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필 교수들 "기억 안난다"... 교육부 뒤늦게 수정 방침 | |||||||||||||||||||||||||
19세기 말, 에스파냐는 연간 공휴일이 280일이나 되었고, 한 달 이상을 거리에 나와 춤추며 끝없이 즐기는 사육제로 보냈다. 젊은이들도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거리를 누비며 흥청거렸다." 29일 현재 전국의 중학교 2학년생 70만명이 공부하고 있는 국정 도덕교과서 121쪽에 실린 내용이다. 제4단원 '생활 속의 경제윤리'에 나온 이 내용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폄훼가 심각할 뿐만 아니라 일부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스페인(에스파냐) 역사 전공 교수들과 도덕 교사들의 주장이다. ① 스페인 연간 공휴일이 280일? 우선 이들이 지적하는 내용은 '연간 공휴일이 280일이나 되고 한 달 이상 사육제를 했다'는 대목이다. 스페인 역사를 전공한 몇 안 되는 학자 가운데 한 명인 김원중 스페인중남미사연구회 회장(<스페인제국사> 편역자)은 "스페인이 한 해에 공휴일을 280일이나 잡아놓았다는 내용은 얼토당토 않은 소리"라면서 "축제도 짧으면 3일, 길어봐야 일주일 정도였다"고 반박했다. 주한스페인 대사관 측도 마찬가지.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② 방종과 나태 때문에 후진국으로 전락? '20세기 초 방종과 나태 때문에 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내용도 왜곡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스페인 역사를 전공한 황보영조 경북대 교수(사학과)는 "국민의 나태 때문이 아니라 무능한 왕정과 전쟁 실패 때문에 쇠락한 것"이라면서 "말도 안 되는 이런 내용이 어떻게 교과서에 들어가 있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교과서 집필자들은 어떤 근거로 이런 내용을 쓴 것일까. 그런데 집필자들은 자신들이 쓴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001년에 해당 단원을 쓴 박아무개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는 "내가 그 내용을 넣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 내용을 살펴보니 정말로 말이 안 되는 내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다른 공동 저자인 박아무개 교수(경성대)도 "내가 쓰지는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기자가 취재에 들어간 지난 22일에야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직권수정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의 내용은 이미 지난 2004년 한 일간지에 '기고' 형태로 실리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그 이후 사태파악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28일 "스페인 역사 전공 학자와 교과서 필진 등이 참여하는 도덕교과서 수정보완을 위한 협의회를 오는 30일 열어 진위 여부를 가릴 것"이라면서 "교과서 내용이 잘못된 것이 드러나면 올해부터라도 전국 학교에 교과서 보완 지도자료를 보내 수정해 가르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 신화중 도덕교사로서 일간지에 글을 써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은 "누가 특정 대학, 특정 교수를 중심으로 뭉친 집필자들에게 한 나라를 이토록 왜곡할 권리를 주었느냐"면서 "학생들이 달달 외우는 교과서에서 이처럼 엉터리 내용이 버젓이 실리는 교과서 제작 시스템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 2007년 3월 29일치에 쓴 글입니다.
| |||||||||||||||||||||||||
2009년 8월 31일 월요일
도덕교과서 '스페인' 역사 왜곡 버젓이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