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0일 일요일

소년신문 ‘전쟁’ 뒷담화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2] 교육관료의 자책골
 
윤근혁
 
 

정부와 <소년조선일보><소년한국일보><어린이동아> 등 소년신문 3사 사이에 드잡이가 한창이다. 지금 ‘신문전쟁’이 터진 사실을 아시는가.


모든 전쟁에서는 용감무쌍하게 나서는 병사도 있는 반면, 복지부동한 채 눈치만 살피는 장수도 생겨나는 법. 소년신문 전쟁 형국도 꼭 이와 같더라.

▲소년조선일보 2006년 6월 8일자 1면.     ©윤근혁

6월 5일 <국정브리핑>이라는 정부 사이트엔 교육부 연구사가 쓴 글이 떴다. 제목은 ‘NIE 명목 어린이신문 강제 구독 안 될 말’이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5월 23일 어린이신문 구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어린이신문은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구독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신문 구독을 유도하는 오해를 살 수 있는 가정통신문 발송과 학생에 의한 교내 신문 배부, 학교에서 신문대금 수납 대행, 신문 구독 대가로 학교발전기금 접수 등을 금지했다.”


이 연구사는 글에서 “일부에서는 교육부가 신문활용교육(NIE)을 금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교육부 공문에 대해 입을 맞춰 반발하는 소년신문 3사와 초등 교장단(한국초등교장협의회) 간부들을 겨냥한 글이었다.


국정브리핑에서 이 글을 본 나는 솔직히 화가 났다. 교육부 정책을 추진하면서 말단 직원이라 할 수 있는 연구사가 이처럼 총대를 멘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소년신문의 모체인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의 초현대식 미사일이 준동하는 전장에 일개 병사를 몰아넣은 그 장수들의 심보가 참 고약하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은 쏙 빠진 채 말이다.


실제로 교육부 한 관계자도 “보통 연구사나 사무관이 쓴 글을 주무부서 과장과 실장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일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우리 부 안에서도 뒷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소년신문 관련 교육부 주무부서 관리는 바로 학교정책실장과 초중등교육정책과장. 그러면 이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오히려 소년신문 3사 기자들을 만나 ‘공문 내용을 뒤집는 발언’을 쏟아냈다.


소년신문 3사는 6월 7일자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황 아무개 학교정책실장의 인터뷰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황 실장은 이 기사 속에서 “종전처럼 어린이신문을 구독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소년신문 기사를 보고 전화를 걸었더니 황 실장은 “잘못 보도한 것이고 해명자료를 내겠다”고 했다가 “내가 그런 말도 한 것 같다. 내가 아닌 과장이 그런 말 한 게 틀림없다”는 식으로 횡설수설했다. 마음이 줏대 없이 흔들리니 말 또한 곧게 나올 리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정이 이러니 <어린이동아>가 지난 19일치 기사에서 “학교정책 책임자인 황 실장의 정책 방향보다 다른 실무자가 내는 목소리가 어떻게 힘이 더 셀 수 있을까?”고 의문을 내놓은 것은 당연한 일. 전쟁터에 나선 교육부 장수들의 복지부동이 판을 깰 정도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일면 이들 관리들의 태도도 이해되는 점은 있다. 오죽했으면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이 2002년 4월 9일, 다음처럼 털어놨을까.


“어린이신문을 학교 안에서 배달하지 못하게 하는 일은 감사원도 힘들고 정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비판 기사가) 난데없이 신문에 나오면 걷잡을 수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거대 언론 앞에서 한 없이 약해지는 관리들이 있는 한 교육혁신은 공염불일 뿐이다.


아무튼 황 실장은 소년신문과 한 이 같은 인터뷰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 이상한 처신이 교육부 지침 자체를 우습게 만들었다는 교육부 인사들의 볼멘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전임 교육부 국장을 맡다가 자리를 옮긴 서울의 한 교육장은 황 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똑바로 처신하라’는 취지로 충고까지 했다는 소식이다. 교육관료를 장악하지 못한 참여정부가 하는 일이 대개 그렇듯 ‘자중지란’에 빠진 셈이다.

월간<우리교육> 2006년 7월호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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