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_15 | ||||||
| 7.30 서울시교육감 선거. 수도 서울에서 벌어진 사상 최초의 교육대통령 선거였다. 다들 아시듯 이번 선거는 공정택, 주경복 양자대결 구도였다. 승자는 공정택 현 서울시교육감, 패자는 주경복 건국대 교수다. 반 전교조 프레임... 그들의 선거 ‘올인’
사실, 주 후보가 막강 후보는 아니었지만 이번만큼은 해볼 만한 선거였다. ‘반 이명박 교육-미친교육’을 내세운 촛불이 거리에서 활활 타올랐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교육실정을 심판할 시의적절한 선거이기도 했다. 반면, 공 후보는 흠집이 무척 많은 약체 후보였다. 학생 수업을 ‘땡땡이’ 치게 하고 자신의 선거 공보 사진을 찍게 하거나 UN상을 받지도 않았으면서 ‘UN 노벨상’이라고 거짓 선전할 정도로 뻔뻔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말이 교육감이지, 정치적 생명력은 끝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사정이 이런데도 그가 이겼다. 왜 이겼을까. 그의 선거 프레임(틀)이 시민들에게 먹혀들어간 탓이다. 이번 선거의 프레임은 명확했다. ‘이명박 교육 대 반 이명박 교육’, ‘전교조 대 반 전교조’가 그것이다. 결국 서울 강남지역 몰표로 공정택 후보가 간신히 승자가 됐다. 이명박 교육은 계승되고 전교조는 심판 당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주경복 교수로선 억울한 점이 없지 않다. 그를 전교조가 도와주고 지지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 자체가 전교조 후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주 교수를 지지하는 수십 개의 교육시민단체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이런 식의 잣대라면 공정택 후보는 ‘특목고 학원 후보’이고, ‘고엽제 후보’이기도 했다. 특목고 학원장이 선거 총괄본부장을 맡았고, 고엽제 전우회 등이 공 후보 지지 깃발을 들었기 때문이다. 친 이명박 신문이 치고 나간 ‘반 전교조’ 프레임 언론이 무섭긴 무서운 것이다. 사실 ‘전교조 대 반 전교조’ 프레임 깃발을 먼저 든 곳은 바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와 같은 친 이명박 신문이었다. 선거 기간 나온 이들 신문의 주요 사설 몇 개만 간추려 보자. “전교조 후보는 고교 진학 때 학생이 학군(學群)에 상관없이 학교를 고르는 학교선택제가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금 서울 고교들은 2010년부터 도입될 학교 선택제에 대비해 수업 만족도 조사, 골라 듣는 방과후 수업, 유명 저자와 만나는 독서수업 같은 프로그램으로 '교육 바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교조 후보는 교원평가제, 수준별 수업, 학교별 성적공개도 반대한다. 한마디로 교사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은 안 하겠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누가 학생과 학부모 편에 서서 좋은 학교 만들기, 좋은 교육 시키기에 힘써줄 것인지를 따져 투표로써 그 뜻을 강력하게 표현해야 한다.”(조선일보 7월 10일치 사설 ‘교육감 선거는 중요하다’) “주 후보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미친 교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를 지지하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광우병 소’에 빗대 만들어낸 구호다. …주 후보는 ‘서울 교육의 평준화를 완성하겠다’고 밝혀 평준화 체제를 고수 또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서울 지역에 신설될 예정인 자립형사립고에 대해 ‘귀족학교’라며 설립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선택제도 백지화하겠다고 한다.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을 막겠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는 ‘전교조 대 비(非)전교조’ 대결 구도이기도 할뿐더러 서울 교육의 진로를 평준화로 잡느냐, 자율화로 잡느냐를 결정하는 의미도 크다.”(동아일보 7월 22일치 사설 ‘전교조의 미친교육 복창하는 교육감 후보’) 주경복은 전교조 후보이고, 전교조는 교사들만 편하게 하기 위해 학부모의 선택권도 가로막는 못된 단체라는 주장이다. 신문 사설이 이 정도면 거의 주경복 낙선에 ‘올인’했다고 봐야 한다. 최소한의 공정성과 자존심도 모두 팽개치고 나선 셈이다. 전교조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성 색채도 짙다. 수준별 수업, 학교별 성적공개를 반대하는 까닭이 ‘교사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은 안 하겠다’는 것이란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또한 미친교육이란 말을 전교조가 만들었다는 내용도 그렇다. 이 말은 ‘미친 소, 너나 먹어’란 주장을 내세운 학생들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무척 크다. 위 사설만이 아니다. 선거 기간 동안 무수히 나온 기사들의 제목을 떠올려 보시라. 대부분 ‘전교조 후보 대 반 전교조 후보’란 프레임에 바탕한 것이었다. 이들은 ‘전교조’를 물어뜯으면 약발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박자 맞추기에 나선 공정택의 해괴한 현수막 공 후보도 박자 맞추기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 그는 선거 초기 거리에 내걸었던 ‘사교육비를 확 줄이겠습니다’라는 선거 현수막을 갈아치우게 된다. 선거 막바지에 그가 선택한 현수막 글귀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기호 1번 공정택” 대명천지에 교육감을 하겠다는 양반이 서울 대로변에 이 같은 글귀를 내 걸은 해괴한 사태가 벌어졌다. 문자 메시지 때문에 핸드폰도 불이 났다. 글귀는 현수막의 그것과 같은 ‘전교조 비하’ 내용이었다. 이 글귀는 2006년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운동에 나섰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들었던 손 팻말을 닮았다. 그들은 “전교조에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습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사학법 재개정 운동을 벌였다. 교육감을 하려는 분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 같은 짓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감으로서 교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자존심까지 짓밟은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반전교조 프레임의 승리로 끝났다. 전교조에 대한 불안감이 ‘강남시교육감’을 탄생시킨 것이다. 공정택 후보는 전교조 비하 현수막을 걸어놓은 자리에 ‘오직 아이들의 미래만 생각하겠습니다’란 당선사례 현수막을 다시 붙였다.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은 지난 8월 8일 경향신문에 쓴 기고문에서 다음처럼 공 당선자의 사과를 촉구했다. “우선 전교조에 공식적으로 사과하십시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땀 흘리면서 살아갈 교사들을 매도하면서 아이들을 위한다는 말은 기만입니다. 또한 ‘경쟁’에 더 불을 붙여야겠다고 하기 전에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국제중학교를 세우고, 자율형 사립학교를 도입하고, 학교 간에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고교 선택제도를 도입하면 아이들은 무한 입시경쟁 전쟁터에 내몰리게 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특목고 대비에, 과도한 선행학습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국제중학교가 세워지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겠습니까? 교육자로서의 마지막 역할이 일제고사와 중학교 입시를 부활시켜 사교육비를 폭등시킨 책임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하지만 18일 현재, 공 당선자의 사과는 없다. 전교조는 교사들을 모아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을 준비할 태세다. 반 전교조 현수막은 ‘리틀 이명박’ 탄생 공작
반 전교조 프레임은 곧 리틀 이명박의 탄생을 위한 것이었다. 이명박 교육정책을 계승할 적임자인 공 후보 당선을 위해 빼든 그들의 무기였던 것이다. 다행히 그들이 휘두른 무기에 전교조가 입은 상처는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 공 당선자와 거의 같은 수의 유권자가 ‘전교조 전사’로 낙인찍힌 주 후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전교조 스스로 반성할 점은 없는 지 되새기는 일은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거기간 한 전교조 관계자는 다음처럼 말했다. “해직을 감수하고 참교육을 위해 일해 왔건만, 저들이 전교조를 무기로 삼고 있으니 정말 통탄할 일이다.” 이 관계자는 공정택 후보가 반 전교조 정서에 호소할 만큼 시민들 사이에 반 전교조 여론이 엄존한다는 사실을 슬퍼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땅을 치고 있지만, 전교조 또한 MB의 그것보다 월등하다고 하기가 어려운 형편인 게 사실이다. 예전엔 전교조 교사 식별법이 있었다고 한다. 다음은 19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교육부가 학교에 하달한 공문 가운데 일부를 뽑아낸 것이란다. 1.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2. 자기 자리 청소하는 교사 3. 촌지 거부하는 교사 한 교사인 듯한 누리꾼은 위와 같은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적은 뒤, 선거기간의 소회를 다음처럼 밝혔다. “전교조가 무슨 성직자 단체도 아니기에 문제 교사도 가끔씩 나타나지만, 공정택 같은 인간, 조중동 찌라시에게 이런 이야기 들을 만큼 살지 않았습니다. 점수 따서 교장 교감 되는 길보다 평교사로 아름답게 늙어가길 원했어요. 그런데 전교조에게 교육을 휘둘리게 할 수 없다? …도둑놈이 몽둥이를 든다는 속담이 지금처럼 다가오는 경우도 많지 않네요.” ‘반 전교조’ 정서 극복 위한 반성 뒤따라야 선거가 끝난 뒤 주경복 낙선자가 지난 8월 8일 전교조 전국일꾼대회장을 찾았다. “선거 치르면서 저는 언제부터인가 전교조 후보가 되었다. 조선일보도 그랬고, 공정택 후보도 그렇게 만들려고 했다.” 이어 그는 전교조에 대한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선거 기간 후보로서 절감한 것이었기에 무게가 있었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해나가는가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교육노동운동이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전교조가 이번 기회에 새로운 참교육운동을 벌인다면 한방에 이데올로기 문제를 날려 보낼 수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하면 엄청난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조합주의 한계를 극복하시고 관념주의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깃발을 드시길 바란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고 반성은 아무리 늦어도 빠르다고 했던가? 국민들에게 새롭게 다가서는 전교조를 위한 반성의 움직임이 필요한 때다. 월간<우리아이들> 2008년 9월호. | ||||||
2009년 9월 8일 화요일
흠집 많은 ‘약체 공정택’이 이긴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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