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3일 수요일

이 중국 화차복무원 상 줘야 합니다

때는 2010년 1월 3일 오후 3시 40분. 한국에 100년만의 폭설이 내렸다는 그 즈음, 나는 친황따오짠(진황도역)에서 베이징짠을 가는 열차를 탔다. 올 해로 80세를 맞은 황아무개 옹과 우리 일행 4명과 함께 말이다.

화차가 들어오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신도림역 출근길 지하철 타는 그 모습이 연출됐다. 올라타는 것부터 버거웠다. 허리 반동을 이용해 공간을 확보한 뒤 한발 한발 내딛는 식이었다. 이 곳에도 눈이 내린 탓에 모두 기차로 몰린 것이리라.

황아무개 옹은 내 바로 앞에서 간신히 화차에 올라섰다. 그 때 중국 공안복과 비슷한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등장하더니 뭐라고 큰 소리를 낸다. 키도 훤칠하고 잘 생긴 얼굴이다. 나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빨리 타라'고 신경질 내는 것인 줄 알았다. 이어 그는 황 옹의 손을 잡더니 화차와 화차 사이에 있는 한 칸막이 방으로 끌어당긴다. 나는 그곳이 전화박스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곳은 바로 그 복무원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한 칸막이 방이었다. 어르신이 입석표를 끊은 것을 안 이 복무원이 어르신을 위해 자신의 쉼터를 양보한 것이다. 우리 일행은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입가에 웃음기가 스몄다.

한 친구는 "중국 복무원들도 많이 변했어. 어르신을 알아보는구먼. 자기 자리까지 내주니께 말여."라고 말했다.

베이징짠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모두 7시간 정도. 천진을 통해 에돌아가는 기차였기에 두어 시간 더 걸렸다.

이 시간 동안 복무원은 재털이를 비우고 화차칸을 빗자루로 쓰는 등 바삐 움직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다리가 아픈 판에 그 오랜 시간 일을 하면서도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었다. 그는 주변 승객들과 계속 농담을 하는 등 싱글벙글이었다.

내가 중국 여행 기간에 읽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란 책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존경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내줌으로써 받기 시작하는 거야."

우리 일행은 그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마음가짐을 한층 좋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화차와 화차칸 사이에서 추위에 떨었다. 성에가 눈이 되어 5센치미터 가량 쌓일 정도로 추운 이 공간에서 오들오들 떨었다. 하지만 자기 자리를 내 준 이 복무원 덕분에 베이징을 가는 7시간 동안 마음 속엔 따뜻한 기운이 흘렀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이 복무원에게 박수를~ 이런 사람은 상을 줘야 하는데...

댓글 2개:

  1. 베이징에서 버스를 타면 경로사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주 보실수 있습니다. 한국이 점점 이런 좋은 문화를 잃어가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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