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일 화요일

'스승의 날' 스트레스, 날짜 바꾸면 사라질까

교육당국도 교육단체도 찬반 의견 엇갈려
 
윤근혁
 
▲ '촌지' '선물' 논란 속에 '스승의 날'은 교사와 학부모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날이 되고 말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월에도 보름날로 날을 잡아서, 세종 날을 스승의 날 삼았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걱정 안 끼쳐 기쁘게 해드리자, 우리 선생님."

윤석중 작사, 김대현 작곡 '스승의 날 노래' 노랫말이다. 세종대왕 탄신일에 맞춰 1982년 국가기념일로 정식 선포한 5월 15일 스승의 날. 가사와 달리 교사와 학부모에게 이 '스승의 날'은 '스트레스 받는 날'이 된 지 오래다.

스승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사은 행사의 본뜻은 뒤로 밀린 채, 선물과 돈이 오가는 날로 전락했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의 날짜 '다툼'

급기야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이 지난 3월 27일 칼을 빼들었다. 스승의 날 변경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올해 스승의 날에는 정부 포상만 하고 사은행사는 학년말인 2월에 학교별로 날짜를 정해 진행키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또한 '스승의 날' 날짜 변경에 대해서도 교육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같은 날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월권이며 신중치 못한 발표였다는 게 그 뼈대다. '스승의 날' 행사를 놓고 교육당국 안에서도 엇박자 행보가 나타난 셈이다.

박표진 교육부 교육단체지원과장은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스승의 날은 교원단체와 교육단체들이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날짜 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날짜는 그대로 갈 예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교육단체들의 생각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날짜 변경안에 가장 크게 반대하는 곳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윤종건, 한국교총)다.

한재갑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생과 교원, 교원단체와 협의도 없이 일부 학부모단체의 요구에 따라 특정 교육청이 날짜 변경을 추진하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는 전체 교육자들을 잠재적 비리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전체 교육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안겨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98년부터 날짜 변경운동을 벌여온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회장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는 '스승의 날 변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태도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지난 10일 성명에서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은 학기 중에 진행되는 스승의 날에 대해 정서적으로 부담감을 갖고 있다"면서 "이렇듯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상실하였다면 이는 새롭게 바꾸어 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벌없는사회(공동대표 홍세화, 홍훈)도 스승의 날 변경 방안에 찬성의견을 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정진화, 전교조)의 생각은 찬반 의견의 중간 지대쯤에 있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애순 전교조 대변인은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신뢰가 형성된 교단 풍토라면 스승의 날 시기를 바꾸는 것은 중요치 않다"면서도 "현재 조건에서는 차선책으로 2월 변경을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52%, '날짜 변경' 찬성...교사 35% '현행 유지' 찬성

▲ 한 초등학교 교무실에 앉아있는 한 교사. 약 35%의 교사가 스승의 날 '현행 유지'에 찬성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민들의 의견은 어떨까.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지난 6일, 응답자의 51.8%가 스승의 날을 학기말인 2월로 변경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상대로 전화조사를 벌인 결과다. '5월 유지 방안'에 찬성 의견은 31.2%였다.

그럼 교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볼까. 한국교총은 교사 대상 설문을 해보니 날짜 현행 유지 의견이 34.5%이고 2월 변경 의견이 30.7%로 비슷하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2월로 옮기느니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29.9%로 나타났다고 한다.

국민들은 날짜 변경에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교사들은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2007년 5월 15일치에 쓴 글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