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6일 일요일

참여정부 교육정책 5년, 무엇을 남겼나

평가 깃발만 나부낀 허망한 5년
 
윤근혁
 
주간 <교육희망> 2003년 3월 2일치에 글을 쓴 나는 참여정부가 끝나가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오보를 냈다. 이 때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교사·학생·학부모회가 이른 시간 안에 법제화되며, 교장 보직제도 추진되는 등 초·중등학교 교무실까지 ‘개혁바람’이 불게 된다. 현행 근무평정이 좌우하는 교원승진 방식도 큰 폭으로 손질될 전망이다.

주간 <교육희망>에서 단독 입수한 대통령직 인수위(위원장 임채정)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교육부와 수구 언론의 반발에 밀릴 가능성도 커 교사들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내걸고 출발했지만…

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교육부 주요정책 추진방향’이란 보고서를 같은 해 2월 21일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인수위는 ‘새로 추진되어야 할 정책’ 14개를 비롯하여 모두 46개 항목에 걸친 개혁과제와 추진일정을 제시했다.
이를 교육개혁 청사진이란 잣대로 내용을 뽑아보면 다음 10개 항목이다.

▲교사회·학부모회·학생회 법제화 ▲교수회 법제화 ▲사립학교법 개정 ▲점수제 승진제도 개편, 교장보직제 등 임용제도 다양화 ▲OECD 수준의 교육여건 개선 ▲초·중학교의 실질적 의무 교육화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학벌 타파 대학 서열 완화 ▲고교평준화 지원 확대 ▲교육혁신위원회 구성.

현실을 모르는 인수위가 폼만 잡은 것일까. 참여정부가 허망했던 것일까. 아니면 교육관료 등 수구세력의 거센 반발에 밀린 것일까. 교육시민단체 등 개혁세력이 작전에 말린 것인가.

5년이 흐른 지금 참여정부 교육개혁 성적표는 100점 만점에 20점이다. 10개 항목 가운데 교육혁신위 구성(10점)과 시늉만 낸 교장임용제 개편(5점), 초중학교 실질적 의무교육화(5점)만 빼면 당초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는 것이다.

‘도로 사학법’이 된 사립학교법은 수구세력의 반발에 밀린 것이지만, 나머지는 청와대 스스로 선택한 자살골이었다.

교장보직제를 하겠다는 참여정부는 오히려 근무평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근평을 승진에 반영하는 기간을 10년으로 늘린데다, 다면평가까지 얹은 것이 대표 사례다.

교육관료의 ‘꼼수’ 앞에 무릎

물론 개혁을 막으려는 교육관료의 색다른 ‘꼼수’도 있었다.
교육부는 공약에도 없는 사교육경감대책(EBS 방송과외), 학교폭력방지대책(스쿨폴리스 대책), 학교학원화 정책(보충수업 부활) 등을 차례대로 내놨다. 참여정부 대부분의 기간 교육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교원평가 방안도 공약에는 없었다.

이에 따라 사정을 아는 교육전문가들은 교육부가 교육개혁에 물타기를 하려고 논란의 불씨를 계속 만들었다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논점 일탈을 획책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학벌타파와 대학 서열구조 완화라는 혁신과제를 피하기 위해 2004년 초 사교육경감대책을 내놨고, 학부모회·교사회 법제화와 교장승진제 개편을 막으려고 같은 해 교원평가제를 던져놨다는 주장이다.

2004년 사교육경감대책을 놓고 교육계는 큰 홍역을 치렀다. 이런 찬반 논란 속에 학벌타파에는 눈길이 별로 가지 않았다. 다음 해인 2005년에 들어서는 교원평가를 놓고 대격돌이 일어났다.

한 목소리를 내던 교육시민단체 안에서도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로 나뉘어 눈 흘김이 오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학교자치제 완성과 교장승진구조 개혁, 그리고 교육관료 개혁이란 과제는 물 건너갔다. 참여정부 교육개혁을 방해하려는 수구세력이 표정관리를 해야 할 정도로 교육계는 꼬여만 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참여정부의 교육혁신 핵심목표로 내건 슬로건은 바로 ‘참여와 자치를 통한 교육공동체 실현’. 그런데 교육부는 이런 혁신목표 대신 난데없이 교사들 앞에 교원평가제를 던져 놓았다. 학교개혁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할 주체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진 셈이다.

교원평가 논란에 처음 불을 지핀 이는 2004년 스승의 날 즈음에 이 내용을 발표한 안병영 교육부총리였다. 그는 이 당시 ‘교육개혁을 가로막는 장본인’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였다. 자신이 살기 위해 교사들을 물고 늘어진 셈이다.

교사들 처지에선 우리나라 교육문제를 모두 교사 탓으로 돌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언론 또한 교사 때문에 교육계가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위기를 조장했다.

이에 따라 개혁실종에 실망하고 언론의 뭇매까지 맞은 교사들의 원성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여론의 비난 강도에 정비례해서 커져갔다.

웃는 수구세력, 고개숙인 교사들

급기야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교사들은 ‘더 이상 참지 못 하겠다’면서 지난 해 연가를 내고 거리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올해 초 연가 징계 문제로 다시 교단은 흔들렸다.

참여정부 5년, 개혁은 간 데 없고 교원평가 깃발만 나부낀 세월이었다. 집권 초기 긴장하던 교육관료의 웃음소리는 커진 반면, 고개 숙인 교사들만 늘어난 ‘허망한 5년’이었다.

교육희망 2007년 11월 28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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