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7일 월요일

교장실에서 촛불 밝힌 불온한 선생님?

광주 효광중 김선호 교장이 펴낸 '학교비리 고발' 일기 화제
 
윤근혁
 
  
김선호 교장이 쓴 학교운영 일기책.
ⓒ 김선호
김선호


 

"졸업앨범 맨 앞자리에 자기 사진 대신 학생회장을 올린 교장, 자신의 학교 비리를 감사해 달라고 교육청에 민원을 낸 이상한 교장, 촛불문화제에 함께 하기 위해 교장실에 슬그머니 촛불을 켜놓고 근무하는 교장…."


 

올해 3월부터 광주 효광중 교장을 맡고 있는 김선호(61)씨. 여기 그가 쓴 일기 모음집이 있다. 책 제목은 '지금부터라도 잘해보고 싶은 사람 다 모여라'.


 

이 책이 광주지역 교육계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30쪽 분량의 책에는 김 교장이 교장으로서 겪은 생생한 학교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05년 8월 광주 신가중 첫 교장 부임부터 2007년 12월까지 날짜 별로 적어나간 학교운영일기라고 할 수 있다.


 

교장사회를 고발한 현직 교장의 일기책이 책으로 묶여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베일에 싸인 교장생활'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 속에는 '서적을 사 달라'는 업자들의 부탁을 뿌리친 일, 돈 봉투를 내민 급수시험 업체를 망신시킨 일 등 교장으로서 맞닥뜨린 문제들이 생생하게 적혀 있다.


 

특히 2006년 교육계를 들썩이게 한 광주지역 신설학교 비리 사건도 자세히 나와 있다. 이 비리 사건을 들춰내는 데 한 몫 했던 이가 바로 김 교장이었기 때문이다.


 

'곪은 곳은 도려내야 새살 돋는다'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도 2004년 개교할 때 기자재 구입과정에서 또 다른 몸통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적어 놨다. 결국 김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를 연 뒤, 교육청에 '우리 학교를 감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김 교장은 책 속에서 외친다.


 

"지난날의 잘못과 죄를 용서받을 수야 없겠지만, 다시는 더 큰 죄를 짓지 않겠다고 모두가 몸부림쳤으면 좋겠다."


 

이 책속에는 학생을 사랑하는 노 교장의 마음도 곳곳에 배어 있다. 학생 총투표로 학생용의규정을 바꾼 일, 이른바 '문제 학생' 2명을 교장이 발 벗고 나서 지도한 일, 학생들과 함께 수십 킬로미터를 함께 걸어가며 '통일교육'을 실천한 일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2006년 8월 신가중학교 교장일 당시 첫판을 낸 뒤 지난 해 12월까지 두 번을 더 찍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책값'이 적혀 있지 않다. 세 번에 걸친 발행부수는 모두 1500여 부. 500만원이 든 인쇄비는 모두 김 교장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었다.


 

"새로 부임하는 광주지역 교장이나 교감, 그리고 뜻있는 교사한테 나눠주려고 만들었어요.  학교만큼은 부정부패를 일소해야 한다는 뜻을 책 속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고 교장실에 촛불
김선호 교장, "국민 뜻 따르는 것 죄가 될 수는 없어"
기자가 김선호 교장의 일기책을 한창 읽고 있을 무렵인 지난 1일, 김 교장에게서 한 편의 전자메일이 왔다. 제목은 '대한민국 교장실에 촛불을 켰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어제(5월 31일) 밤 <오마이뉴스>의  "'버럭'  이명박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는지 보고하라'"는 보도를 보고 희망의 불씨가 꺼지기 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교장실인 광주효광중학교 교장실에 어제 밤 8시부터 희망의 촛불을 켰습니다. …부디 국민들이 또 피를 흘리는 불행스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김 교장은 점수제를 통한 정식 승진코스를 밟아 2005년 학교장에 오른 인물. 평교사 시절엔 전교조 조합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다음처럼 말했다.
 
"촛불시위에 자주 참여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교장실에 있을 때만큼은 촛불을 켜놓고 일하기로 했습니다. 교장이라고 해서 국민의 뜻과 함께 하는 것이 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마이뉴스 2008년 6월 9일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