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0일 목요일

‘생트집’ 기술을 알려주마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_41

 

옥상. 내가 중학생 시절 제일 무서워한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어느 날 그 곳으로 끌려간 적이 있다. 끌고 간 선배는 ‘선빵’(먼저 때려눕히는 싸움의 기술), ‘배 후려차기’의 명수였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나에게 선빵을 날리며 한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왜 난닝구 안 입고 다녀, 이 새꺄!”

 

얼마나 때리고 싶었으면 ‘러닝 속옷’ 핑계를 댔을까? 트집 중에도 제일 고약한 생트집이다. 전교조를 때리고 싶어 안달이 난 신문사의 생트집 현장은 이 못지않다.

 

[전교조 “내년 지방선거 개입”]

 

지난 8월 29일치 <동아일보> A2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전교조가 ‘내년 지방선거 개입’을 직접 밝혔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밑천이 된 것은 같은 날 치른 전교조 제58차 대의원대회의 자료집. 이 자료집은  모두 108쪽이다. 그런데 내용을 뒤져봤지만 ‘지방선거 개입’이란 글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럼 이 신문이 직접 인용부호까지 쓰면서 내건 ‘지방선거 개입’의 근거는 무엇일까. 기사 내용을 살펴보자.

 

“전교조는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2012년 총선 및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대의원대회장에서 배포될 자료집에는 ①‘이명박 정권의 전교조에 대한 공세 계기는 1차적으로 2010년 지방선거 시기, 최종적으론 2012년 대선이 될 것’이라며 ②‘이명박 교육정책을 심판하기 위한 풀뿌리 교육연대를 강화 한다’고 적혀 있다.”

 

다시 대의원대회 자료집을 펼쳐놓고 위 기사 ①,②글귀가 나와 있는 곳을 찾아봤다. 있었다! 선거의 중요함을 강조한 ①의 내용은 정세를 적은 ‘주객관적 조건 개요’ 항목에 있었다.

 

그런데 금방 뒤따라 나와야 하는 ②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을까? 이 내용은 자그마치 6페이지를 넘긴 뒤 나오는 2009년 ‘하반기 사업기조’ 항목에 나와 있었다. 물론 이 항목에 선거 얘기는 전연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하반기에는 선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자료집 짜깁기치곤 너무 유치한 ‘생트집 기술’을 쓴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거도 없는 올해의 엉뚱한 사업기조를 내보인 뒤 [전교조 “내년 지방선거 개입”]이란 제목을 붙일 수 있는 용기가 가상할 정도다.

 

이 신문 보도 뒤 나온 <연합><중앙><서울> 등의 엇비슷한 기사 내용은 <동아>를 받아쓰기 한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이들 신문사를 대상으로 지난 5일 언론중재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청구서엔 ‘전교조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주기 위한 잘못된 보도를 바로 잡아 달라’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교육희망 2009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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