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2일 오후 8시 08분 갬
재미있는 글쓰기. 주말마다 우리 반 아이들한테 내주고 있는 숙제 이름이다. 보통 두 개의 주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쓰도록 하고 있다.
몸과 맘으로 겪은 것을 쓰는 게 지금 우리 아이들 단계에서는 제일 좋다는 생각에서 되도록 그런 주제를 잡고 있다. 이를테면 아버지나 어머니 손 자세히 관찰하고 글쓰기, 땀 흘려 일한 뒤에 글쓰기, 눈 감고 20분 생활한 뒤 글쓰기... 뭐 이런 식이다. 사실 이런 레퍼토리는 많은 뜻 있는 선배교사들이 이미 해오던 것을 내가 배워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두 가지가 생겼다. 하나는 매주 선택과제를 내줘야 하는데 주제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는 글쓰기를 지긋지긋한 글쓰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 좋은 주말에 글쓰기를 하려고 글쓰기 공책 앞에 앉아 있는 것은 곤혹스런 일이다. 그런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재미있는 글쓰기'라고 억지를 쓰는 교사가 있으니 얼마나 약이 오를까.
실제로 이번 주는 19명의 아이 가운데 2명이 재미있는 글쓰기를 해오지 않았다. 글쓰기를 해온 아이들 중에서도 3명은 글 쓰게 된 동기를 '우리의 그 이상한 선생이 지긋 지긋한 글쓰기를 잊어먹지도 않고 또 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쓰게 되었다'는 식으로 글을 시작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난 이 재미있는 글쓰기만큼은 내년 종업식 전날까지 밀고 갈 생각이다.
나는 기자 일을 여러 해 하다보니 최소한 글쓰기 형식만큼은 얼추 알게 되었다. 잡지사와 신문사 일을 하면서 '멋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교사들이 뜻밖에도 '엉터리 글'을 쓰는 것을 보고 그의 사상과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글쓰기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솔직히 나도 그렇다. 내가 둘러보건데 글쓰기를 잘 하는 사람들도 무척 드물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보다도 휠씬 적다는 게 내 판단이다.
대학을 가서 레포트를 쓰더라도, 회사에 가서 프로젝트 보고서를 쓰더라도, 교사가 되어 아이들 앞에서 글쓰기 지도를 하더라도 꼭 필요한 게 바로 글쓰기 실력이다.
앞으로 글 잘 쓰고 말 잘 하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야. 돈도 많이 벌고 다른 사람한테 봉사도 많이 할 수 있어. 이런 말을 아이들한테 수없이 해왔다.
이 말은 내 가슴 속에 담아둔 솔직한 생각이다. 그런데 이 말이 아이들한테 잘 먹히고 있지 않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어디 좋은 방법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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