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근혁의 교육기사 돋보기_19 |
| 아직도 여파가 남아있지 않은가? 지난 해 10월에 치른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조작의 비결’을 놓고 하는 말이다. 연출 교과부, 조연출 전라북도교육청, 극본 임실교육청, 엑스트라 학교, 배포 책임 교과부, 상영 신문과 방송……. 교육시계를 70년대로 돌려놓은... 우리나라의 교육시계를 70년대로 돌려놓은 전북 임실 판 '조작의 비결'. 이 드라마는 한 방송사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뺨칠 정도로 ‘막장’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막무가내 식 일제고사 강행에 따른 후과였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병만 교과부장관이 ‘전국 최고의 학력’이라고 칭송한 ‘임실의 기적’은 교육청이 백지에다 제멋대로 숫자를 적어놓은 ‘원천 조작’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임실교육청은 두 번에 걸쳐 조작하고 전북교육청은 한 번 조작하고 이 지역 상당수의 일선 학교도 보고과정에서 조작행위를 벌였다. 지난 2월 19일 <오마이뉴스> 부탁으로 해당 지역에 내려가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를 만나 직접 취재해본 결과다. 원천조작의 형식은 4단계였고, 그 내용은 백지조작이었던 셈이다. 이 드라마의 연출자인 ‘교과부’의 행동부터 살펴보자. 임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이틀 전인 지난 2월 16일 안병만 장관은 브리핑에서 “전국에서 가장 잘한 학교는 강남도 아니고 전북의 한 낙후지역”이라면서 “임실 사례가 기초학력 미달과 사교육은 별다른 연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한 나라 교육수장의 발언치곤 깃털처럼 가벼운 말이었다. 같은 날 안 장관은 이 일제고사 성적을 놓고 ‘하향평준화의 결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다루겠지만 결론부터 말해두면 ‘입방정’이 도를 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임실의 조작은 교과부와 안 장관의 처신 탓이 큰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지난 해 10월 치른 초6, 중3, 고1 일제고사는 표집형태의 결과만 공개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교과부가 전집, 전체 공개를 갑작스레 결정하면서 사단이 생겼다. 연출자는 교과부였던 것이다. 다음은 이를 제일 먼저 보도한 <중앙일보> 2월 20일치 보도 내용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12월 말 전체 학생 중 4%(초등)~5%(중·고교)만 표집한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꿨다. 전수조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자료 취합과 분석 담당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교과부 학력증진지원과로 바꿨다.” 이처럼 교과부가 별안간 방침을 바꾸면서 지역 교육청과 일선 학교는 방학 중인 1월 초비상이 걸렸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준 평가분석도구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교사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성적을 내기도 했다. 일부는 시간에 쫓겨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엉터리 결과를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임실 사건도 이런 과정 속에서 터진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지난 2월 23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앞 기자회견에서 다음처럼 주장했다. “이번 '일제고사 성적조작 사건'의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속도전이며, 그 선봉은 교과부다. 애초 5%의 표집학생 성적만 통계 처리하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방침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12월 말 전수 통계로 변경되고, 각 학교에 며칠 만에 모든 학생의 성적 결과를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무슨 이유로 갑자기 5% 표집 통계가 100% 전수 통계로 바뀌었는지 어느 누구도 해명하지 않고, 이 엄중한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교과부 관료는 한 명도 없다.” 엉터리 교과부에 부화뇌동한 언론들 교과부의 속도전과 임실 띄우기에 부화뇌동한 것은 바로 신문과 방송이었다. 막장드라마 상영담당은 언론이었던 것이다. '임실의 기적'(동아일보), '임실의 기적, 공교육이 거둔 성과'(YTN), 임실 '公교육의 힘'(서울신문), 전북 임실 '촌 동네의 반란'(한국일보), 낙제생 없는 '초등 공교육 1번지'(중앙일보)…. 이 가운데 지난 2월 17일치에 나온 <조선일보> 사설 내용을 살펴보자. 제목은 '전북 임실과 강원 영월군(郡)의 '교육 성공'에 박수를'이었다. “임실군은 2007년 군청 예산으로 영어학습센터를 만들어 전 학생이 연 2회 2박3일씩 실전 생활영어를 배우게 했다. 작년 3월부터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오후 6시까지 방과후 수업을 실시했고, 자체 개발한 영어능력 인증시험과 영어단어 급수제를 시행했다. …임실·영월의 교육혁명은 대한민국 교육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조작’이란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듦’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조작 사건은 임실뿐만 아니라 교과부와 언론을 통해서도 벌어졌다. 이른바 일제고사 분석 결과를 놓고 벌인 ‘해석 조작’이다. 교과부와 언론의 해석 조작 형태도 임실과 같은 4단계 형태를 띤다. 초6 학생보다 중고생의 기초학력 미달자가 많은 현상을 놓고 안병만 장관은 ‘하향 평준화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1단계 조작이다. 2단계는 이틀 뒤인 18일 국회에서 벌어졌다. 안 장관은 “중고생 10%가 기초학력 미달로 평가된 것은 평준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서 “평준화가 개별 학생의 발전을 저해하고 실력이 못 미치는 학생이 방치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 2단계 조작술은 너무 유치찬란해서 반박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기초학력 미달자가 초중고로 갈수록 늘어나는 현상은 세계 추세로 볼 때도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따라 배우려는 미국은 중학생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우리보다 네 배나 많은 43%다. 2008년 교과부가 내놓은 'NAEP(미국 일제고사) 결과'란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제8학년(우리나라 중3) 대상 2005년 수학과 과학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각각 32%, 43%였다. 반면 2008년 우리나라 중3은 수학과 과학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각각 12.9%, 11.7%였다. 같은 시기, 같은 시험은 아니었지만 미국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 장관의 사고방식대로라면 미국은 사립학교를 전면 철폐하고 완전한 평준화를 우리보다 더 가열차게 추진해야 하지 않겠나. 교육수장이란 분이 ‘고교 평준화’를 비판하는 수준은 천박한 코미디 급수라고 할 수 있겠다. 제주도와 경기도 사례를 봐도 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성취도가 더 높았다. 교과부와 보수신문의 4단계 해석 조작 문제는 보수 언론들이 퍼뜨린 해석 조작이다. 교원평가 결정론(3단계 조작)과 전교조 결정론(4단계 조작)이 바로 그것이다. 짧게 말하면 일제고사를 봤더니 교원평가를 시행한 학교와 전교조 조합원이 적은 학교가 성취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이 소문을 퍼뜨리고 나선 곳은 다름 아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였다. <동아>는 지난 2월 18일치 1면 머리를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로 채웠다. ‘교원평가 시행 학교가 학력 높았다’. 이 신문은 이런 근거로 기사는 교원평가제를 시범 실시한 서울 남부교육청 소속 Y초등학교 사례를 보여준 뒤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분석한 교원평가 시범실시 초등학교는 36곳. 이번 학력평가에서 이 중 23개 학교의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지역 평균보다 높았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지역 평균보다 적은 곳도 36곳 중 23곳이었다. 시범학교의 64%가 지역 평균보다 학업성취도가 나았던 셈이다.” 교원평가를 실시한 36개 초등학교 가운데 23개 초등학교의 학력이 주변 지역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교원평가를 실시했더니 13개 초등학교의 학력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나는 남부교육청 사례를 중심으로 작성된 <동아> 기사를 다음처럼 패러디해서 <오마이뉴스>에 실은 바 있다. 다음은 패러디 내용이다. “초중고 학업성취도 결과를 보면 교원평가제와 공교육 정상화를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교육청 관할구역은 이번 평가에서 초등학교 6학년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수학과 과학에서 전국 1등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8년에 교원평가제를 시범 실시한 강남 지역 7개 초등학교 가운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이 지역 평균(1.1%)보다 높은 학교가 5개교였다. D초등학교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이 지역 평균보다 5배 많은 5.5%였다. 3개 학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지역평균인 90.3%를 밑돌았다. '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에서는 교원평가제가 학력신장에 역효과를 보이고 있다.” 교원평가제의 성과를 내세우려는 <동아>의 주장이 맞으려면 교원평가 시범학교의 성취도를 지역 평균(주변 학교 성적)과 견줘선 안 된다. 해당 학교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변인, 환경 변인, 교장 변인, 학교 변인 따위를 모두 무시해버리는 결과가 나오는 탓이다. 제대로 된 기사가 되려면 해당 학교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변화 추이를 종단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전 해의 성취도와 다음해의 성취도를 비교해야 맞다는 얘기다. 핀란드는 교원평가제도는 물론 교원 성과금 제도도 없다. <동아일보> 주장대로라면 이 나라는 학업성취도에서 하위권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핀란드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 세계 1등을 독차지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이른바 ‘교원평가 결정론’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보여주는 국제 사례다. 19일치 <조선일보> 기사는 전날 나온 <동아일보> 기사의 후속탄 성격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타격대상을 전교조로 삼은 것이다. <조선>은 이날 기사에서 “서울시내 초·중·고교 가운데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한 학교는 전교에 가입한 교사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서울의 성적 최하위권 학교 4곳 중 3곳은 전교조 가입 교사가 평균 이상으로 많다”고 분석했다. 번지수 잘못 찾은 교원평가, 전교조 결정론 이 기사에 대한 반박은 <조선> 사이트 한 독자가 다음처럼 잘 해놓은 것 같다. “ㅋㅋㅋ.. 기사 쓴 기자가 좀 그러네. 강남 애들은 원래 잘사는 동네고 교육에 돈을 쏟아 붓고 있으니 당연히 성적이 높게 나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ㅋㅋ 마치 전교조 교사가 적어서 그렇다는 논리는 억지로 뀌어 맞추려는. ㅋㅋ 진짜 웃기는군.”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이 지난 23일 내놓은 결과가 눈길을 끈다. 무료급식을 받는 학생이 많을수록 일제고사의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도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권영길 의원은 이날 자료에서 기초학력 미달비율과 무료급식 비율 간 상관계수가 평균 0.75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상관계수는 두 항목 사이의 상관 정도를 보여주는 수치인데 1이면 두 항목이 완전한 상관관계를, 0.7∼0.8 정도면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이다. 위 <조선>의 기사가 맞으려면 전교조가 없는 수많은 지방 학교의 학생들이 전교조 조합원이 있는 상당수 강남 학교의 성적보다 높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특정 목적에 사로잡힌 해석 조작의 허망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월간<우리아이들> 2009년 3월호. |
2009년 9월 9일 수요일
막장드라마 ‘조작의 비결’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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