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7일 월요일

원문 읽고 기사 씁시다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⑥
 
윤근혁
 
누리집을 돌다보면 누리꾼들이 기자들보다 더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최근 대한상의가 내놓은 ‘교과서 편향성 수정안’에 대한 논평도 그렇다.

지난 3월 31일,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는 ‘초·중·고 교과서에 이런 글이’란 고발성 제목이 붙은 <중앙일보>기사가 실렸다. 기사를 쓴 기자에겐 미안하지만 제목과 달리 내용은 보도자료를 ‘받아쓰기’한 수준이었다.

이 기사에 달린 52개 댓글 가운데 대부분은 ‘옳은 말 하는 건데 왜 시비인 건지’(아이디 x23102820)란 제목이 보여주듯 기존 교과서에 손을 들어줬다. 다음은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댓글이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횡포를 일삼는다. 기업은 이익 위해 유전자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교과서 내용 중에서 대한민국 경제에 적용되지 않는 사실이 무엇이 있는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횡포 부린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유전자 조작한 회사 한둘이 아니고….”(아이디 vision8724)

<동아일보>도 제목은 다르지만 <중앙일보>와 거의 같은 내용을 실었다. 다른 신문들도 보도자료 베끼기 식 보도는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다. 기자님들! 대한상의가 교육부에 건넨 건의문 원문은 읽어보셨는가. 그리고 그 건의문을 만든 학자들은 누구였는지 알아보셨는가.

빠듯한 시간 속에서 기사 톱니바퀴를 돌다보면 사실 원문을 찾아 읽어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 인생이 달린 교과서와 같은 문제를 다룰 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중국’을 ‘중공’으로 써야 맞고, ‘미국 할리우드 대자본의 물량 공세’란 글귀가 반미적 언급이므로 삭제해야 한다는 ‘황당 시리즈’를 찬양해서야 되겠는가.

기자들이 알다시피 이번 대한상의가 낸 자료는 재탕도 아니고 삼탕도 아닌, 사탕이었다. 2003년에 이어 2005년, 2007년에도 비슷한 테이프를 틀은 곳이 바로 여기다. 이럴 때마다 똑같은 펜대를 굴려야 하는지 기자들도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교육희망 2008년 4월 6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