀맛사이버논술교실 참여율) 등을 교수·학습활동과 학력신장 항목의 평가에 반영한다'고 명시했다. 이 사이트 관련 평가점수도 1000점 만점(5개 영역, 25개 항목)에 '교수·학습활동' 40점, '학력신장' 20점 등 60점이나 됐다.

교사들은 이런 사이트 가입비율이야말로 학교간 비교 수치가 되니 교장은 학생들 가입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교사들에 따르면, 일부 학교는 사이트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가정통신문을 보내거나 수업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을 반강제로 가입시키도록 했다고 한다.

더구나 서울지역 551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학교평가는 일선 학교들로선 무시 못할 장치이다.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을 자습시키고 평가를 준비하는 등의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평가는 상·중·하로 학교를 나누고 상위 학교는 500만원이란 포상금과 함께 우수교사를 표창하고 내년도 종합평가를 면제시켜준다. 반면, 하위학교는 내년도에도 평가를 받도록 해놨다.

이 결과 지난 4월 가입자수가 30만명이던 꿀맛닷컴은 5월 학교평가가 본격화되면서 상승세를 타더니 10월에는 가입자가 65만명으로 늘어났다. 두 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정봉주 의원(열린우리당)이 "25억원이란 혈세를 낭비했다"면서 꿀맛닷컴 무용론을 내세운 지 1년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서울시교육청 "학교평가, 회원 늘이기에 활용한 적 없다" 부인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의도한 일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서 가입에 무리수를 두었는지는 몰라도 학교평가를 회원 늘이기에 전략적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은 전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 관계자도 "자발적으로 가입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의도한 일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 교사(서울 ㄷ초)는 "서울시 교육청이 꿀맛닷컴이 경이적인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고 자신의 치적인 양 내세울 때마다 속이 상한다"며 "입소문과 자발성으로 가입한 회원이 진짜 회원이지 엉뚱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가입시켜놓고 왜 자꾸 자랑만 하려고 드는지 속뜻을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오마이뉴스> 2006년 11월 24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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