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1일 월요일

일기검사를 자알 받아야 할텐데

2009년 8월 31일 오전 11시 3분 맑음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쓰고 싶은 날 쓰고 싶은 때 쓰고 싶은 분량대로 쓴다. 다만 하루 정도는 공책 2/3이상 자세히 쓴다.

 

이것이 경기 목동초등학교 5학년 1반 담임인 내가 학생들한테 설명한 우리 반 일기쓰기 방식이다. 2학기에 들어서는 학생들한테 다음과 같은 약속을 덜컥 해버렸다.

 

"너희들만 일기 쓰라고 하면 공정하지 않지? 그래서 선생님도 너희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기를 쓸 것을 약속한다. 선생님이 너희들 일기장 검사하듯 선생님 일기도 너희들에게 검사를 받겠다."

 

이 말을 들은 우리 반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뻐했다. 자기 나름의 검사 방식도 말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아래에다 사인해야지." "검사하고 고칠 점도 적어놔야지."

 

지금 시간은 2009년 8월 31일 오전 11시 4분 다른 교사가 가르치는 교과전담 시간. 지금 내가 이 쉴틈에 이 일기 형태의 글을 처음 쓰는 까닭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어제 라디오에서 들은 1000일 기도를 했다는 명진스님의 인터뷰 내용이 떠오른다. '1000일 동안 기도를 하면서 여러 번 포기하려고 했지만 신도들한테 약속한 것이라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서울 봉은사 명진스님 그 분, 참 겸손하다는 생각을 했다. 도인은 도인답지 않은 게 도인이다는 생각이 들더라. 무슨 얘기냐면 수양을 많이 한 사람은 아주 겸손하고 소박한 말과 모습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일기쓰기 약속이야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반성은 아무리 늦게 해도 빠른 것이란 마음으로 반성하는 일기를 쓰려고 한다. 2학기 겨울방학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100여 일쯤. 그 때까지 나는 과연 몇 번이나 우리 반 아이들한테 일기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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