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6- | |||
신정아, 심형래, 이지영, 윤석화, 장미희, 이현세, 정덕희….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터진 유명 인사들의 허위 학력, 학벌 사기행위를 놓고 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이들에 대해 손가락질을 한다. 인지상정이다. 거짓말을 했으니 그에 대한 비난 또한 당연할 터이다. 그런데 덩달아 날뛰는 언론들의 몰매를 보는 것은 편치 않다. 신문과 방송 또한 공범자가 아니었던가. 만화가면 그림으로 평가해야 하고 배우면 연기로 평가하면 될 것을. 우리 신문과 방송들은 지난날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학력을 빼놓지 않고 적어왔다. ‘그 사람 어느 대학 나왔어? 어 그 대학 나왔으니 이만큼 활동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독자들에게 심어준 꼴이다. 유명 인사들이 사기를 치도록 만든 데엔 언론들의 잘못도 크다는 얘기다. ‘똑 사세요’ 배우의 거짓말, 조선일보는 공범? <주간조선> 2002년 9월 12일치(1720호)를 보면 회색 수녀복을 입고 밝게 웃고 있는 연극배우 장미희 얼굴이 나온다. ‘똑 사세요’란 내숭석인 말로 유명한 이 배우를 인터뷰한 기사다. “‘불교학과를 선택한 것은 종교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철학적인 이유에서였어요. 정신세계, 인간 내면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거든요.’…이번 학기부터는 동국대 연극학과 박사과정 학생이기도 하다.” “장씨의 어릴 적 꿈이 초등학교 교사였기에 교수직에 지극히 만족한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나온 장씨는 명지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고 미국 UCLA, AFI(미국영화학교) 등에서 영화연출과 연기를 공부했다.” “▲학력=동국대 불교학과, 명지대 교육대학원 졸업. 미국 UCLA, AFI에서 수학” 원고지 26매 분량의 글에서 출신 학교 관련 내용이 세 뭉텅이나 된다. 연극배우이면 연기에 대해 논하면 좋았을 것을. 나오지도 않은 대학 얘기로 기사를 풀어갔으니 말하는 이나 글 쓰는 기자나 ‘짜가’가 판치는 세상을 만든 셈이다. 어디 이 뿐인가. 이화여대 입학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최근 들통 난 연극배우 윤석화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99년 4월 12일치 기사에서 학력을 싣고 있다. 민중가수 김민기와 방담을 한 짧은 기사인데 다음과 같은 글귀를 빼놓지 않았다. “윤석화(44·이화여대 생활미술과 중퇴·뉴욕대학 드라마과)” 대학 졸업도 아니고 중퇴한 사실까지 적는 그 집요함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 습성은 이 신문사만이 아니라 대부분 우리 신문들의 모습이다. 사정이 이러니 ‘오죽 했으면 학력을 속여서라도 유명세를 타려고 했을까’ 하는 동정심도 고개를 드는 것이다. 정말로 심한 언론들의 학벌 꼬리표 붙이기 언론들의 학벌 꼬리표 붙이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말로 심하다. 이런 기사의 유형을 살펴보면 당연 ‘서울대 중심주의’란 말을 붙이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 출신 연예인, 서울대 출신 화가 등 얼마나 많이 봐왔던 기사 글귀였나. 그런데 요 몇 해 전부터 새로 생긴 학벌 꼬리표 붙이기식 보도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특목고 우상화’다. 서울대 등 명문대 중심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명문고 우상화로 발전한 것이다. 이제는 청심국제중학교 등 귀족중 키워주기 보도로 발전하고 있으니 그 끝은 과연 어디일지 종잡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드디어 정부도 사교육 범람의 주범으로 지목하게 된 특수목적고. 이들 학교의 특수목적은 서울대 등 명문대 입학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외국어 조기교육을 위해 세운 외국어고만 놓고 보자. 외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바로 외국 조기유학이다. 대표적인 특목중과 특목고로 꼽히는 경기 청심국제중과 서울 대원외고는 지난 해 각각 1학년생의 갑절 이상인 61%와 53%를 초중고 때 해외 유학경험이 있는 학생으로 채웠다. 교육부가 지난 해 10월 열린우리당 안민석(교육상임위) 의원에게 건넨 ‘국제중, 외고 1학년 해외교육경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조기유학을 막고 외국어 조기교육을 하겠다고 세운 학교들이 조기유학을 부추기는 웃지 못 할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엄연한 사실은 외면하는 게 주요 신문들의 보도 태도다. 대신 이들 신문들은 ‘공교육 망국론’, ‘영어교육 실패론’ 따위의 주장을 펼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교사들의 무사안일주의다. 학원 강사들은 맞춤식 교육을 하고 있는데 ‘철밥통 교사’들은 슬렁슬렁 시간만 때우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하기에 교원평가가 필요하고 불량교사 퇴출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공교육 걷어차기, 특목고 힘 보태기 보수신문들은 공교육을 걷어차는 대신, 특목중고를 우상화하는 데는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5일치 <주간조선> 1941호 기사를 보면 이런 행위를 정확히 볼 수 있다. 이 신문사는 ‘특목고 전쟁’이란 기사를 통해 특목고와 사교육을 미화하고 나섰다. “대체 특목고가 무엇이기에 인근 초등학교를 ‘콩나물 교실’로 만들고, 중학교 전학도 불사하며, 학원가 인근 아파트 가격마저 밀어 올리는 것일까? 특목고의 경쟁력은 대학 입시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목고 전문학원 하늘교육이 지난 6월 조선일보의 의뢰를 받아 조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서울지역 6개 외고와 2개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 2344명 중, 8개 명문대(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ㆍKAISTㆍ포항공대ㆍ서강대ㆍ이화여대ㆍ한국정보통신대) 합격생 또는 외국 유학생은 전체의 87.6%인 2053명에 달했다. 10명 중 9명이 국내 명문대에 합격했거나 외국 유학길에 오른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주요 외고·과학고 졸업생의 명문대 입학·해외 유학 비율이 2004년의 80.7%, 2005년의 80.9%에 이어 2006년 87.6%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사가 전달하려는 의도는 간단하다. 특목고를 가는 것은 곧 명문대행 티켓을 얻는 것이라는 얘기다. 자 어떤가. 특목고를 가기 위해서는 조기유학이나 학원을 가야하니 학부모들은 이제 고리타분한 초중등교육은 신경일랑 쓰지 말고 살길을 찾아 나서라는 선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공교롭게도 기사에서 <조선일보>가 도움을 청한 <하늘교육>이란 학원은 특목고 전문학원이다. 특목고 우상화를 위해 특목고 학원과 ‘짝짜꿍’을 한 것이다. 지난 해 <동아일보> 3월 3일치에는 재미있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2002년부터 2006년 까지 사법연수생 4820명의 출신지를 분석했더니 특목고 출신들이 많았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5년 동안 사법연수생을 많이 배출한 상위 10개 고교 중에서 외국어고가 3개 학교나 진입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특목고는 82개로 전체 고교 2095개의 3.9%다. 2002∼2006년 사법연수원 입소자의 출신 고교를 보면 서울 대원외고가 16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한영외고(69명) △검정고시(59명) △전남 순천고(56명) △서울 대일외고(43명) 순이었다.” <조선일보>도 비슷한 취지의 기사를 실었다. 올해 3월 14일치 12면 머리기사 제목은 ‘서울 외고 절반 서울·연·고대 들어가’였다. “올해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 졸업생의 절반이 서울·연세·고려대 등 3개 대학에 합격·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13일 이윤영 서울시의원(한나라당)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2007년 서울지역 특목고 졸업생 진학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 졸업생 2165명 중 3개 대학에 합격해 등록까지 마친 학생은 52%인 1126명이었다.” 사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대입보도강령이라는 게 있었다. 특정 대학의 입시를 보도하면서 출신 고교를 적지 않겠다는 기자들의 자율 약속이었다. 섣부른 보도가 입시교육을 부추기고 학생자살까지 일으키게 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그런데 특목고 우상화 보도 속에 이런 약속은 깨졌다. 고교서열화 부추기기 보도에서 이런 강령 따위는 거추장스러웠을 것이다. 보수신문은 왜 우상화 작업에 나선 것일까 ‘있는 사실을 보도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하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있는 사실이더라도 사실 자체가 주장이 되는 게 언론계의 현실이다. 사주와 신문사의 목적에 따른 사실만 골라 쓴다는 말이다. 이렇게 될 때 사실보다 중요한 본질은 묻히기 십상이다. 학습법을 전수하는 프랜차이즈 사교육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스터디코드’란 회사 대표인 조남호 씨는 한 동영상 강의에서 “특목고 학생들이 SKY 가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고교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다. 이들은 원래 잘하는 아이들만 모아놨기 때문이다. 원래 공부를 제일 많이 하고 특목고에 들어왔기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두 개의 고교 축구팀이 있다고 치자. 한 팀은 차범근 감독 밑에서 전지훈련을 받는 등 어릴 때부터 전국에서 뽑아 훈련된 꿈나무 축구 영재출신이다. 또 다른 팀은 그냥 동네 축구팀이다. 두 팀이 겨룬다면 누가 이길까. 고도로 훈련된 아이들이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축구에서 이겼다고 인생에서 이긴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은 이런 당연한 소식을 눈에 불을 켜면서 찾아내 보도를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들은 어떤 의도로 우상화 작업에 나선 것일까. 월간<우리아이들> 2007년 9월호에 쓴 글입니다. |
2009년 9월 3일 목요일
허위 학력 빅뱅, 누가 부추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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