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꼴 형님과 학교 뒷산에 오르다

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오후 9시 19분 날씨 갬

 

내가 술을 먹으면 '꼴통'이라고 부르는 형님이 있다. 나이 50에 가까운 분이다. 이 형님은 현재 내가 근무하는 학교와 붙어있는 중학교 사회 교사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가평에 묻힌 돌멩이들을 파내는 '꼴통' 일을 하고 있는 '재야사학자'이기도 한 이 형님과 드디어 학교 앞 산에 올랐다. 토요일인 지난 28일의 일이다.

 

이날 산에 오른 시각은 오후 12시쯤. 내 배낭엔 라면 2개와 코펠, 그리고 물통이 담겨 있었다. 이 형님 배낭엔 물 한통, 그리고 김치와 김밥이 담겨 있었다.

올해 가끔 학교 후문에서 담배를 피면서 한 말이 있다.

 

"형님 이 앞산 꼭 한 번 올라가야지요?"

"그러게 이번 주는 어때?"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 죄송해요. 이번 주엔 약속이 있는데요." 이렇게 미루길 서너 번, 드디어 서울 약속이 깨지면서 이 형님과 함께 산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 형님 또한 요새 출판 준비하느라 엄청 바쁜데 내가 바쁜 척 폼잡은 것이 한껏 미안하던 터, 드디어 오르게 된 것이다.

 

헉헉, 숨이 턱 막힐 즈음인 오후 1시 쯤. 우린 정상에 올랐다. 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이고 학교 건물이 보였다. 울 학교는 참 새건물이다. 이 마을에서 제일 좋은 건물이 우리 학교처럼 보였다.

 

정상에서 오이를 하나 먹은 뒤에 능선을 따라 오후 3시 30분쯤까지 걸었다. 낙옆 밟는 소리가 좋았고, 밟는 느낌이 푹신했다. 풀도 거의 없고 뱀도 없다. 앞이 휜히 트인 겨울산이 등산하긴 딱이다.

 

우린 길을 가다가 다른 능선을 여러 번 타다 다시 돌아섰다. 이 형님 왈,

 

"사람이라는 게 좋은 길을 만나면 자기 가야할 길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 중에 좋은 길을 따라 나서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학 시절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내가 하고픈 일보다는 내가 필요한 일을 하자' 뭐 이런 식의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동네 뒷동산보다는 중국의 태산을 먼저 생각하고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오대산 이런 유명한 산을 즐겨 찾은 내 모습은 바로 내 삶의 연장선상이었다.

 

꿀맛 같은 라면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라면도 이렇게 맛이 있을 수가 있구나' 하고.

 

꼴통이란 말은 사실 안 좋은 말이다. 그런데 나 또한 '꼴통' 족 중에 하나였다. 정말이다. 다른 이들은 지난 해 내 취재하는 모습을 보고 '윤뻥, 꼴통'이란 별병을 붙여준 바 있다. 듣기 싫지는 않는 것이었다. 모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붙여준 또다른 이름이었기에 그랬다.

 

그래도 나는 우리 지천명에 이른 형님한테 꼴통이라 부르는 일은 그만둬야겠다. 뒷산을 오를 때 돌담처럼 생긴 것만 발견하면 무슨 석기시대 쌓은 성이 아닐까 찾아보는 이 형님의 모습, 이것이 진짜 학자의 자세요, 선배다운 선배의 태도다.

 

이 형님한테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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