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0일 목요일

지난 해 4월, 그들이 한일을 알고 있다

 

윤근혁의 교육기사 돋보기_20

 

 

“한 사람이나 몇몇 사람은 영원히 속일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을 잠시 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한 말이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링컨의 명언은 요새 우리들 가슴에 새삼스레 스며들고 있다.


경제는 747, 교육은 학교 자율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400일. 이 사이 거짓말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겼다. 이상한 정권이 친 정권 신문과 결탁해 국민에게 쏘아올린 거짓 프레임이 난무한 탓이다.

보잉747 비행기를 개조한 대통령 특별기를 타고 다니는 MB. 그러나 그가 대선 시절 외친 747공약(임기 중 연간 7% 경제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 강국 진입)은 재앙이 되고 말았다. 거짓말이란 사실이 단박에 들어난 탓이다. 지금은 “이름은 명박, 경제는 쪽박, 개념은 외박”이란 우수개 소리를 아이들도 하고 있을 정도가 됐다.

거짓 프레임이 어지럽게 춤추기는 우리나라 교육마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참말을 가르쳐야 할 학교가 거짓말 잔치에 몸살을 앓고 있지 않은가?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 해 4월 15일. MB정부의 교과부는 교과부 출입 기자들에게 회심의 카드를 집어던졌다. 이른바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이었다.

이 카드를 집어든 상당수의 언론들은 자율화 프레임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밧줄로 꽁꽁 묶인 학교에 해방이 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교과부 발표 다음 날인 16일, <조선>과 <동아> 두 신문은 경쟁이라도 하듯 교과부 발표에 박수부대를 자처했다. 특히 <조선>은 ‘0교시’ 부활에 학부모가 ‘환영’한다는 중간 제목까지 달아놓을 정도로 뻔뻔스러웠다. 0교시에 박수칠 학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1년 전 신문을 펼쳐보니 저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조선>은 이날 1면 기사를 비롯해 8면 종합면을 통째로 도배했다. 사설에서도 찬양 일색이었다. <동아>도 <조선>에 뒤지지 않았다. 이 신문도 <조선>처럼 1면 기사에 이어 A10면을 도배했다.

<조선>이 8면에 실은 “‘학교 자율화’ 교육현장·학부모 반응” 기사는 한편의 코미디다. 먼저 기사 내용부터 보자.

“0교시 수업·심야학습 ‘환영’=0교시 보충학습과 야간 자율학습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는 방침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환영했다. 학부모 박희영(여·41)씨는 ‘방과 후에 따로 돈 들여 학원이나 개인 독서실 보내는 것보다 훨씬 교육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교사들은 ‘학습 시간이 길다고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보충·자율학습을 시키면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 방법을 선택할 권한을 침해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0교시 수업과 심야학습에 학부모는 환영하는데 교사는 반대한다는 얘기다. 지금 이글을 읽는 상당수의 독자들도 학부모일 것이다. 주변에서 0교시 수업에 찬성하는 학부모를 본 적이라도 있는가?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침밥 해먹이기 힘들어서라도 0교시 수업은 못마땅해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조선>에게 이런 학부모들은 극소수로 보인다. 제 눈에 안경식 보도를 일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친 정권 신문 이권 챙겨 준 학교 자율화


이런 보도 속에서도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는 일도 빼놓지 않는 게 <조선>의 사업 감각이다. 이날 8면에서 이 신문은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금지’도 풀려”란 제목의 기사를 한 꼭지 편집했다.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에 따라 일선 학교의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금지 지침이 사라짐으로써 전국 초등학생들이 어린이 신문을 구독해 수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어린이 신문 단체구독 금지 지침이 내려진 것은 지난 2006년 5월. …이는 전교조가 ‘신문사와 학교 사이에 기부금 수수가 있다’며 금지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정권에 비판적인 조선·동아일보가 어린이 신문을 발행하는 것도 겨냥한 조치였다.”

교과부 발표에 따라 <소년조선일보><어린이동아>를 내는 친 정권 신문들의 숙원사업도 해결된 셈이다. 반면 소년신문 집단 구독 반대운동을 해온 교육시민단체들의 바람은 물거품이 되었다. 두 신문이 두 손 들어 박수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아>도 지난 해 16일치 기사에서 “초중고교의 이른바 ‘0교시 수업’이나 심야보충수업 규제가 사라졌다”고 환영보도로 덧칠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금지해 온 초중고교의 이른바 ‘0교시 수업’이나 심야보충수업 규제가 사라지고 모든 학년에서 수준별 반 편성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방과후학교를 학습지 회사나 학원 등 영리단체에 위탁 운영할 수 있고, 초등학교 방과후학교는 특기적성 프로그램만 운영할 수 있었으나 영어 수학 등 교과 교육도 할 수 있게 된다. 참여정부 시절 초등학교들이 어린이신문을 단체로 구독하는 것을 금지했으나 이 규제도 폐지된다.”(1면)

지난 해 15일, 나도 교과부 발표 현장에서 취재를 했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0교시 수업 부활이나 우열반 편성, 심야학습 등은 <조선><동아>가 교과부 발표보다 한참 앞서간 것이다. 이날 교과부는 ‘0교시, 우열반이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도 두 신문은 규제 폐지, 학교 자율화란 구호를 강조하려다보니 자충수를 뒀다.

결국 이들의 보도를 제지하고 나선 곳은 다름 아닌 시도교육감들이었다. 이후 시도교육감들은 0교시나 우열반, 심야보충수업 등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회의 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반면, 청소년들이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란 구호를 외치며 거리에 나선 데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두 신문의 덕이 컸다. 당장이라도 0교시와 우열반이 편성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 학생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 탓이다. ‘미친 교육’이란 신조어의 배경엔 이런 비정상 보도가 있었던 것이다.


‘미친 교육’ 외치게 만든 그들의 자충수


친 정권 신문들의 자충수는 사설에서 더 잘 드러난다.

<조선>은 16일치 사설 “교장끼리 누가 '좋은 교육' 시키나 겨루게 하자”란 제목을 실었다.

이 사설은 먼저 “지금까지 학교들은 수업시작 종을 아침 몇 시에 울리느냐 하는 것까지 교육부 지침을 받아 해왔다”면서 “학교가 지역 현실, 학생 수준에 맞춰 독자적 교육 프로그램을 갖는다는 건 꿈도 꾸기 힘들었다”고 엉뚱한 주장을 하면서 시작된다.

다 아시듯 이미 시종시간은 이전 정부 때부터 학교 자율사항이었다. 학교가 지역 현실에 맞춰 프로그램을 갖는 것 또한 누가 말려왔단 말인가? 학교를 이렇게도 모르는 논설위원들이 쓰는 사설이니 오죽하랴.

이어 이 사설은 다음처럼 주장한다.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교운영의 재량권을 준 뒤 다른 학교보다 좋은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교장과 교사에게 자율을 주고 어느 학교 어느 선생님이 더 잘 가르치느냐를 겨루게 하는 일, 그것이 대한민국 교육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이다.”

참 고마운 말이다. 교장과 교사에게 자율을 주라니 얼마나 고마운 말인가? 하지만 교과부가 이른바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내놓은 뒤 벌어진 상황을 보자.

시험 선택의 자율권은 일제고사 무력 강압으로 사라졌다. 그나마 교장에게 넘겨준 체험학습 승인권 또한 박탈했다. 법으로 보장한 교과서 선택 자율권도 앗아갔다. ‘금성출판 근현대사 교과서’ 강제 변경을 놓고 하는 말이다.

이런 ‘학교 자율화’ 침해 사례에 두 신문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위 사설대로라면 결사항전이라도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신문들의 보도행태는 정반대였다. 그들이 쥔 펜대로 ‘자율 선택권’을 옹호한 교사들을 두들겨 패지 않았는가.

<동아>는 교과부가 던져놓은 자율화 프레임을 전교조 공격으로 활용하는 민첩성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해 17일치에 나온 A12면 “학교자율화, 전교조가 ‘NO’하면 속수무책”이란 기사와 사설이 대표 사례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우열반 편성, 0교시 수업, 심야보충수업 금지 등 초중고교 관련 29개 규제 지침을 폐지하고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조치를 발표했지만 시도 교육청과 교원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에선 이를 금지하고 있어 자율화 조치가 이행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사설 “전교조, 학교 자율화 발목 잡지 말라”에서는 “전교조는 ‘학교의 학원화’라고 딴죽을 걸고 나왔다”면서 “학교를 옥죄는 규제를 없애는 것은 교육자율화 및 학력수준 향상을 위해 옳은 방향이다. ‘학교의 학원화’가 아니라 학습열을 사교육에서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의 위 기사는 보도 자체로만 보면 뛰어난 것이었다. ‘전교조 단협’이라는 교과부 정책을 막아선 장벽을 최초로 밝혀낸 보도였기 때문이다.

이 보도 뒤 교과부는 전교조 단협 폐기 활동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동을 뜨더니 다른 교육청들도 단협 폐지 발표에 줄줄이 나섰다. 교원노조의 단협 체결 자율성을 이른바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이 훔쳐간 것이다.


그들의 거짓말은 들통이 나고…


교과부가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 해 4월에 던진 학교 자율화 프레임. 프레임 확대를 위해 온 힘을 다한 <조선>과 <동아>. 이들의 주고받기 식 협력 속에서 ‘학교자율화’란 거짓 프레임이 국민들에게 먹혀드는 듯도 했다.

하지만 교육시민단체들은 이 프레임에 맞서 ‘학교 학원화’, ‘공교육 포기 계획’이란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교과부 4.15 대책의 본질을 꿰뚫은 말이었다.

게다가 “미친 소 너나 먹어!”를 외치던 학생들은 “미친 교육”이란 말까지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촛불시위 정국 속에서 이들의 거짓 자율화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한 꺼풀씩 드러났다.

MB정부가 던진 학교 자율화 프레임은 지난 해 이맘때쯤 수많은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었다.

한 해가 흘렀을 뿐인데 많은 이들은 ‘학교 자율화’는 빚 좋은 개살구이며 거짓 포장술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 정권 신문들이 아무리 판을 쳐도 거짓말은 들통이 나기 마련이다.

 

월간<우리아이들> 200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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