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6일 일요일

‘빵빠레’ 신문들, 이명박 당선자 코 빠뜨렸네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_10
 
윤근혁
 
 
▲ 조선일보 1.월 29일치     © 윤근혁

신바람이 났다. 영어몰입교육 진행, 자립형사립고 설립, 학교별성적 공개에 대한 나팔소리가 정말로 시끄럽다. 이명박 후보에 몰입해온 일부 보수신문이 불고 나선 ‘빵빠레’에 대한 얘기다.

‘빰빠라밤빠 빰빠라밤~.’

노래방에서는 100점일 때 이런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빵빠레는 낙제 점수였다. ‘사실보도’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탓이다.

인수위 궁지에 몰아넣은 ‘빵빠레’ 역풍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빵빠레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오히려 궁지에 내몰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은 이들 신문사의 기본 방향과도 어긋난다. 신문은 정말로 요지경인 셈이다.

“영어 교육 논란 가운데 저희(인수위)에게 큰 타격은 ‘영어 잘하면 군대 안 간다’는 기사였다. 마치 사실인 것처럼 한 신문 칼럼에도 인용이 됐더라. …인수위는 진지하게 검토하지도 않았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지난 2월 3일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 같이 말한 뒤 “인수위 이름을 걸친 유령기사 등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1월 28일치 1면 머리기사에서 ‘영어 잘 하면 군대 안 간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이주호 인수위 사회문화교육위 간사가 지난 해 발의한 법을 바탕으로 쓴 것이었다.

이 간사의 법안이 인수위 방안으로 둔갑한 것이다.

다른 교과목도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확정 기사도 신문 지면을 가득 채웠다. 마치 확정된 것처럼 보도했다. 물론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의 ‘가벼운 입’이 일부 작용한 결과이긴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오보였다. 인수위가 영어몰입교육 자체를 하지 않기로 확정, 발표했기 때문이다.

보수신문들이 주도한 이 같은 ‘빵빠레’성 기사는 인수위의 코를 빠뜨렸다. 인수위에 날개를 달아주려 한 보도가 오히려 정반대 효과를 낸 것이다.

누리꾼과 교사,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자, 여론의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영어전도사, 교육시장주의자들의 입지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지지율 또한 10% 정도 떨어뜨려 놓았다는 후문이다.

인수위에게는 불행이요, 국민들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런데 남는 문제가 있다. 빵빠레 언론들이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어몰입교육 몰입보도 하다 보니 실수를…

이런 사례를 최근 내가 쓴 기사 두 꼭지를 갖고 앞뒤 사정을 살펴볼까 한다.

여기 <조선일보>가 영어몰입교육(이중언어수업) 모범학교처럼 지난 1월 29일 보도한 한 사립 고교가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영어·수학·사회·과학 과목을 영어로 가르쳤다고 이 신문이 밝힌 서울 용화여고다.

대상 학생은 이 학교 1학년 2개 학급(전체 14개 반). 이 고교는 이 같은 영어몰입교육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시교육청 공정택 교육감이 준 ‘학력신장 우수학교 표창장’까지 받았다.

<조선일보>는 이날 A12면 머리기사에서 다음처럼 ‘성적 향상도’를 증거로 들며 영어몰입교육의 우수함을 홍보했다.

“성적우수자가 아닌 지원자들로 반을 구성했는데도 이들의 내신 성적은 놀랄 만큼 뛰어올랐다. 전 과목 평균은 다른 반보다 20점이 높았고, 특히 영어 성적은 평균치보다 25점 이상 뛰었다.”

이어 이 신문은 “이중언어수업의 효과가 입증되자 내신 성적에 불리할까봐 지원을 피했던 상위권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이중언어수업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1학년 교과지도를 맡은 교사들을 위주로 이 학교 교원 6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학교 교장과 교감을 뺀 나머지 교원들은 모두 “과장보도”, “왜곡된 사실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교사는 “신문이 다 뻥을 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학교 교장으로부터 영어몰입반과 일반반의 교과성적 수치도 파악할 수 있었다. 몰입반 편성 뒤에 치른 5월 중간고사와 몰입교육 7개월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10월 중간고사 결과 등이었다. (이상 1월 30일 윤근혁의 인터넷<교육희망>, <오마이뉴스> 기사)

뚜껑을 열어보니 영어로 하지 않은 교과목 성적이 더 많이 올랐다. 반대로 영어몰입교육의 최고 목적인 영어능력 향상도는 오히려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몰입반과 최하위반의 영어성적 차이는 5월에는 27점으로 높았지만, 10월에는 25점으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향상도가 -2로 나타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교사들은 다음처럼 입을 모았다.

“하위권 학생이 없는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우열반을 편성하면 우등반과 열등반 성적 격차가 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면 몰라도 영어몰입교육의 성과는 아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조선일보>가 영어몰입교육을 했다는 4개 과목 가운데 최소한 1개 과목 이상은 학기 초부터 한글 수업을 했다는 것. 특히 수학 과목은 지난해 4월부터 전면 우리말로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은 이 학교 박 아무개 교장도 인정한 사실이다.

기자들이 교장 사정은 알아도 학교 사정은 몰라

이런 왜곡이 생긴 까닭은 무엇일까. 이 글을 쓴 김 아무개 기자한테 전화를 걸었다. 김 기자는 “교사들과 통화하지는 않고 교장 설명만 들었다”면서 “그런 말은 하시지 않더라”고 말했다.

‘성적 향상도’ 왜곡 지적에 대해서도 김 기자는 “몰입교육을 하지 않은 과목도 높았지만 몰입교육을 한 과목이 더 높았다는 건 몰입교육이 효과를 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럼 관련 점수를 직접 확인해 보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교장선생님이 높았다고 했다.  종단적 성적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뒷말을 흐렸다.

이런 왜곡 뒤에도 <조선>을 비롯 일부 보수신문은 경기도교육청의 초등학생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나섰다.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이 또한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잘 나간다는 경기도 한 외고도 지난 해 결국 영어몰입교육을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우리말도 못 알아듣는 초등학생에게 영어로 다른 과목 수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영어몰입식으로 표현하면 ‘난센스’가 아닌가.

요즘 전교조 조합원들이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위에서 다룬 보수신문들이 호시탐탐 전교조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체제에서 더 극성을 부릴 것이다.

일부 언론이 이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아마도 다음과 같은 일과 비슷할 것이다.

이명박 인수위가 영어몰입교육을 얘기하자 쌍수를 들고 환영한 기관장들이 있었다. 바로 시도교육청의 교육감들이다. 서울과 경기가 동을 뜨더니 강원과 인천, 대전, 울산이 박수를 치고 나섰다.

나는 이들의 행동을 ‘자가발전식 충성서약’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분위기를 타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나선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신문의 모습도 이들의 행동과 비슷하다.

▲ 동아일보 1월 9일치 1면.     ©윤근혁

동아일보의 해괴한 ‘데이터 마사지’

첫 타석에 나선 신문은 이명박 당선자와 함께 ‘고려대 동문’으로 얽힌 <동아일보>였다.  

이 신문은 지난 1월 9일치 1면 머리기사에서 ‘전교조 조합원이 1년 새 9200여명 줄었다’고 보도했다. A4면과 A35면 해설과 사설도 곁들였다. 마치 무슨 커다란 특종이라도 한 것 같은 편집이었다.

하지만 이 내용은 결과로만 보면 데이터 마사지(data massage, 숫자 눈속임)를 한 것이다.

<동아>는 1면 기사에서 “전교조 조합원 수가 지난해에는 전년도보다 9200(10.5%)명이나 줄어 1999년 합법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면서 “교육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전교조 조합원은 지난 해 12월 현재 7만7700명”이라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이 신문은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는 전교조의 불법적 활동은 물론이고 반교육적 행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아>는 2006년 대비 2007년 조합원 감소분을 따지면서 서로 판이한 방법으로 수합된 조합원 수치를 갖고 계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사를 쓴 김 아무개 기자는 “2007년은 교육부 자료를 활용했고, 2006년은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나온 조합원 수 자료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대의원대회 자료집에 실린 2006년 12월 조합원 수는 <동아> 보도대로 8만 6918명이다.

하지만 김 기자가 활용했다고 밝힌 2007년 조합원 수는 조합비 CMS(자동이체) 인출 자료를 바탕으로 교육부가 계산한 수치 7만7700명이다. 이 자료가 맞다고 하더라도 이런 수치는 회비를 따로 납부하는 조합원과 휴직 조합원 수천 명을 빼놓은 것이다.

결국 이 신문이 인용한 2006년 전교조 조합원 수는 정확한 반면, 2007년 교육부가 건넨 수치는 축소된 수치다. ‘1년 새 탈퇴 조합원 수’를 부풀린 셈이 되었다는 것이다.

전교조 1월 중앙집행위원회 자료를 바탕으로 2007년 12월 현재 조합원 수치를 계산해보면 <동아>는 '1년 새 줄어든 조합원 수'를 결과로만 보면 두 배 이상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권재원 참교육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보도내용은 학계에서 부도덕한 연구방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데이터마시지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상 인터넷<교육희망> 1월 9일치 참조)

잘못된 기사 고칠 줄 모르는 게 조중동의 한계

기자들은 대개 취재를 하다보면 위와 같이 실수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쓴 김 아무개 기자가 말한 “일부러 악의적으로 탈퇴자 수를 부풀릴 의도는 없었고 데이터 마사지를 한 것도 아니다”는 반박 또한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 다음의 일이다. 전교조 조합원 9200명이 줄었다는 보도는 이후 다른 신문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갔다. 심지어 <동아일보> 또한 이후 보도에서 9200명 감소 사실을 재탕했다.

이때 나는 생각했다. 글을 쓴 기자에 대해 ‘인정사정 볼 것 없다’고. 최소한 기자라면 자신이 쓴 글이 사실과 다르다면 고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동아일보> 기자는 잘못인 줄 알면서도 고치지를 않았다.

이것이 바로 <조중동> 기자들의 심각한 한계 중의 하나다.

월간<우리아이들> 2008년 3월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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