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0일 목요일

한국교총의 진짜 정치행위를 알려주마.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_22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심한 당혹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1. 정부는 공권력의 남용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정을 쇄신하라.

1. 미디어법 등 반민주 악법 강행 중단하고,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 의혹 해소하라.

1. 자사고 설립 등 경쟁만능 학교정책 중단하고, 학교운영의 민주화 보장하라.

1. 빈곤층 학생 지원 교육복지 확대하고, 학생 인권 보장 강화하라.”


전교조 소속 교사 1만 7189명은 지난 6월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사 시국선언을 내놨다. 이를 놓고 보수, 혁신 신문들이 드잡이를 벌이고 있다.


교사 시국선언에 보혁신문 드잡이


이 신문 사이의 싸움을 지켜보는 교과부와 청와대는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 것이다.

어차피 교육계 신문 지형은 8(보수):2(진보). 신문들이 보도하면 할수록 그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를 지켜보는 교사들의 속마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먼저 신문들의 ‘교사 멱살 잡기’ 현장을 살펴보자.

친MB 신문의 대명사로 통칭되는 <동아일보> 19일치 사설 제목은 “전교조, 아이들도 ‘억지 시국선언’ 식으로 가르치나”였다.

“전교조가 어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정치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에 위배되는 행위다.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어서 아이들에게 미칠 나쁜 영향이 더 걱정스럽다. …전교조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국민의 버림을 받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대선 불복종을 선동하는 듯 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국민의 버림을 받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글귀에 대해 ‘대선 불복종 선동’이란 꼬리표를 붙이는 표현이 재미있다. 우짜둔동 선거와 연결해야 ‘공무원과 교원노조의 정치활동 금지’라는 법 그물에 옭아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위와 같은 류의 말은 아마 도덕 교과서에도 나와 있을 것이란 걸 알아주길 바란다.

<중앙일보>도 충성 경쟁에서 뒤쳐질 수야 없었겠지. 이 신문도 <동아일보> 사설 하루 뒤 인 6월 20일치 신문에 사설을 썼다. 제목은 <동아일보>와 거의 같은 “‘시국선언 교사’에게 아이 맡겨도 될까”였다.

“초·중·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시각이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쳐도 되는가. 치우친 정치적 견해를 이런 방식으로 표출하는 게 온당한 일인가. 과연 내 아이를 그들에게 맡겨도 되겠는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그제 발표한 ‘교사 시국선언’은 그나마 남아있던 전교조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든다.”

이어 전교조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논리보다는 흠집잡기인 셈이다.

“정부는 시국선언 교사들을 징계할 방침이고, 전교조는 ‘불법이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합법·불법 여부보다 이런 비뚤어진 인식을 가진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끼칠 악영향이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전교조 교사의 교생실습 여대생 성추행 사건 등을 생각하면 지금 전교조에 어울리는 것은 시국선언보다는 자정선언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 참인가.”


교과부의 자가당착에 <조선일보>는 잠잠


애석하게도 6월 21일 현재 <조선일보>는 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사설을 쓰지 않았다. 조중동 삼총사의 공동 행보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교육언론비평을 하면서 느낀 점을 사족으로 달면 <조선일보>는 나름 영리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트집 잡힐만한 상황에서는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재주가 있다. 이번에도 그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사 시국선언을 진압하기 위해 정부가 몽둥이를 들고 나서는 행위에 대해 <조선일보> 나름대로 보조를 맞추면 모양새가 우습게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튼 MB정부 속 교과부는 이번 시국선언 참여 교사를 향해 징계 엄포를 놓고 있다. 교육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에서 규정한 정치활동 금지, 복종의 의무, 집단행위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교과부의 이런 행동은 상황 반전을 위한 MB 청와대의 고육책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교조를 물고 늘어지는 ‘물귀신 작전’으로 벼랑에 몰린 전세를 바꿔보겠다는 것 아니겠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국선언 징계 움직임에 나선 교과부는 ‘자가당착’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 치고 장구 친 곳은 다름 아닌 교과부인 탓이다.

언론들은 교과부 교원단체협력팀이 지난 6월 12일 작성한 다음과 같은 글귀가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전교조의 서명운동은 헌법에서 보장한 의사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어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성실·복종 의무를 지는 직무수행과 연관성이 멀고 서명에 걸리는 시간도 몇 분에 불과해 직무 전념성을 훼손한다고 보기 힘들다.”

교원단체협력팀은 전교조와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 업무를 관할하는 부서다. 이들의 문건은 몇몇 실무진의 의견이 아니다. 교과부 자문 변호사와 법무사 등의 의견수렴과 판례를 분석한 결과인 것이다. 유권해석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 무게감이 크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과부는 자신들의 내부 결정을 5일 만에 뒤집었다. 유권해석을 무시한 동력이야말로 바로 MB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계산된 정치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은 이런 모습을 비판한 지난 20일치 <한겨레신문> 사설 “교과부의 비상식적인 시국선언 교사 징계 추진”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원 1만7000여명이 시국선언을 한 것과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동자와 적극가담자를 중징계하고 위법 행위자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먼저 교과부의 이런 조처는 전례도 근거도 없는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교조가 합법화된 이래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교사들의 집단성명이나 시국선언을 이유로 징계를 추진한 적이 없다. 시국선언이란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의 범위 안에 속하는 것으로, 이를 징계한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어 이 신문은 교과부의 교과부가 만든 위의 문건을 인용한 뒤, “교과부 상층부가 정권안보의 들러리를 자임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억지를 부릴 까닭이 없다”면서 “미래세대 교육을 책임지는 부서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몰아붙였다.

같은 날 <경향신문>도 “시국선언 교사들이 공안사범이라도 되는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교과부의 행위를 비판했다.

“(교과부의 징계 운운은) 지난해 촛불정국 때 학교 대표자 8692명이 검역주권 회복 시국선언을 한 것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과도 모순된다.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자 시민으로서 양심에 따라 헌법에 보장된 의사표현을 했다. 이를 막는 교과부의 태도는 시국선언이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MB정부의 감초 한국교총 나타나셨네


시국선언을 놓고 극과 극을 이룬 신문들의 보도를 살펴봤다. 이제 MB 정부의 감초 노릇을 자처하고 나선 한 교원단체를 살펴봐야 할 때다. 그 이름은 바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다.

이 단체는 요즘 전교조의 시국선언 때문에 유명세를 탔다. 다음은 신문보도 내용이다.

“(전교조의 시국선언에 대해) 한국교총은 ‘학교는 정치선전의 장이 아니다’며 전교조를 강력 비판했다. 전교조의 시국선언이 정부와 전교조에 이어 교원단체 간 갈등으로 번진 것이다.”(6월 19일치 <중앙일보>)

“한국교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유지해야 할 학교현장이 정치선전장으로 오염될 우려가 있고, 교육혼선, 학습권 침해를 조장할 개연성이 높으므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6월 18일치 <세계일보>)

전교조의 시국선언에 왜 자꾸 한국교총이 등장하고 있을까? 그 까닭은 이들이 MB 친위대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17일 성명서 ‘학교가 정치선전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를 재빠르게 내놨다.

이 단체가 내놓은 성명서 줄거리를 훑어가면서 이 단체의 과거 행태를 짚어보자. 성명서는 다음처럼 시작된다.

“전교조가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로 한 데 대해, 한국교총은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유지해야 할 학교현장이 정치선전장화로 오염될 우려가 있고, 교육혼선, 학습권 침해를 조장할 개연성이 높으므로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시국선언이 정치중립성을 오염시키고 교육혼선을 조장한다는 주장이다. 좋다. 어느 단체나 주장은 할 수 있으니 인정하고 넘어가자.

하지만 다음 내용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법률적․교육적으로 옳지 못한 교사의 시국선언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수차례 이루어져 왔음도 개탄스럽다. 그간 정부와 시․도교육청도 학교 현장에서 불법적 시국선언 서명이 이루어져왔음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대처를 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보도자료 작성자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4년 10월 13일 자신들의 시국선언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것 같다. 마치 일제고사에 반대하던 자신들의 과거를 까먹은 채 일제고사 찬성 성명서를 낸 지난해의 모습을 재연하는 꼴이다.

현 교총회장인 이원희 당시 교총 부회장과 윤종건 당시 회장은 이날 교과부 앞에서 ‘교육 비상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학생선발권을 대학자율에 맡기고 정부·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 추진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음은 이를 보도한 <문화일보> 2004년 10월 13일치 기사다.

“교총은 1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교육비상 시국선언을 갖고 ‘고교

등급제 및 사립학교법 개정 등을 둘러싼 갈등이 교육계를 넘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 상황은 교육 비상시국’이라며…”

이 당시 참여정부 교과부는 물론 어떤 신문도 교총의 시국선언에 대해 정치행위니 집단행위니 하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았다. 물론 지금의 전교조 시국선언 비판에 혈안이 된 신문들도 입을 꽉 다물었다.

더 말해 무엇하랴. 아무튼 교총은 자신들의 시국선언을 5년 뒤 ‘불법’으로 규정하는 우를 범했으니 이 어찌 코미디가 아니겠는가. 이 때 참여정부가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보수언론과 교총이여, 제 눈의 beam부터 빼라


교총이 낸 ‘시국선언 비판’ 성명서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도 들어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든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과 관련한 내용이 아닌 정치적․사회적 사안에 대해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유․초․중등 교사의 불법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과 집단적 행위 자체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이 단체는 전교조 교사가 시국선언을 위해 서명한 것에 대해 불법적인 정치행위와 집단행위로 규정했다. 이어 이 두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쩌랴. 불과 7개월 전인 지난 해 11월 25일 자신들은 교원 22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면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던가. 물론 이 당시 주장이 교육세 폐지 반대와 연금법 문제였으니 이해하고 넘어가자.

하지만 이 단체 이원희 회장 등은 대선 기간 이명박 후보가 1위인 자체 조사 결과를 만들어 돌리는가 하면 대선 후보 등을 초청해 군중집회 등을 열었다가 선관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사실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 위반이라는 것은 대법원 판례 등을 볼 때 특정인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행위를 벌였을 때 해당된다. 정책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은 의사표현일 뿐이지, 법으로 금지한 정치행위는 아닌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행위의 진수는 2005년 11월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펼쳐진 한국교총의 교육파탄 규탄 전국교원총궐기대회에서 엿볼 수 있다. 이날 한국교총 산하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대회에 참석했다.

“김진표 장관은 사퇴하고 경기지사 출마 포기하라.”

물론 이런 한국교총의 ‘정치행위’에 대해 보수신문들은 자기 식구 챙기듯 따뜻하게 보도해줬다. 한국교총이든 보수신문이든 제 눈에 들보(beam)부터 뺄 생각하지 않고 남 눈의 티만 탓하는 꼴이니 이 어찌 가소롭지 아니한가.


월간<우리아이들> 200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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