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_34
깎아지른 듯한 30m 절벽에 몸을 날렸다. 23일 새벽 ‘부엉이바위’는 이 모습을 지켜봤으리라.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통곡소리가 온 나라에 가득 찼다. 전교조 20돌 기념식이 열린 23일 전해진 비보는 교사들의 심장 또한 뜨겁게 만들었다. 전교조는 기념식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올렸다.
이런 불상사가 생기기 20년 전인 89년 5월 30일. 노무현 당시 국회의원(통일민주당)은 전교조 편집실을 찾아왔다. ‘전교조 결성 의의와 전망’이란 좌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주간<교육희망>의 전신인 <전국교사신문>은 같은 해 6월 5일치에서 그의 말을 다음처럼 중계했다.
“전교조가 정치투쟁화해 가고 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소수의 특권층들에게 항상 유리하도록 교육내용이 채워져 있지 않습니까? 그 교육노동에 종사하는 교사들이 사실상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는데, 어찌 정치무장화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 정치권력은 끊임없이 교사들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일하라고 강요해 왔습니다. 교육내용 또한 권력을 가진 세력들이 그 부당한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합리화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부당하게 정치권력을 거머쥔 자들이 그 권력을 계속 유지해 나가려면 군대, 경찰뿐만 아니라 언론과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탄압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을 거꾸로 얘기하면 교직원노조 정당성을 이미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참교육실현에 몸부림치는 교사가 없다면 제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겁니다.(웃음)”
고인이 서거한 지 사흘이 흐른 2009년 5월 25일 오후. 20년 전 그의 말을 되뇌어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대통령을 거치며 전교조와는 애증의 관계로 서 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일부 세력과 결탁한 족벌언론이 20년째 벌인 칼부림은 전교조를 향한 것만은 아니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 또한 그 얼마나 살벌했던가.
“‘노무현’은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어졌다. 전직 대통령의 명예도, 좌파 리더로서의 존재가치도 사라졌다. …그가 또 다른 그 어떤 사건을 가지고 ‘국민’ 앞에 나서서 그의 번잡한 언변을 늘어놓는 것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조선일보> 4월 27일치 김대중 고문 사설 ‘노무현씨를 버리자’)
이제 <조선>의 바람처럼 그는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그러나 전교조가 새싹처럼 돋아나던 날, 그가 한 발언은 전교조와 영원히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봄바람에 실려 전국을 떠다닐 고인의 가슴에도 전교조가 살아 있으리라.
교육희망 2009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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