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0일 목요일

스무 살 전교조는 왜 비판 받을까?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_21

 

5월 어느 날. 시골에 있는 어느 읍내 식당에서 술잔이 오갔다. 이 지역 전직 전교조 지회장이 현직 지회장에게 술 한 잔 사주는 자리다.

이 지역에서 부인도 만나 결혼까지 한 토박이 전직 지회장은 다음처럼 말했다. 그는 중학교 교사다.

“내 마누라 말을 들어보니 초등학교 전교조 선생님들 인기가 진짜 좋더군요. 학부모들이 실감을 하고 있더라고요.”

갑자기 웬 ‘인기타령’일까? 현직 지회장과 나는 전직 지회장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말이 이어졌다.

“내 처가 그 학교 학부모 거의 알 정도로 마당발이거든요. 그런데 학부모들은 학기 시작되기 전 6학년 반 담임교사가 대부분 전교조라는 얘길 듣고 걱정을 정말 많이 했나 봐요. 공부 안 시키고, 이상한 소리만 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나는 침이 꿀꺽 넘어갔다. 전직 지회장의 결론은 이랬다.

“그런데 겪어보니 최고라는 거야. 담임선생님들이 하나같이 학생들을 무척 사랑하고 공부도 얼마나 성실하게 가르치는지 칭찬이 자자하더라고요. 내가 부러워할 정도로 인기가 최고에요.”

이 말에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은 웃지 못했다. 전교조에 대한 살얼음판 같은 학부모들의 학기 초 첫 반응이 가슴을 짓누른 탓이다.

그렇다. 전교조 교사는 학력신장을 소홀히 하고, 의식화 수업을 한다는 생각이 부지불식간에 학부모들 머릿속에 스며들어있는 게 사실이다. 20년간 전교조를 겨냥해온 언론들이 만들어놓은 결과다. 하지만 우리의 책임은 없을까?


‘친 전교조’ 신문들도 회초리를 들고…


지난 23일 오후, 전국 교사 수천 명은 서울 여의도 공원에 모여들었다. 전교조 창립 20돌 기념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탄압과 언론 몰매, 그리고 복잡한 전교조 내부사정도 작용했으리라.

20년 동안 신문의 논조를 단순화하면 전교조 ‘비호감’을 퍼뜨린 쪽이 70~80% 정도였다. 전교조 호감 보도에 나선 신문사는 10~30%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형편 속에서 전교조가 7만 명의 조합원을 유지하면서 이 정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것 자체가 대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스무 살 전교조는 지금 아프다. 아무리 좋은 맷집을 가졌더라도 사방에서 20년 동안 때려대는 언론보도를 견뎌내기란 쉽지 않은 법이리라.

올해 5월 들어 전교조에 대한 신문보도 내용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조중동(조선․중앙․동아)으로 대표되는 보수신문의 태도야 여전하다고 치자. 하지만 평소 전교조에 대한 호의적인 보도를 하던 <한겨레><경향>도 회초리를 들었다.

20돌을 맞아 전교조의 공과를 따지다보니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교조에 대한 비판치곤 무척 매섭고 아픈 것이 사실이다.

언론실명비판의 선각자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지난 3월 30일 <한겨레>에 ‘전교조를 위하여’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간 보수신문들은 전교조에 대해 비난을 퍼부어 왔다. 반면 진보신문들의 지면에선 전교조에 대한 비판을 찾아볼 수 없다. 양쪽 신문 지면만을 놓고 본다면 전교조는 악이거나 선이다. 그 중간은 없다. 그런데 과연 이게 진실일까?”

이어 강 교수는 전교조를 사랑한다면 진보신문들도 전교조를 비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개혁·진보 진영엔 이상한 질병이 창궐하고 있다. 보수신문들이 비난하는 대상이라면 무조건 껴안고 옹호해야 한다는 질병이다. 이제 그런 방식으론 안 된다. 오히려 비판을 선점해야 한다. 전교조의 문제는 <한겨레> 지면에서 더 왕성하게 지적되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논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보수신문들을 단지 저주의 대상으로 삼다간 부메랑을 맞아 이쪽이 먼저 쓰러진다.”

이 칼럼이 나온 뒤 두 신문의 전교조 비판은 매섭다. 최근 들어 <한겨레><경향>이 꼽은 전교조에 대한 비판 줄거리는 ▶교사 이기주의 ▶학부모․내부 소통 부족 ▶대안 없는 반대 등이다.

그런데 위 3가지 비판은 전교조 내부에서도 제법 여러 번 나왔던 것이다. 그만큼 두 신문의 문제제기에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겨레> 5월 22일치에 나온 전교조 기획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전교조가 오는 28일 창립 20돌을 맞는다. 창립 뒤 한동안 전교조는 ‘교육 희망’이었고 ‘참교육’의 대명사였으며, 교사들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전교조에는 새로운 꼬리표가 하나 붙었다. ‘교직 사회의 기득권에 집착하는 이익집단’이라는 비판이다. ‘우군’인 진보진영에서조차 전교조와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성년을 맞은 전교조 내부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은 이유다.”


교사 이기주의 극복 과제


<한겨레>가 이날 첫 선을 보인 시리즈 “①전교조 20년 ‘빛과 그림자’”의 제목은 “참교육 ‘씨앗’ → 교사이익 ‘집착’ →동력 약화로 안팎 위기”였다. 교사이기주의가 전교조 위기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99년 1월. 교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교조는 합법 노조가 됐다. 당시 전교조는 기자회견문에서 다음처럼 밝혔다.

“어떤 경우에라도 우리는 교육적 입장에서 우리의 권익보다는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겠다. 참교육의 주체세력으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개혁에 앞장설 것이며, 조합원 권익단체로 머무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같은 다짐에 대해 <한겨레>는 “합법화 이후 이런 ‘초심’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는 평가를 안팎에서 받았다”고 비판했다. “참교육을 외치면서도 정작 교사와 학생·학부모의 이해가 대립하는 사안에서는 교사의 기득권 보호에 더 앞장섰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로 이 신문은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 전교조 평론집을 낸 한 전교조 교사를 등장시킨 뒤 7차 교육과정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네이스)·교원평가 반대투쟁을 들었다.

기사 속 멘트는 기자의 숨은 의도다. 따라서 이날 <한겨레>에 실린 멘트들은 이 기사를 쓴 기자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멘트 내용을 간추려보자.

“합법화 이후 첫 이슈가 학생의 교과 선택권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7차 교육과정 도입 문제였는데, 전교조는 교사의 노동유연화 우려를 내세우며 반대 투쟁을 벌였다. 이처럼 학생과 교사의 이해가 상충할 때 기존 주장을 뒤집으면서까지 교사의 이해를 반영하려 했던 것은 문제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

“전교조는 합법화 이후, 국민들의 눈에 ‘기득권 지키기 투쟁’으로 비치는 7차 교육과정·교육행정정보시스템(네이스)·교원평가 반대투쟁에 주로 힘을 쏟았다. 전교조에 우호적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조합원과 국민들이 지지하는 ‘교장선출보직제’나 ‘학교개혁’ 투쟁을 했다면 학교교육은 물론 전교조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교육평론집 <학교 개조론>을 쓴 이기정 서울 창동고 교사)

<한겨레>는 이날 기사에서 “특히 전교조가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교원평가 반대투쟁은, 국민들은 물론 ‘우군’인 진보진영조차도 전교조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전교조는 성년이 된 지금 오히려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실시된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전교조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공정택 후보는 전교조가 지지하는 후보를 겨냥해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펼침막을 내걸어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전교조의 지지가 오히려 진보 성향 후보에게 짐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 기사는 다음처럼 마무리된다.

“많은 국민들이 ‘전교조’ 하면 ‘참교육’이라는 말보다는 ‘교사의 이익을 위해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린다. 이 냉정한 현실은 스무 살 청년 전교조의 어깨 위에 극복해야 할 과제로 놓여 있다.”


조급함, 그리고 학부모, 학생과 소통 부족


<한겨레>는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과 정진후 현 전교조 위원장의 대담기사를 지난 5월 23일치에 실었다.

이 지면에서 강조해서 편집한 내용은 “유 전 교육감이 정 위원장에게 우선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는 조급함’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날 신문에 나온 유  전 교육감의 발언이다.

“보편화(평준화)를 근간으로 지향하는 전교조의 교육 방향 자체는 현대 교육이론에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걸 바꾸기는 어렵죠. 그러다 보면 과격해지기도 쉽지요.”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그동안 지나치게 조급하고 과격하게 운동을 했다는 안팎의 지적에 공감한다”고 인정했다.

학부모 학생과의 소통 부족 또한 전교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국일보>는 5월 18일 전교조 특집기사에서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전교조 태동 당시에는 교사가 학생, 학부모의 몫까지 안고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한층 커진 교육 수요자의 목소리와 요구를 담아내지 못한 점은 전교조가 반성할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전교조와 20년째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 참교육학부모회의 비판 목소리 또한 전교조로선 아프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한겨레> 23일치에 실린 참교육학부모회 임원들의 목소리다.

“전교조가 교육운동 단체로서 갖는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교원평가제 반대 투쟁 등에서 전교조가 학부모들에게 밥그릇을 지키려는 모습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은 분명히 비판받아야 한다”(박범이 전 서울지부장)

“초창기 전교조가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촌지 근절 등 학교 현장의 여건을 개선시키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정부 교육정책에 맞서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교실에서 학생·학부모와 소통하는 데 더욱 노력해 주기 바란다.”(장은숙 회장)

<경향신문>은 5월 19일치 전교조 특집기사에서 역대 전교조 위원장의 입을 빌어 내부 소통의 필요성을 보도했다.

“이영희 4대 위원장은 ‘조직 내부의 민주적 소통 구조를 우선 확립해야 한다’며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를 촉구했다. 현재와 같은 일부 전교조 지도부만의 논의로 진행되는 일방통행식이 아닌 일선 학교현장의 교사·학생·학부모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아래로부터의 변화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감할 수 있는 대안 마련... 그리고 참교육


전교조 비판에 나선 이른바 ‘친 전교조’ 신문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대안을 내놓는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5월 19일치 전교조 특집기사에서 “전교조, 경쟁지상주의에 대안 없는 반대뿐… 속수무책”이란 제목을 달았다. 교단을 개혁할 신선한 정책을 개발해서 내놓으라는 주문인 것이다.

이 신문은 “전교조 창립 첫해에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은 ‘촌지 안 받기’ 등 신선한 개혁으로 학생·학부모들의 지지를 끌어냈기 때문”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이범 교육평론가의 발언을 실었다.

“정치 관련 투쟁을 하더라도 국민이 공감할 만한 의제를 내놓고 함께 실천할 수 있어야 했다. 그게 부족해 현장과 괴리감이 생겨난 것이다.”

이어 이 신문은 “대안 없이 반대만 외쳐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전교조 산하 참교육연구소 등이 있지만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같은 논조에 더해 참교육 운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지난 5월 21일치 “스무 돌 전교조, 다시 참교육의 보루로”란 제목의 사설 내용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전교조의 책임도 크다. 합법화 이후 참교육의 가치보다는 교사 이익을 지키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교조의 정파 간 갈등과 도덕성 문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의 소외를 낳은 원인이기도 하다.”

이어 <한겨레>은 같은 사설에서 다음처럼 ‘환골탈태할 것’을 전교조에 주문한다.

“전교조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 방향은 다시 초심인 참교육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낡은 조직이기주의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의미의 교육 민주화에 헌신하지 않으면 전교조의 미래는 없다.”


스무 살 전교조의 아픔이 ‘성장통’이길…


이런 점에서 지난 18일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이 공식 발표한 ‘새로운 학교 운동’은 위기를 벗어나야하는 전교조로선 절대 절명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정 위원장은 이날 “학교를 더불어 함께하는 배움의 장으로 바꾸기 위해 학생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편하는 한편, 학생·학부모와 상담활동을 강화하고 학생 인권 보호에도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방향을 가리킨 손가락만 있을 뿐 국민 앞에 내놓을 선물 보따리(대안)는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새로운 학교 운동에 대한 <한겨레>의 기대치는 높다. 21일치 사설은 다음처럼 마무리되고 있다.

“정진후 위원장이 새로운 학교운동을 목표로 내건 점을 주목한다. 이 운동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를 참교육의 우군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여전히 새로운 교육에 목말라 있다.”

지금 전교조의 위기는 조직 혁신을 위한 기회다. 이 아픔이 스무 살 전교조가 새 교육역사를 창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성장통’이길 수십만 교사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월간<우리아이들> 2009년 6월호.

댓글 1개:

  1. 5월 어느 날. 시골에 있는 어느 읍내 식당에서 술잔이 오갔다. 이 지역 전직 전교조 지회장이 현직 지회장에게 술 한 잔 사주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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