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9일 수요일

교육광장 속 언론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_18
 
윤근혁
 
 
이번이 ‘교육기사돋보기’ 18번째다. ‘18’, 어감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써온 것이 <우리아이들> 18권의 귀퉁이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번 ‘교육기사돋보기’는 <우리아이들> 12월호에 실린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출발을 다짐해야 할 것 같은 왠지 모를 부담감이 생기기도 한다.

“모든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언론운동”

그래서 이번 호 ‘교육기사돋보기’ 주제로 잡은 것은 ‘우리나라 교육광장에서 차지하는 교육언론의 비중과 할 일’이다. 다소 딱딱한 주제지만 ‘독자들의 시간 낭비’를 유발하지 않도록 그 동안 ‘교육언론비평’을 하면서 든 생각을 풀어놓을 참이다.

요즘엔 마음의 여유가 없어 업그레이드를 잘 못하고 있지만 내 개인 사이트 이름은 ‘윤근혁의 교육돋보기’(edu.mygoodnews.com)다. 이 사이트 분류 가운데 하나인 ‘쓸 수 있는 예쁘고 좋은 말’에는 언론에 대한 다음과 같은 말이 모여 있다.

다소 지루할지 몰라도 개인으로는 15년 이상 모아온 내용이니까 한번 읽어봤으면 한다.

18. 모든 자유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언론자유이며 모든 운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운동도 언론운동이다. (정동익 전 민언협 의장)

35. 일부언론과 타락한 언론인들이, 지난날 영구집권을 꿈꾸는 독재자들을 “단군 이래의 성군”으로 추켜올리고, 광주 대학살의 원흉들을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따위로 아첨하던 피 묻은 펜대를 씻지도 않은 채 지금 바로 그 펜대를 가지고 대통령의 정책을 오도하고 전쟁을 부채질하는 데 여념이 없다. 경계할 일이다. (이영희)

37. 우리는 헌법을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언론의 자유는 자본주의와는 무관한 국민의 자유이지 언론기업의 이윤추구 자유가 아니다. 우리는 언론자유를 회복해야 한다. (강준만)

55. <미국 언론탄압의 역사> 한때 금지되었던 책의 목록은 플라톤의 ‘공화국’에서 ‘안네 프랑크의 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1950년대에는 매카시즘의 광기 아래 중고등학교 교재 가운데 ‘로빈 후드 이야기’가 공산주의를 고무, 찬양하는 작품으로 탄압의 표적이 됐던 적도 있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도 한때는 “국방부 문서나 공개해, 미국의 적들을 도와주고 있으므로 발간금지 처분을 하자”는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윤성주, 한겨레21)

85. 언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언론이 깨지거나 비뚤어져 있으면 사회도 깨지거나 비뚤어져 비치게 된다. 여기까지는 겉모습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깨지고 비뚤어진 언론이 지속될수록 사회도 그 언론을 도리어 쏙 빼닮아간다는 것일 게다. (오한길)

114. 저널리즘의 사명은 열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빛을 밝히는 것이다.

위 내용 가운데 정동익 전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의장이 10여 년전 송년회에서 한 “모든 자유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언론자유이며 모든 운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운동도 언론운동이다”이라는 말이 지금도 새롭다.

이 말을 조금 고쳐보면 “모든 교육혁신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언론혁신이며, 그 혁신운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운동도 교육언론운동이다”가 된다.

물론 위 말은 ‘언론결정론’적 사고에 바탕한 것으로 주체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힘을 무시한 흔적이 있다.

교육광장 속 전교조와 한국교총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광장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 무거워 탈이 아닌가.

“언론이 교육정책을 좌우해왔어요.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면 그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고 정책이 나온 게 얼마나 많습니까?”

며칠 전 만난 <한겨레신문> 교육기자가 한 말이다. 교육기자로 잔뼈가 굵은 이 기자는 지금은 기자 일을 잠시 쉬면서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최근 쓰고 있는 논문 주제가 바로 ‘우리나라 교육광장에서 차지하는 언론의 비중’이다. 이번 ‘교육기사돋보기’ 주제와 일치한다.

대한민국이란 이름의 ‘한마당’ 속에 ‘교육광장’이란 명칭의 멍석이 깔려 있다고 치자. 이 광장에 서 있는 세력은 누구일까?

학부모, 학생, 교사, 교육시민단체, 전교조, 한국교총, 교장단체 그리고 신문세력=조중동(조선․중앙․동아), 한경(한겨레․경향). 또 있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사실 교육 주체론에 따르면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당국이 교육 4주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각각 하나의 기둥과 같아서 어느 하나가 없다면 온전한 건물을 이룰 수 없다는 줄거리다.

그런데 교육광장엔 이들 4주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시민단체도 있고, 교육 문제를 다루는 신문들도 있다.

그럼 이 교육광장에서 가장 힘이 센 세력은 누구일까?

엊그제 <우리아이들>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박근병 교사한테 같은 물음을 던졌다. 돌아온 답은 “뭐니 뭐니 해도 전교조가 제일 힘이 쎄~”라는 것이었다.

교육운동에 대한 정당성과 치열함, 그리고 단결성이 돋보이는 단체이기에 전교조의 힘을 우위에 놓지 않았을까 한다. 전교조 활동가인 박 교사다운 답이다. 학교민주화, 참교육실천활동을 통한 학교혁신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전교조의 자랑일 것이다.

‘제일 힘이 센 세력으로 전교조’를 꼽은 이는 박 교사 뿐만이 아니다.

최근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검찰에 고발한 반국가교육 척결 국민연합이란 단체도 이런 세력 가운데 하나다.

지난 10월 9일 출범한 이들의 선언문은 다음과 같았다.

“절대평등의 이름으로 자유경쟁을 거부하는 전교조는 공교육을 망가뜨리고, 사교육을 비대하게 만든 원흉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공적인 전교조부터 제거해야 한다.”

이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은 이계성 씨(올바른교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발언에서 “전교조의 참교육은 노동자 농민혁명을 일으키자는 좌파 혁명교육”이라면서 “전교조 합법화 10년 만에 1년에 60만 명씩, 모두 600만 명이 교육받아 사회가 완전히 좌경화되었다. 젊은 애들이 김일성 추종자들이 되어 친북반미를 외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 결정론과 조중동 결정론

이런 류의 전교조 결정론은 조중동의 사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전교조는 50%가 넘는 학교에서 이런 반(反) 대한민국적 교과서를 토대로 청소년에게 우리 역사는 부끄러운 역사, 정의가 패배한 역사라고 가르쳐 왔다. 우리 청소년들은 금성출판사 교과서와 같은 왜곡 교과서가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제 나라 역사를 바르고 정확하게 배울 기회가 열리게 된다.”(조선일보 사설 11월 5일)

“행정안전부가 중고교생 1016명을 설문조사했더니 우리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나라로 미국을 첫 번째(28.4%)로 꼽은 것도 충격적이다. 한국을 지켜준 미국을 안보위협국으로 보고 있는 데 대해 어른들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전교조와 좌파 언론, 민주노동당은 재향군인회가 학생들에게 6·25를 정확히 가르치기 위해 제작해 배포한 ‘6·25전쟁 바로 알리기’ 만화책을 ‘냉전시대의 만화’로 폄훼하고, 맥아더 장군과 미군에 대한 ‘우상화’라고 트집 잡고 있다.”(동아일보 사설 6월 24일치)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학생들의 반미의식으로부터 금성출판사의 교과서까지 전교조 탓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사교육 범람도 전교조 탓으로 돌리는 주장은 혀를 내두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전교조가 교육광장의 주인이며 모든 교육정책을 결정한다’는 전교조 결정론의 절정인 셈이다.

하지만 세간의 평은 이와 다르다. 교육광장에서 교장과 이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한국교총의 힘도 막강하다는 분석도 많다.

아무튼 나와 논문을 준비하는 한겨레 기자는 조중동이 교육광장에서 ‘제일 힘이 세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 조중동 3인방의 논조는 부지불식간에 교육관료는 물론 교장들, 심지어 진보적인 교육시민단체 임원의 머릿속에까지 파고들었다는 데 뜻이 같았다.

진보적인 교육시민단체들도 언론보도 여부에 치우친 성명서식 대응을 주요 운동방식으로 택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이런 형태로는 큰 효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언론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학력저하론’과 같은 유치찬란함에도 속다니…

조중동이 근 10년 동안 부추겨온 엉터리 교육신화의 대표 격인 ‘학력저하론’을 놓고 이들의 힘을 가늠해보자.

위 가설은 고교평준화를 해체하기 위한 보수신문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프레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적 구호였다는 얘기다. 물론 두 가설은 평준화와 인연이 없을뿐더러 둘 다 거짓 신화로 판명이 났다.

이들이 내세운 학력저하의 근거는 박약했다. ‘서울대 신입생 대상 시험을 봤더니 낙제생이 많았다’ 든가, ‘미적분을 풀 지 못하는 학생이 늘었다’ 든다, ‘자기 부모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든가 하는 유치찬란한 것들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중고생들은 PISA(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등 국제비교 연구에서 뛰어난 성적을 나타냈다. 초중등교육은 물론 대학까지 평준화한 핀란드가 종합 1등이었고, 고교까지 평준화한 우리나라는 2등이었다.

평준화 지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비평준화지역 학생들의 그것에 비해 월등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의 학습력 향상도가 오히려 도시 인문계 학생들의 그것보다 떨어진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력저하론은 지금 서울교육을 휩쓸고 있다. 이 학력저하론에 발맞춰 나온 것이 바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학력신장론이다.

학부모들은 학력신장을 위해 코흘리개 초등생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결국 서울 강남지역부터 아동정신과 의사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실 말도 안 되는 학력저하론은 이제 약발을 다했다. 조중동도 겸연쩍었는지 이제는 잠잠한 편이다.

이들의 학력 저하 왜곡보도의 속셈은 다음과 것이 아니었을까?

“원숭이 엉덩이는 빠알개. 수능은 엉망, 엉망은 이해찬 1세대, 이해찬 1세대는 학력 저하, 학력 저하는 평준화 때문, 평준화는 좌파, 좌파면 현 정권. 현 정권이 펜대에 흔들립니다. 하늘 높이 정권 흔들기, 흔들리게 합니다.”

신문 속 사실은 ‘편집된 사실’일뿐

말이 길어졌지만 이처럼 조중동의 엉터리 기사는 교육광장에서 사실로 둔갑되고 있다. 대국민 의제화와 눈속임 능력이 뛰어난 탓이다. 신문시장에서 보수:혁신의 구도는 7:3이라고 하지만 교육광장에서는 9:1에 가깝다. 교육광장을 휘잡는 저들의 목소리만 울려 퍼질 뿐, 진보의 목소리는 너무 작다는 얘기다.

하지만 촛불 시위를 거치면서 조중동의 대국민 의제화 능력은 추락하고 있다. 뻔한 거짓말에 속아온 국민들이 조중동 사옥에 쓰레기를 내던진 뒤, 이들의 기사를 믿어주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정부 의제화 능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이들 세상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한나라당 조 아무개 의원과 <동아일보> 김 아무개 기자가 벌인 ‘환상의 패스’ 결과물이 최근 ‘서울시교육감 선거 관련 검찰 수사’다.-자세한 내용은 다음기회에 쓰려고 한다.-

교육광장에서 가장 힘이 센 세력은 누구일까? 전교조일까, 한국교총과 교장단일까? 아니면 조중동일까?

조중동의 파워를 줄이기 위한 무척 쉬운 방법이 있다. 이들은 깨어있는 독자 앞에서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신문에 실린 모든 사실은 ‘신문사가 편집한 것일 뿐’이라는 마음을 갖는 순간 이들의 ‘바벨탑’은 힘없이 무너질 것이다.

월간<우리아이들> 2008년 12월호.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