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2학기 전교조 교장이 온다는 말에 학부모들이 불안해했다. 이런 우려가 한 학기가 가기 이전에 사라졌다. 이제 학부모들은 우리학교의 교장공모제가 '4년 뒤에도 계속되어야 하는데,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지난 29일 오전 11시, 경기 양평군 조현초 1층 강당. 이 학교 학부모회장과 자모회장이 조현초의 변화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개방형 교장 제도 도입에 따라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 이중현 교장이 부임하면서 학교 현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다. 유영민 기자 minfoto@paran.com |
이 소리를 듣고 있는 이들은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관계자와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대표, 그리고 일간지와 주간지 기자 등 40여 명이었다.
전교조가 교육시민단체 대표와 기자들까지 참석하는 개혁학교 탐방 행사를 연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앞서 정 전교조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국제중과 일제고사가 우리 아이들을 시험 속에 몰아넣고 학교현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입시경쟁교육의 소용돌이 한 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교개혁운동은 참으로 소중하고 절실한 운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해 9월 공모교장으로 이 학교에 부임한 이중현 교장이 그 동안의 학교 변화상을 설명했다. '조현 꿈자람 교육과정'을 통해 특별활동과 재량활동 뿐만 아니라 교과학습을 혁신하고 있다는 게 그 줄거리다. 이 학교는 6학급 112명이 공부하고 있는 농촌 소규모 학교다.
학년전담제(한 교사가 3-4년 동안 같은 학년 담당)를 통해 학년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수업방법과 평가방법을 개선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교장은 "핵심은 교사의 자발성"이라고 강조했다. 교장과 교감은 공문을 대신 처리하고 휴가 중 근무를 통해 교사들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대신, 교사들은 수업에 전념토록 도왔다는 것이다.
최근 일제고사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이 학교의 평가방식 손질도 화제다. 담임교사의 수행평가를 기본으로 학생 자기평가와 한 해 두 번 치르는 논술평가를 결합했다.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해마다 한 번씩 치르는 진로 적성검사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학교는 성적우수상도 없앴다. 논술과 종합평가를 하다 보니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업과 평가 혁신 작업에 나선 이 교장은 교원평가제와 일제고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교원평가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사에게 점수를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발성을 북돋아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교원평가제 불가론을 펼친 것이다.
일제고사에 대해서도 이 교장은 "학교교육이 학년별, 학급별로 다양화되어 있다면 일제고사 또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전국의 학교를 획일적인 교육과정으로 강요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평가가 없는데도 교원의 자발성이 샘솟고, 일제고사가 없는데도 '수월성 교육'이 꽃 피는 학교…. 이런 조현초의 모습 자체가 교원평가와 일제고사를 이겨내는 진정한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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