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0일 일요일

학부모에 편지쓰는 교사 늘어...왜?

촌지 사절 적으니 신뢰로 화답
 
윤근혁
 
▲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올라온 '선생님들의 연애편지'.
ⓒ 윤근혁

89년 교단에 선 최은경 교사(경기 곡란초)가 18년 동안 줄곧 해 온 일이 있다. 학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다. 1학년을 맡은 올해도 입학식 전인 2월 말 학부모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었다.

"저는 솔직하게 써요. 제 남편과 딸에 대해서도 소개해요. 교사는 가정환경조사서를 통해 학부모 정보를 압수하듯 알고 있지만 학부모는 교사의 정보에 대해 모르잖아요."

편지 쓸 때 빼놓지 않는 내용은 바로 촌지와 불법찬조금 문제. 내용은 이렇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학부모님과 얘기해야 하는데 촌지와 선물이 걸림돌이 됩니다."

학부모에게 편지쓰기 너도나도

최 교사처럼 편지 쓰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다. 초등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담임교사들도 마찬가지다. 황진우 교사(서울 서정초)는 "이전엔 참교육에 관심이 큰 몇몇 교사들만 편지를 썼지만 이제는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초등교사들이 만든 인디스쿨(www.indischool.com) 사이트에는 편지 견본들이 곳곳에 떠 있다. '꽁깎지샘'이란 아이디를 쓰는 초등교사는 이 사이트에 "학부모에게 쓴 편지는 아이들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나가는 부적"이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전교조(위원장 정진화)도 올해 편지쓰기 운동과 학부모 만남 캠페인을 벌이기로 지난 2월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했다. 학부모에게 신뢰를 얻고 참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판단에서다.

전교조는 우리나라 최대 학부모단체인 참교육학부모회(회장 윤숙자)와 함께 오는 15일 오전 공동기자회견을 연다. 편지쓰기 활동과 함께 불법찬조금폐지, 부교재값 인하 운동에 대해서도 공동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다. 교사단체와 학부모단체가 학교 개혁을 위해 손을 잡은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또 다른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대표 송인수)도 편지쓰기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6일 보도자료에서 "학부모는 지금 내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촌지를 받는 교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면서 편지쓰기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최 교사는 올해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편지를 쓸 예정이라고 한다.

"자기 학급 일을 편지로 솔직하게 쓰면 어려울 것도 없어요. 일단 편지를 쓰면 학부모와 믿음 속에서 만날 수 있어요. 학부모와 터놓고 만나려거든 편지쓰기부터 시작하세요."

오마이뉴스 2007년 3월 14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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