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경봉. 처음 들어보는 봉우리 이름이다. 이 봉우리가 있는 곳은 바로 그 유명한 대관령. 9월 13일 오후 12시쯤 이 봉우리를 올랐다.
출발한 곳은 대관령 휴게소. 한 5백미터쯤 가니 약수터(샘터)가 보였다. 물이 왜 이렇게 찬겨. 근래 약수 먹어본 기억으론 제일 차가웠다.
다시 능경봉을 향해 고고싱. 이름이 왜 능경봉일까. 혹시 능구렁이가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이런 유치한 생각을 하면서 올라가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뱀 꼬리가 보였다. 아직도 뱀이 동면에 들어가지 않았나보다.
나는 촌놈인데도 뱀을 무척 무서워한다. 한 다섯 살쯤이었던가? 밭에서 놀다가 무척 큰 뱀을 본 기억이 있다. 그 다음부터는 나무가 뱀처럼 보일 정도로 뱀을 무서워하면서 살았다.
아무튼 오늘 능경봉에 오르면서 뱀을 보았다. 밝은 회색 빛깔로 봐서는 꽃뱀은 아니고... 올라가는 내내 만난 사람은 대여섯명 정도다. 이 곳을 찾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
수풀이 우거진 것이 장관이었다. 근래 보기 드문 늦여름의 모습이었다.

햇살이 나무 잎에 비추니 진녹색에 빛이 났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녹색 세상이 펼쳐졌다. 이상한 나무들도 많았다. 그 중에 하나가 아래 것이다. 뿌리인가? 줄기인가?

땀이 줄줄 쏟아졌다. 촌놈이면서도 변변한 산행도 안해본 86킬로의 몸무게를 끌고가야 하는 내 다리의 눈물인가? 살좀 빼야지.
한 시간남짓 뱀이 또 나올까 눈을 땅에 꽃은 채 올라갔다. 드디어 정상. 1123.2미터. 능경봉 정상을 알리는 비석이 보였다. 그래 정상에는 가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올라온 정상이다.


저 아래 보이는 마을은 어디일까? 강릉일까, 횡성일까? 횡성일 것 같다. 하늘엔 조각 구름이 떠 있고, 산 아래엔 큰 마을이 보였다.
올라왔으니 내려가야지. 내려가는 길은 더 쉬울거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산 선배들이 남겨놓은 리본들이 보였다.
나는 오늘 왜 산에 올랐을까? 저 사람들은 왜 산에 올랐을까? 그리고 왜 우리는 산에 오르려고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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