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1일 월요일

“쉬는 시간에도 쥐죽은 듯 해요”

ㅅ초 1학년 학생의 힘든 하루
 
윤근혁
 
ㅅ초등학교 1학년 ㅅ학생은 오늘도 눈을 비비며 교문을 들어선다. 목에 건 아파트 열쇠도 덩달아 운동장에 들어섰다.

학교 건물 중앙현관으로는 절대 가면 안 된다. 그곳은 선생님만 다니는 문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50m는 더 걸어야 하는 왼쪽 현관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는다.

소곤소곤 사뿐사뿐 걷기, 머리 위에 손 올리기 등 초등학교때부터 순종을 강요한다. 경기교육청에서 실시한 기본이 바로 선 학생생활 교육 중./안옥수 기자


실내화를 신자마자 열중 쉬어. 복도에서는 항상 이런 자세로 걸어가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다니지 않으면 야단맞을 줄 알아”하고 말씀하셨을 뿐이다.

오전 8시 46분. 교실 앞 복도에 들어섰다. 마음이 무겁다. 오늘도 또 지각이다. 교실 앞문으로 가면 절대 안 된다. 이 문 또한 ‘선생님 차지’이기 때문이다.

뒷문을 살포시 열고 교실에 발을 넣었다. 쥐죽은 듯 조용히 한자를 쓰는 친구들이 보인다.
“앞으로 나와! 또 지각이야 이 녀석….” 선생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했다. 지각을 하면 교실 앞에서 해야 하는 일이 했다. 손으로 양쪽 귀를 잡고 앉았다 일어섰다 30번! 목소리도 크게 내야 한다.

“지각하지 않겠습니다. 지각하지 않겠습니다….”‘킥킥’대는 친구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린다. 부끄러워 눈을 감았더니 눈이 뜨겁다.

어느 새 1교시가 시작됐다. 의자에 앉아 책을 폈다. “머리 위에 손!” 이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제일 먼저 차렷 자세를 한 뒤 “2반!”이라는 구령을 힘차게 붙이면서 손을 머리 위에 올렸다. 38명 다른 친구들도 다 그렇게 했다. 적막이다. 영락없는 포로 모습이다.

1교시 끝나기 5분 전에 선생님께서 나가며 하시는 말. “반장 나와서 떠드는 아이 이름 적어라.”
재수 없게도 이번 달은 ㅅ학생이 반장이다. 떨리는 손으로 칠판에 떠든 친구 이름을 깨알처럼 적는다. 반장을 쏘아보는 친구들의 눈빛엔 칼날이 숨어 있다.

ㅅ학생 교실의 특색은 쉬는 시간에도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 화장실만 갔다 온 뒤 선생님이 나눠주신 학습지를 풀어야 한다. 손이 뻐근하다.

4교시 일기장 검사하는 시간이다. ‘아차 어제 쓴 일기장을 거실 식탁 위에 놓고 왔구나.’ 일기를 쓰지 않으면 두꺼운 자로 손바닥을 맞아야 한다. 고사리 손엔 빨간 색 줄 3개가 그어졌다.
밥을 먹고 가방을 챙긴다. 알림장 내용이 가방 무게보다도 더 마음을 짓누른다.

‘독서기록장 매일 쓰기, 시 매일 외우기, 일기 매일 쓰기, 받아쓰기 틀린 것 10번씩 쓰기, 주5일제 휴업일 기록장 쓰기….’ 어깨 힘이 풀린다. “오늘도 놀긴 글렀구나.”

* 위 학생은 가상 인물입니다.

교육희망 2007년 4월 8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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