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0일 일요일

정보유출, 교육부는 알고 있었다

민원접수 몇차례 받고도 나 몰라라
 
윤근혁
 
주의·경고 등 징계 대상자만 3000명. 학생 145만 명 정보유출 사태가 연말 전국 초등학교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전국 1000여 개 초등학교가 학생 명부를 사설 온라인 학습업체에 빼준 분량만 자그마치 145만명 분이다. 그것도 2002년부터 5년여에 걸쳐 벌어진 일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도록 교육인적자원부(아래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정말 몰랐을까. <오마이뉴스> 보도 후 뒤늦게 학교 정보부장과 교장, 교감 징계 작업에 나선 교육당국을 보는 교육계 안팎의 눈초리는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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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말 취재에 들어갈 때부터 지금까지 교육당국의 태도는 한결 같았다. "전혀 몰랐다"고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해당 업체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 (교육부 초중등교육정책과)
"실무자가 자주 바뀌니까 민원 내용을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다." (교육부 지식정보정책과)
"학교 사이트 운영에 대해 교육청에 보고할 사항이 아니라 전혀 몰랐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하지만 취재 결과,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번 사태와 관련 최소한 2004년부터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부터 업체와 학교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정(가명)씨는 2004년 12월 9일 교육부 전자민원창구에 'E업체가 무엇하는 곳인가'란 제목으로 민원을 넣었다. 그는 "학교장 명의로 아이들 인적사항이 미리 기재된 (사설업체 가입) 가정통신문이 왔다"면서 "엄정히 법과 규정을 적용해 응분의 처분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민원에 대해서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조사하여 적절하게 조치하였다"고 답변했다.

▲ 올해 2월 교육부 전자민원함에 올라온 E업체 관련 민원 글.
ⓒ 윤근혁
교육부는 올해 초에도 비슷한 민원내용을 접수했다. 박강철(가명)씨가 지난 2월 25일 '인터넷 사이트 E업체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제목으로 민원을 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 글에서 "자녀가 1학년 입학을 하면서 한 달에 3600원씩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통장을 찍어보고 알았다"면서 "E사이트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가입을 했는지 파악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지식정보정책과는 답변에서 "해당 학교에 연락하여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짧게 답했다. E사이트 가입 학생 규모 등에 대한 박씨의 실태 파악 부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식정보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23일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답변한 것은 맞지만 실무자가 바뀐 터라 E업체 민원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알 수도 없고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도 비슷한 민원이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1일치 소리함에 올라온 '초등생 부모인데 E사이트는 의무 가입인가요?'란 제목의 글이 바로 그것. 이 민원에 답변한 곳은 바로 초등교육정책과였다.

이 교육청 초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22일 전화통화에서 "누가 답변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발뺌했다.

좋은교사운동 "교육부가 먼저 사과하라"

▲ 지난 11월 경기도교육청은 E업체가 만들어 준 학교 홈페이지에 대해 모범 표창까지 했다. 사진은 은상을 받은 감○초등학교 홈페이지.
ⓒ 윤근혁
특히 경기도 교육청은 올해 11월 E업체가 만든 학교홈페이지를 운영한 학교를 뽑아 '홈페이지 운영 모범 표창'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교육청은 올해 '제7회 학교홈페이지 경연대회'에서 E업체가 만들어 준 감○초와 지○초 사이트를 각각 은상과 동상으로 뽑았다. 이들 학교 사이트는 클릭 한 번으로 E업체에서 운영하는 사설학습 사이트에 곧바로 연결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는 학교 사이트를 어디에서 만들었는지를 판단하지는 않았다"면서 "학생과 교사들의 참여율을 위주로 선정하다가 보니 해당 학교가 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12월 1일 <오마이뉴스> 보도 직후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제일 먼저 '사설 온라인학교에 일괄 가입된 학생에 대해 가입탈퇴 조치 및 저장된 정보를 삭제하라'고 각 학교에 지시한 바 있다.

홍인기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자신들은 전혀 몰랐던 것처럼 딱 잡아떼면서 힘없는 일선 학교 정보부장들에게 징계를 내리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교육부와 교육청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직무유기에 대해 먼저 학생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교사운동 "시도교육청 감사해야"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대표 송인수)은 교육부의 정보유출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 문제를 단순히 학교 측의 잘못으로만 보는 것은 올바른 해결방식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좋은교사운동은 26일 오후 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그동안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발행한 교육정보화 백서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문제가 된 학습사이트 업체를 소개해 왔으며, 교육부 사이트에도 민원이 제기되어 왔다"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가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좋은교사운동은 또 "전국 수많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태에 대해 교육부가 사과를 해야 하며 직무를 소홀히 한 시도교육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라"라면서 "수많은 초등학교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은 교육청의 묵인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단체는 ▲학교홈페이지 지원체제 구축 예산 확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례백서 배포 등을 요구했다. /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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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06년 12월 26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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