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_17 | |||
나도 며칠 전에 언론중재위에 다녀왔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이란 단체가 정정보도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한 기사는 내가 지난 8월 29일치 <오마이뉴스>에 쓴 ‘대학특례입학 의혹 단체가 대입정책 결정?’이란 제목의 글이었다. 기사는 다음처럼 시작된다. “임원 자녀들이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등을 몰아 받아 대학특례입학 특혜 의혹을 받은 단체가 우리나라 대학입시 방법을 사실상 결정하는 대입전형위원회에 학부모 대표로 참여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학사모가 대교협의 대입정책 결정 기구에 들어간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학사모는 중재위에 낸 ‘조정신청서’에 다음처럼 반박했다. “보도된 내용 중 H단체는 전·현직 중앙 상임대표, 서울상임대표, 사무국장, 시도지부장 등 핵심임원 13명의 자녀에게 ‘사랑의 일기’ 대회에서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장관상 등을 수여했다는 기사를 실었으나 핵심인원 13명의 자녀가 상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조정심리가 열린 10월 6일 오후 5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 학사모 대표는 결국 자신의 자녀가 당시 고교생이었고, 그와 같은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실토했다. 정정할 내용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이날 중재는 불성립됐다. 언론중재위, 형사고발 4번의 경험 내가 언론중재위에 간 것은 이번까지 모두 두 번째다. 한 번은 내가 쓴 기사는 아니었지만 그 당시 주간<교육희망> 편집국장 자격으로 변론을 한 기억이 있다. 둘 다 학사모가 정정 보도를 요구한 것이었다. 형사고발 2번 당한 것까지 합하면 기자 생활하는 동안에 4번에 걸쳐 송사에 휘말린 셈이다. 물론 4번 모두 ‘혐의 없음’과 ‘중재불성립’ 등으로 결론-물론 앞의 학사모 정정보도 변론 건은 언론중재위에서는 100만원 피해보상 판단을 했지만, 이에 불복 재판까지 가서 현재 고법까지 승소-이 잘 나온 편이다. 이 4번 가운데 학사모가 고발한 게 3번이었다. 글을 시작하면서 개인 경험을 꺼낸 까닭은 기자가 기사 작성 뒤 따라오는 ‘피드백’ 가운데 제일 고약한 것이 바로 언론중재위나 민형사상 고발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자신 있는 기사더라도 이런 송사에 걸리게 되면 글을 쓴 기자는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 귀찮음과 조심스러움이 교차하는 묘한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알고, 가장 많이 ‘고발’이란 무기를 활용하고 있는 교육단체는 아마 학사모가 아닌가 싶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대개 언론중재위나 경찰서로 달려간다. 지난 해 초 교복공동구매 관련 학사모의 비위 의혹을 제기한 <문화일보>도 이들의 제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보수신문들의 전교조 ‘멱살 잡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교조가 출범한 89년 ‘의식화 교사론’으로 시작해서 올해 ‘촛불 배후론’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기사가 전교조를 때렸다. 대개의 기사들은 추측성 기사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교조는 이들의 몰매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몇 해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전교조는 민형사상 고발이나 언론중재위 제소는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해당 언론사를 항의 방문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방문을 통해 ‘바로 잡습니다’라는 해명성 기사가 나오는데 만족한 점이 없지 않았다.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사사건건 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억울하게 몰매를 맞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계속 ‘샌드백’ 신세가 되기 십상인 것이 지금 우리나라 언론계의 모습이다. 이런 점에서 전교조는 ‘고발정신’ 만큼은 학사모로부터 배워야 한다. 보수신문 왜곡에 회초리 든 교사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전교조 소속 교사 가운데 일부가 보수신문의 왜곡보도에 대해 잇달아 언론중재위에 제소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장원 교사, 이용중 교사, 그리고 오세연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아이들> 7월호 <교육기사돋보기>에서 다룬 바 있는 이장원 교사(전교조 정책연구국장)는 자신을 ‘북한 찬양 교사’로 지목한 인터넷 신문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제소해 정정 보도를 이끌어냈다. 지난 6월 18일 언론중재위에 조정신청서를 낸 결과, ‘해당기사 삭제’와 ‘정정보도’ 결정이 나왔다. 앞서 지난 5월말에는 이용중 제주 동광초 교사(아이건강연대 사무총장)가 <조선일보>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이 신문이 5월 8일자에 실은 ‘전교조, 선생님이면 선생님답게 행동하라’는 제목의 사설이 이 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전교조 제주지부장을 지냈던 초등학교 교사는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다며 며칠째 단식하면서 수업하고 있다. 무지하고 무모하고 무책임한 사람이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사설의 의견개진을 넘어선 욕설로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1000만원의 피해보상과 함께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제소 건은 중재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렇게 될 경우 민형사 재판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 뿐이다. 오세연 교사(충남 D초)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건은 본보기가 될 만한 사례다. 7월 2일 A11면 <조선일보> 기사의 제목은 ‘울 엄마, 전교조보다 세다’였다. 제목에서 엿보이듯 이 기사는 일본 초등학생용 SF ‘후레시맨’처럼 승패에 집착한 유치한 내용이었다. 기사는 다음처럼 시작된다. “지난달 16일 충청남도 아산시 D초등학교 교장실에서 열린 이 학교 운영위원회. 한 전교조 소속 여자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학교가 학부모들에게 학생의 중간시험 점수를 통지할지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이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본 중간시험의 점수를 알고 싶어 했지만, 이 학교의 전교조 소속 교사가 반대하고 나섰다.” 일제고사를 본 초등학생의 점수를 통지하느냐를 놓고 학운위가 열렸다. 오 교사는 반대의견을 냈고, 교장과 학부모는 찬성을 한 모양이다. 이 기사의 제목이 보여주듯 결론은 다음처럼 끝난다. “B교사가 성적공개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폈지만 논쟁은 1대11의 양상이었다. B교사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학부모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까지 나온 상황이라 B교사도 ‘학부모들의 의견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섰고, 심의는 통과됐다.” 학운위에서 이 같은 논쟁과 비난은 다른 학교에서도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을 퍼붓는 ‘해괴한 학교운영위’ 모습인 것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교과부와 교육청의 기본 방침은 일제고사 금지, 성적과 등수 공개 금지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학교 교장이 학부모를 앞세워 교육당국의 지침을 뒤집으려고 한 모양이다. 이런 시도에 반대 목소리를 낸 용기 있는 교사에게 오히려 박수를 쳐줘야 하지 않을까. 교육선진국 가운데 초등학생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몰상식한 학교가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 그렇다. 학부모 ‘봉기’ 선동하는 <조선일보>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같은 일을 놓고 ‘학부모가 전교조 여교사를 이겼다’는 식으로 대서특필한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전교조’란 단어가 15번이나 나온다. 양심에 따른 교사의 행동을 놓고 ‘전교조’라는 꼬리표를 붙인 뒤, 여론 재판을 시도한 것이다. 더구나 제목은 다음처럼 선동하고 있는 듯하다. ‘전교조보다 센 학부모여, 봉기하라!’ 당사자인 오 교사는 지난 9월 26일 자신과 ‘8만 조합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언론중재위는 오 교사가 전교조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체 명예훼손’ 부분은 삭제하고 결국 개인 명예훼손에 대한 신청서만 받아들였다. 지난 10월 10일 언론중재위는 다음과 같은 정정보도 조정합의서를 내놨다. “본보 7월 2일자 사회면 「울 엄마, ‘전교조’ 보다 세다」 제하의 기사와 관련하여, 보도에 언급된 전교조 소속 여교사는 전교조와 도교육청이 맺은 정책협의 때문에 학생들의 성적 공개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초중등교육과정 총론, 교육부 고시, 교육인적자원부령에 따른 성적공개를 반대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아울러 D초등학교는 시험점수 공개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전에 이미 중간시험성적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 <조선일보>는 위 정정보도 내용을 지난 10월 15일 A2면 상단에 실었다. 자신들의 보도 가운데 일부가 잘못되었고, 무리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오 교사는 지난 10월 19일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정정보도에 만족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 본부 차원에서 여자 교사 폄하와 전교조를 불법집단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전교조가 8만 조합원의 명예와 교권훼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것”을 요청했다. 무책임하고 무차별 보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언론을 제3의 권력이라고 한다. 모든 권력에는 책임성이 따른다. 보수 족벌신문들이 뭉쳐 언론족벌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이들이 스스로 책임성을 갖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교조에 대한 무책임하고 무차별적인 보도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제 전교조 차원에서 회초리를 들 때가 됐다. 월간<우리아이들> 2008면 11월호. | |||
2009년 9월 9일 수요일
우리 선생님, <조선일보>보다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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