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고전 개막 첫날엔 양쪽 선수들이 치고 받기도 | ||||||||||||||||
400m쯤은 되어 보이는 2차로를 따라 세로 1m, 가로 10m 크기의 현수막이 줄줄이 내걸린 것이다. 플래카드에 적혀 있는 명의는 '연세대학교 응원단'. '2006 연고전'을 맞아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연세! 그 이름만으로도 최고의 브랜드입니다" "연세! 그대 가는 길이 역사다" 대로에 내건 자부심, 그 뒤엔...
90년대 초중반, 8월 범민족대회와 민족공동행사 장소로 뜨거운 통일 열기를 내뿜던 신촌. 이 당시 "잡은 손 굳게 잡고 통일합시다"란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연세로에 내걸려다 경찰 진압봉에 두들겨 맞던 연세대 학생들의 얼굴도 머리에 스쳤다.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현수막에 식당과 상점 이름까지 적는 등 이른바 '협찬'을 받은 솜씨 또한 세태의 반영이리라. 문제는 그 변화의 방향. 이날 다음과 같은 플래카드도 보란 듯이 걸렸다. "미녀는 연세를 좋아해!" "고대생과는 미팅사절" 그래도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겠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글귀들은 눈에 거슬렸다. 상대 학교에 대한 비하 감정을 그대로 토해낸 글귀들이 현수막 속에 난무했기 때문이다.
"고대가 뭐니, 고대 너 뭐니?" "고대! 너넨 왜 신촌에서 놀아~?" "고대, 지구에 온 목적이 뭐니?" "고대~~ 응원 고따구로 할꺼야~?" "애완동물 및 고대생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낙서장에나 어울리는 글귀를 왜 뿌려놓았나? 물론 상대 학교를 존중해주는 마음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지금의 교육시스템 자체가 약육강식 경쟁시대에 발맞춘 것이 아닌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술자리에서 할 말과 낙서장에 써야 할 글을 대로변에 뿌려놓으면 어쩌란 말인가. 초등생들이 볼까 두려운 이런 해괴한 글귀들을 자랑스레 플래카드로 펼쳐놓는 그 행동을 탓하는 이 학교의 지성들은 정말로 없었던 것일까. 이날 저녁 연세대 응원단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고 신분을 밝히면서 전화를 걸었다. 응원단 관계자는 "플래카드는 연고전을 알리기 위해 지난 17일에 걸었다"며 "이제 연고전이 끝났으니 곧 떼어낼 것"이라고 대꾸했다. "그래도 글귀가 상대학교를 너무 폄하하는 등 문제가 있지는 않냐"는 물음에 그는 "지금 바빠서 전화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며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책임 있는 이가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예상대로 나에게 전화가 걸려오지는 않았다.
연고전 개막 첫날인 지난 22일, 농구를 하던 양쪽 선수들이 서로 치고받는 난투극을 벌였다는 보도다. 이쯤 되면 대학교 아마추어리즘치곤 무척 개운치 않은 뒷맛이다. <오마이뉴스> 2006년 9월 26일치에 쓴 것입니다. | ||||||||||||||||
| 2006/09/28 [00:06]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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