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9일 수요일

전교조 새 선장 ‘변화의 중심’ 될까

정진후 위원장 당선자, 정부 교육정책 전환·참교육 구현 운동 전개
 
윤근혁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
올해 7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일주일쯤 앞둔 어느 날, 서울 시내 대로변에는 위와 같은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일제히 내걸렸다. 공정택 당시 교육감 후보가 내놓은 막판 ‘네거티브’ 카드였다. 이 펼침막이 내걸린 날 저녁, 지금은 전교조 위원장 당선자가 된 정진후(51) 당시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다음처럼 심경을 털어놨다.

“청춘을 다 바쳐서 전교조 활동을 해왔는데요. 지금은 공정택씨가 전교조를 비난하면 당선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품도록 한 우리의 형편이 너무 암담합니다.”

이 말을 한 지 100일쯤 뒤인 11월 3일 정진후 교사(경기 제일중)는 전교조 제 14대 위원장 후보로 출마했고, 12월 11일 당선했다. 위원장 선거 기간 동안 정 당선자가 내건 중심 구호는 ‘고립을 넘어 변화의 중심으로!’였다. 전교조에 대한 지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이는 그의 위원장 출사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진후는 온건파일까?
“최근 정부의 전방위적 공세에서 전교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국민과 함께하는 연대입니다. ‘무조건 반대’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국민이 공감하지 않으면 힘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같은 생각은 당선 다음 날인 12일 오전 첫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날 기자회견문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국민과 함께 이명박 교육정책 전환시키고, 새로운 학교개혁 운동을 시작하겠습니다.” 부자들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전환시키는 운동과 참교육을 구현하는 학교개혁운동이라는 두 개의 칼을 쥐고 전교조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언론은 정 당선자에게 ‘온건파’란 꼬리표를 붙였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정 당선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12월 18일 ‘온건파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만족하느냐’고 물어봤다.

“조급한 방법을 쓰지 않고 국민과 함께 투쟁하겠다는 것이지,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 탄압과 귀족주의 교육에 맞서 온건하게 싸우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온건한 생김새’와 달리 해직 경험만 세 번인 몇 안 되는 전교조 활동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88년 사학민주화투쟁과 다음 해인 89년 전교조 결성, 그리고 2003년 연가투쟁 관련 해직이 바로 그것이다.

전교조 활동 경험도 화려한 편이다. 경기지부장(92~93년), 전교조 본부 편집실장(95~96년), 전교조 본부 사무처장(97년, 2000년)을 거쳐 현 정진화 위원장 집행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수석부위원장을 맡아왔다.

‘질풍노도 시기’ 거치니 폭풍우가…
정 당선자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내년은 전교조가 1989년 5월 첫발을 뗀 지 20주년, 성년이 되는 해다. 정 당선자는 내년 ‘제2의 참교육 운동’을 선포할 예정이다. 20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참교육학교 모델을 창조해보겠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이에 대한 정 당선자의 설명이다.

“전교조의 새로운 학교개혁운동을 발전시켜 새로운 학교를 직접 만들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입시구조에서도 학교개혁이 가능하고 전교조가 말하는 참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하지만 청년기 합법화 투쟁 등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친 전교조 앞에는 내년 성년식을 앞둔 현재, 더욱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단체협상안 일방 폐기, 서울시교육감 선거 관련 수사, 일제고사 관련 전교조 교사 7명 해직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정 당선자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바깥으로는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막아야 하고, 교과부가 던져놓은 ‘교원평가’란 늪도 건너야 한다. 그렇다면 정진후 호는 교원평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다음은 지난 12일 정 당선자의 기자회견문 내용이다.

“전교조는 근무평정을 폐지하고 교장임용제도를 혁신한다면, 새로운 교원평가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진지하게 임할 것입니다.”

전제조건이 붙긴 했지만 새로운 교원평가 방안에 대해 토론하겠다는 자세를 내보인 것이다. 이는 이전 ‘전면 반대, 논의 불가’ 자세보다는 유연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만든 교원평가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는 게 정 당선자의 생각이다.

그는 “근무평정과 성과금 평가, 다면평가 등 2중, 3중의 평가를 그대로 둔 채 교원평가를 또 만든다는 것은 교원들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원평가를 놓고는 교육시민단체 안에서도 미묘한 시각 차가 존재한다. 정 당선자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국민은 주목하고 있다.

교원평가 늪, 어떻게 건널까?
전교조 내부에서는 서로 다른 스펙트럼을 가진 시각이 엄존한다. 이른바 의견 진영의 존재가 그것이다. 이번 전교조 선거에서 결선투표에 오른 두 진영은 참교육실천연대(참실련)와 교육운동의전망을찾는사람들(교찾사)이다. 정 당선자는 참실련에서 활동한 후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정 당선자는 3만189표(51.7%)를 얻었다. 교찾사 소속 상대 후보와 1986표(3.4%)의 근소한 표차를 보인 것이다. 이런 승부는 2000년 전교조 선거 이후 두 번째 박빙이다. 이는 전교조 두 진영 사이의 이견을 극복하는 것도 정 당선자가 맡은 주요한 과제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두 진영 사이에는 전교조 운동의 목표보다 방법에서 이견이 노출되곤 했다.

정 당선자는 당선 직후부터 단결을 호소하고 나섰다. 풍랑 속 ‘전교조’ 호의 새 선장을 맡은 정진후. 그는 과연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나는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위클리경향 2008년 12월 30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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