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5일 수요일

<46>한 줄 세우기, 그 후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

 

'일제고사 결과 공개', '수능 점수 공개'. 이 둘의 공통 목적은 바로 '한줄 세우기'다. 무엇으로? 단 한차례 치른 시험 점수로 학생과 학교의 우열을 쫙 펼쳐 놓기 위한 것이다.
 
최근의 '수능 성적 공개' 쇼에 주연을 맡은 것은 같은 '조'자 돌림인 조전혁 의원(한나라당)과 <조선일보>다. 올 초 '일제고사 결과 공개'쇼의 주연은 조중동과 교과부였다. 문제는 감독이 누구냐는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 차관인가, 아니면 그 윗선인가?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이랄까? '공개'족들이 연이어 자충수를 두고 나섰다. 두 번의 공개 쇼 모두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들통 난 것이다.
 
일제고사 성적 공개는 '임실의 기적'이 '임실의 조작'으로 판명된 뒤, 막장 드라마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최근 수능 성적 공개 또한 미응시자를 0점으로 간주해 잘못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과 중앙 신문이 합작으로 벌인 쇼치곤 수준이하다.
 
드디어 이들의 쇼를 지켜보던 신문들이 배우들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내려오든가, 공연을 당장 집어치우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다음은 <한국일보> 17일치 사설 '엉터리 수능통계로 그 난리를 쳤다니'의 일부분이다.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는 조전혁 의원의 해명은) 수능성적자료 공개가 얼마나 민감하고 파장이 큰지 깨닫지 못하는 태도다. 조 의원은 겸허하게 사과하되, 인식이 그 정도라면 가급적 교육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경향>도 같은 날 사설에서 "수능 원자료가 '고교 서열화'라는 선정적인 언론 플레이로 악용되면서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점수 계산 오류 사실을 특종 보도한 <연합뉴스>도 16일 시론에서 "현 교육체제에서 점수만으로 고교를 서열화하는 것이 무리한 발상이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계><국민><프레시안><MBN><매일경제><아시아경제><내일신문>등도 수능 성적 오류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18일 현재 이 문제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수능 성적 공개 자체가 큰 문제이지, 계산 오류는 지엽적인 문제"라는 게 이 신문 중견 팀장의 말이다. 이는 물어뜯을 사냥감이라면 정말 '말초적인 문제'까지 1면 머리에 내거는 조폭신문이 있는 현실에서 너무 점잖은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학교 서열화 카드를 빼들며 호들갑을 떨던 조중동은 '수능 계산 오류'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70년대에 받은 '한 줄 세우기 교육'때문에 인성이 집단 파괴된 탓일까? '여러 줄 세우기'라는 참교육의 필요성을 이 신문들의 낯 두꺼운 태도가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주간<교육희망> 2009년 11월 22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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