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교육에 바란다-
‘느림의 자율’을 허하라
가평에는 산이 많다. 그래서 이 산을 오르기 위해 놀러오는 사람들도 많다.
등산하는 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두 부류다. 한 부류는 산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거침없이 숨을 몰아쉬며 뛰다시피 한다. 또 다른 부류는 주변의 경관을 즐기면서 노래까지 곁들이며 산에 오른다.
삶의 목적이 ‘너나, 우리’의 행복이라고 볼 때, 이 등산에서 진정한 성공을 거둔 사람은 누구일까? 피에르 쌍소는 자신의 책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느림의 미학은 단지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서 급하게 해치워버려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고 했다.
교육은 ‘백년의 큰 계획’이다. 교육하는 과정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 교육기관이라는 교육 4주체의 끊임없는 대화 과정이다. 대화는 느긋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볼 때 교육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바로 조급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서울에서 교사생활한 지 10년 만에 내 고향 가평에 와서 한 해 동안 교사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파견교사 노릇을 한 것이다.
한 해 동안 내 삶의 이웃은 가평 목동초 교사들이었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어 다녔다. 교수 학습을 위해, 공문 처리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 교사들이 서울에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 또한 서울에서 한 해 동안 처리하던 공문 분량을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낸 적도 있었다. 그 만큼 처리할 일이 넘쳐난다는 얘기다.
이런 ‘빨리 빨리 문화’ 속에서 정작 ‘느림의 아름다움’은 홀대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어느 시인은 말했다.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고 빠름은 부지런함이 아니다. 느림은 여유요, 성찰이요, 평화다. 빠름은 불안이자 위기이며 무한 경쟁이다.”
느림 속에서 성찰도 나온다. 이런 성찰의 시간이 있을 때 교사들은 참교육을 위해 마음을 담아 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현 정부는 ‘학교 자율화’ 구호를 맨 앞에 내세우고 나섰다. 자율이란 것 또한 믿고 기다림 뒤에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 이것이 믿고 기다릴 줄 아는 교사와 교육청이야말로 ‘학교 자율화’를 꽃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가평교육에 부탁 하나만 하고자 한다.
‘느림의 자율을 허하라!’
가평교육청 홍보지가 있는데, 거기에다 우리 학교 선생님이 글 하나 쓰라고 해서 급하게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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