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9일 수요일

<18>한글날, 한국 정부

이 글을 쓰는 때는 10월 9일, 562돌 한글날 오후다. 국제연합(UN) 산하기구인 유네스코에서는 '세종대왕'과 한글 모시기가 대단하다. 97년에는 훈민정음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뽑았고, 이보다 앞선 89년부터는 문맹퇴치에 앞장 선 인물에게 주는 상을 '세종대왕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한글날, 세종대왕이 대한민국에 환생한다면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을 것 같다. '어린지'소동 뒤에 국제중과 같은 영어몰입학교들이 줄줄이 생겨나고 있는 탓이다. 우리말 어법을 번번이 틀려 망신살이 뻗힌 대통령 밑에서, 학생들은 14~15일 영어 일제고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 눈길을 끈 것은 <경향신문> 사설이다. 이 신문은 9일치 '100년 한글학회, 남루한 한글날'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한글 홀대에 회초리를 들었다.
 
"한글은 우리가 외면하면 곧 소멸하는 우리만의 글이다. 한글에 대한 투자는 우리 민족유산을 지키는, 선택이 아닌 필수여야 한다. 영어 광풍에 우리말과 글이 쓸려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내년 교과부 예산안을 보면 영어교육에 쏟아 부을 돈은 195억원이나 된다. 올해보다 122억원이나 늘어난 액수다. 문제는 한글과 국어교육 발전을 위한 예산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어 우대, 한글 홀대'모습을 보이는 곳이 어찌 교과부 뿐이랴. 이 같은 현 정부의 '주객전도' 태도를 엿보게 하는 기사는 <서울신문> 9일치 1면 보도내용이다.
 
"공무원들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2005년 국어기본법 제정으로) 추진된 국어책임관 제도가 유명무실하다.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국어책임관 존재조차 모른다."
 
아직도 전국 상당수의 학교 운동장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서 있다. 이명박 정부 속 교과부가 이 동상을 부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교육희망 2008년 10월 11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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