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7일 화요일

시험 결과표를 적으면서...

2009년 10월 27일 오전 11시 08분 날씨 흐림

 

어제 시험 결과표를 적었다. 우리 반 18명의 중간고사 결과를 종이에 적는 것이다. 학부모에게 학생의 시험 결과를 알려드리기 위해서다.

 

중간고사 점수에 학생들은 괴성과 탄식을 함께 보냈다. 당근 시험 점수가 높은 학생은 좋아했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시무룩했다. 수업태도가 좋고 발표도 잘 하는 어떤 학생은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이들이 맥빠진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난 시험에 대해 온갖 생각이 들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월말고사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시험의 결과 학력이 높아졌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내가 11년 전 학교에 첫발을 디딜 때 내가 가르칠 학생들에겐 시험이 없었다. 일제고사를 비롯하여 온갖 종류의 지필시험을 보는 것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던 때였다. 나는 이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하면서 이들의 생각 깊이가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이들의 학력 또한 상당히 높았다.

 

이제 정권이 바뀌고 다시 시험이란 것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학부모 입장에선 자녀의 성적을 점수로 내서 착착 알려주니 중요정보를 얻는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험이 없던 그 시절 그 아이들은 학업성취도국제비교(PISA) 결과 세계 종합 2등을 한 세대였다. 이들이 곧 언론이 학력 저하 세대로 몰아세운 이해찬 세대다. 우리가 일제고사 모범국으로 삼는 미국과 영국의 학력 수준은 우리에게 쨉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범 씨가 책에서 말했듯 언론의 가장 큰 사기는 바로 '학력저하론'이다. 이런 사기 행각 속에서 나온 것이 학력신장방안이고 일제고사다.

 

내가 시험 점수와 이에 따른 코멘트를 적기는 하지만... 이럴 때마다 마음이 무거운 것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다.

 

 

2009년 10월 26일 월요일

저는 <조선일보입니다> “외고 좀 살려주셈~”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_25 

 

저는 <조선일보>입니다. 지난 10월 12일 수능 성적 공개로 다시 한 번 입길에 오르내린 그 신문입니다. 저랑 같은 ‘조’자로 시작되는 조전혁 의원(한나라당 교육상임위)이 자료를 빼줄 때만 해도 쾌재를 불렀습니다.

전문 연구자에게 보내겠다던 그 수능 성적을 통째로 제가 받았으니, 횡재를 한 것이지요.


저는 특종을 한 <조선일보>입니다


사실 조 의원이 저에게 원자료를 덥석 넘겨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는 지난 10월 5일 보도자료를 내어 “수능 성적 자료가 국회의원에게만 공개될 경우 정치적 선동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교수, 연구원 등 전문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그렇게 되면 교육정책이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의 보도자료가 나온 뒤 딱 일주일 뒤인 12일 저는 수능 원자료를 단독으로 받아 대서특필할 수 있었습니다. 조 의원이 말한 전문연구자는 알고 보니 대학 교수와 연구원이 아닌 <조선일보> 기자였던 것입니다.

특종과 대박. 이 두 낱말이 저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팩트(사실)는 다른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고, 더 좋은 팩트는 기자의 마음을 뛰게 하는 법입니다. 저는 고교별 수능 성적에 따른 서열을 쫙 매기는 순간 숨이 멎을 뻔 했습니다.

바로 이거야! 저는 이날 다음과 같은 멋진(?) 제목을 1면 대문에 큼지막하게 걸었습니다.

“수능 국영수 대원외고 1위, 민사고 2위.”

부제는 “2200여 고교 작년 성적 입수… 수리영역 100점 이상 차이, 학력격차 심각”이었습니다. 우선 특목고 대표 격인 대원외고가 1등이고 자립형사립고 대표 격인 민사고가 2등이라는 사실을 알린 뒤, 학력 격차가 심각하다는 점을 내보이기 위한 편집이었습니다. 엘리트 학교를 돋보이게 하고 고교평준화의 폐해를 알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이를 위해서 같은 날 다른 면에서는 “30위 중 26개교가 특목고”라는 제목을 올렸습니다. 다음과 같은 기사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수능 성적 상위권 학교는 특목고(자사고 포함)의 ‘독무대’였다. 수능 3개 영역(언어·수리·외국어) 평균 합산 상위 30개 중 특목고가 26개를 차지했고 나머지 4개 고교는 비평준화 일반계고였다.”(같은 날 <조선> 기사)

이 수치는 지난해 전국 수험생(58만명) 중 상위 4% 안에 든 1등급 학생들 비율을 견준 것입니다. 1등급 학생 비율이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학교에 상위권 학생이 많다는 뜻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상위권 학생이 많은 학교는 수도권 지역 특목고와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 서울 강남·서초구 소재 학교에 많았으며 이들 학교는 지난해 입시에서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합격생을 다수 배출했습니다. 특히 강원도 횡성에 있는 민사고와 서울 대원외고 등의 학력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같은 날 <조선> 기사)


‘평준화 실상’ 알리려다 ‘외고 실상’ 들켰네


조의원은 왜 저한테만 자료를 건네주었을까요? 그리고 저는 왜 나름의 분석방법으로 수능 성적을 큼지막하게 보도했을까요?

지난 14일치 사설을 보면 힌트가 보입니다. 저는 ‘학부모 속여 온 평준화의 실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추첨으로 신입생을 배정하는 평준화 고교들은 학생들 성적이 비슷비슷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딴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평준화제도의 무엇이 어떻게 잘못돼 있기에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지를 알아야 그걸 고칠 방법을 강구할 수가 있다”고 주장한 뒤, “학교 간 성적 격차를 무슨 기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학부모 모르게 쉬쉬하고 감춰서라도 평준화를 계속 끌고 가자는 사람들은 겉으론 평등론자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그 속을 캐보면 위선적 비평등론자일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결국 이 자료를 통해 평준화 흠집 내기를 한 뒤, 평준화를 옹호하는 세력을 ‘좌파’로 몰아세우는 등 그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10년째 목청을 높여온 평준화의 ‘붕어빵 교육론’, ‘학력저하론’, ‘조기유학 부채질론’을 뒷받침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지요.

이에 대해 좌파 정치권의 공격은 거셌습니다. 예상대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들고 일어나더군요.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학벌의 폐해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학교서열화를 통해 고교등급제를 시행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고, 진보신당은 ‘그 엄청난 자료를 한탕주의 식으로 공개했으니 이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내 놓으라’고 윽박질렀습니다. (<연합뉴스> 10월 13일치 재인용)

전교조는 조 의원을 지난 15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저한테 자료를 넘겨준 것이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8조 2항인 ‘자료를 제공받은 자는 그 본래의 목적 외에 이를 누설하거나 부정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어겼다”는 게 그 이유더군요.

사실 이처럼 교육계를 벌집 쑤신 듯 만든 것은 언론으로선 싫지 않은 일입니다. 이런 것을 두고 ‘약발이 먹혔다’, 또는 ‘의제화에 성공했다’고 하는 것이니까요. 신문 가판 판매에서도 제법 짭짤한 재미를 봤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 계산대로 교육정치계의 풍향계가 착착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평준화 해체’ 노린 보도, ‘외고 해체론’ 부메랑


문제는 제 기사가 너무 약발을 받다보니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외고폐지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학력격차의 주범이 바로 외고와 자사고란 사실이 저의 보도로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이지요. 수능 성적 상위 30개 학교 가운데 26개가 특목고이니 말입니다.

외고 폐지 전선에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찬동하고 나서고 있네요. 한 대통령 측근 의원은 “외고는 분명히 마녀”라고 말할 정도니 기가 턱 막힐 지경입니다.

저의 특종에 ‘외고 폐지론’으로 맞불을 놓은 곳은 좌파신문인 <한겨레>였습니다.

이 신문은 13일치 사설 ‘무엇을 위한 성적공개인가’에서 다음처럼 말하더군요.

“조선일보는 수능 1등급 학생 수가 많은 학교 역시 특목고와 비평준화 지역의 우수학교들이었다고 썼다. …그렇지 않아도 과열돼 문제가 되고 있는 특목고 입시를 부추기고, 평준화 제도를 뿌리부터 흔들려는 의도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되는 행태다. 보도를 접한 많은 이들이 조선일보가 외고 등 특목고 대비 모의고사 사업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을 연상하게 되는 까닭이다.”

이 신문이 걸고넘어진 ‘특목고 대비 모의고사 사업’은 제가 지난 10월 11일 치른 ‘제10회  2010학년도 외고/자사고 입학대비 실전 모의평가’를 두고 한 말입니다. 저는 ‘맛있는 교육’이란 사이트에 다음처럼 홍보를 해왔습니다.

“조선일보와 조선일보교육미디어는 외국어고/자사고 입학을 목표로 하는 전국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제10회 외국어고/자사고 입학대비 실전 모의평가를 오는 10월 11일 공동 주최합니다. 전국 최대 규모, 최고수준, 최다합격률을 자랑하는 조선일보교육미디어 학력평가와 함께 2010년 외고/자사고 합격을 미리 준비하세요.”

하지만 응시료는 실비 수준인 2만5000원밖에 받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가 눈독을 들인 것은 최근 문을 연 ‘에듀원’이라는 인터넷 학원이죠. 특목고 자사고 국제중 대비 한 강좌당 6~8만원씩을 받고 있으니 앞으로 짭짤한 수입이 기대됩니다. 제가 신문을 통해 외고와 자사고 모의고사를 홍보하고, 이를 보고 온 학생들을 제가 만든 인터넷 강좌로 몰입시키는 3단계 패스 작전이야말로 기막힌 돈벌이 수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한겨레> 사설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 부분이 제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학교 간 격차의 심각성도 확인됐다. …교육당국이 할 일은 평준화 해체가 아니라 낙후학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교육의 형평성을 제고함으로써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사교육의 진원지이자 학교 서열화, 고교 등급제 등 한국 교육 파행의 원천인 특목고부터 해체해야 한다.”


그렇게 믿었던 한나라당 너까지…


‘평준화 해체’를 노린 제 보도를 갖고 ‘특목고 해체’를 선동하고 나서다니, 씨알이 먹히는 소립니까? 그런데 말이 되는 모양입니다. <한겨레> 보도 이후 상당수의 신문들이 외고 폐지론을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세계일보><한국일보><서울신문><부산일보> 등이 모두 수능성적을 걸고넘어지면서 ‘외고 개혁’을 부르짖는 사설을 썼습니다.

<서울신문>은 19일치 사설에서 “(외고가) 수능성적 상위 30개 고교 가운데 26개 교를 차지하는 현실은 당혹스럽다. 설립취지에 맞지 않게 변질 운영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고, <부산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외고는 수능성적 상위 학교를 석권하는 등 ‘귀족학교’ 또는 ‘입시 명문’으로 둔갑해 버렸다”면서 개혁을 촉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놀라운 것은 그렇게 믿었던 한나라당 교육상임위원들까지 외고 개혁론을 부르짖고 나섰다는 겁니다.

다음은 이를 다룬 <중앙일보> 20일치 기사입니다.

“외국어고에 대한 한나라당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두언 의원이 19일 ‘외고는 분명히 마녀’라고도 했다. 권영진 의원도 ‘외고는 전문 입시 학교로 전락, 사교육비의 원인이 됐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계층 간 위화감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역시 교과위 소속인 임해규 간사는 “외고가 특목고로서 특별한 지위를 누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중앙 기사 요약)

평준화 해체를 노린 돌팔매가 부메랑이 되어 ‘외고 해체론’에 기름을 부은 뒤, 저의 외고 학원 사업을 잠식하게 된 셈입니다.

저는 급한대로 19일치 기사에서 ‘외고 폐지론에 교육계 반발 확산’이란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기사는 다음처럼 속이 휜히 들여다보이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한 외국어고 폐지(자율고 전환)론에 대해 과거 정부의 '하향평준화' 논리와 유사하다는 역풍이 거세다. 외고 진영은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했고, 교육학자들은 ‘외고 폐지론은 엘리트 교육을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사설에서는 더 쎄게 나갔습니다. 제목은 “더 많은 외고 만들고 빈곤층 자녀 기회 크게 늘려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외고를 더 만들라고 주장해야지, 현 상태라도 유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야누스의 얼굴’식 교육보도, 왜?


하나의 몸통에 서로 다른 표정인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신. 로마신화에 나오는 그 신의 이름이 야누스라고 하더군요.

요즘 사교육과 외국어고(외고) 문제를 다루는 저의 얼굴은 제가 봐도 이 야누스를 닮았습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같은 편인 MB의 사교육 정책에는 찬성하는 척 해야겠지만, 외고는 저에게 밥을 주고 있는 곳이거든요.

수능성적 공개 불똥이 이렇게 엉뚱한 데로 튈 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세상은 ‘요지경’이고, 언론 보도 또한 ‘짜가가 판치는 요지경 속’인 것입니다.

 

월간<우리아이들> 2009년 11월호에 쓴 글입니다.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10월 중순 붉은 설악산 함 보실래요

10월 11일 붉은 산에 올랐습니다. 가을 설악산입니다. 붉디 붉은 그 모습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일단 전체 풍경만 올립니다.

 

 

 

 

 

 

 

 

 

 

아래 사진은 설악산 살찐 bulgom입니다.

 

 

명상을 10년 만에, 자신을 되돌아보기...

2009년 10월 13일 오전 11시 42분

 

마음을 자연스럽게 안으로 몰입시켜 마음 속의 자기를 발견하는 정신 수련. 명상의 뜻이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이란 말을 수 없이 들어왔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까닭은 앞날을 더 밝고 힘차게 개척하기 위한 것이리라. 명상을 하면 마음이 집중되고 안정되며, 머리도 맑게 되고, 얼굴빛도 좋아진다고 한다.

 

요즘 나의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는 우리 반 친구들이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 이러니 당연히 교실이 시장판이 되기도 한다. 옛날 도제식 교육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는 요즘이다.

 

허용적인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건만, 기본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교육 자체가 어렵게 된다는 생각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 김치 쪼가리를 먹으면서 학원 문턱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하고서도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들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집중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 반 명상을 시작하려고 한다. 1교시 전 5분 정도가 좋겠지. 음악도 골라야 하고. 10여 년전에 서울 5학년 학생들한테 했던 그 명상이 이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명상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 명상 준비해야지.  

학교 평가를 대면하며

2009년 10월 12일 날씨 맑음

 

학교평가가 16일이란다. 교사들은 공문들 복사하느라 바쁘다. 쌓이는 복사지만큼 교육의 성과가 쌓이는 것일까?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보여주기식 성과주의. 이건 교육과 인연이 없다. 근데 그걸 아무소리 없이 따라하는 난 뭔데~

2009년 10월 6일 화요일

입은 크고 귀는 없다면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요즘 주변의 얘기를 들어봐도 교사들의 큰 고민은 들을 줄 모르는 아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얘기는 할 줄 알지만 얘기를 들을 귀가 작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선생님 뭐라고요?"

 

이렇게 하루에도 서너번 씩 질문하는 아이들이 있다. 또 바로 그 얘기를 하려는데 말을 끊고 질문하는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는 그래도 다행이다. 어떤 말을 방금 전에 했는데도 아얘 들을 생각을 안하고 딴청을 피우는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입만 커지고 귀가 없어지고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고민들은 사실 이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마술을 갖고 아이들 눈길을 끌려고 하거나 만화와 영상을 갖고 집중의 방법으로 쓰는 교수법도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점점 더 그 강도를 세게 해야 먹힌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아이들이 '아이 참, 시시해~'하곤 처음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이다.

 

사실 아이들 귀에 쏙 들어가게 말하는 화술과 발문법은 훌륭한 교사의 미덕이다. 쉰 목소리에 자주 헛말을 하는 나로선 부러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오늘 희망을 봤다. 다른 반과 합동수업을 했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확연히 더 잘 듣더라는 것이다. 1학기보다는 2학기에 집중 잘 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것 참 희한한 일이지만, 이런 것을 보면서 나날이 발전하는 우리 반 아이들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