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 교육부. 수신 서울시교육청. 제목: 학교 주변 불법광고물과 학교 안 상업광고물 정리’.
교육부가 이 공문을 보낸 때는 지난 5월 16일이었다. 그런데 일선 학교는 6월 8일에서야 이것을 받아볼 수 있었다. 그것도 교육부 관계자가 이 교육청에게 ‘싫은 소리’까지 해가며 등을 떠민 뒤다.
국가 공문서가 자그마치 23일 동안 교육청 책상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실종되었던 것일까, 아니면 씹혔던 것일까.
사정을 살펴보니 담당자가 건강이 안 좋아 장기 병가를 낸 탓이었다. 문제는 담당자가 부득이한 사유로 자리를 비웠는데도 대안을 세우지 않은 이 교육청의 행정시스템이다.
교육청이 이러니 학교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핸드폰 문자를 ‘씹듯’, 공문서를 씹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불법 광고판을 세운 업자는 사기혐의로 구속됐는데, 경찰과 검찰을 사칭한 간판은 15일 현재 여전히 교문 앞에 걸려 있다. 공문이 와도 ‘쇠귀에 경 읽기’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업무연락을 통해 ‘평일 교장, 교감회 행사 자제’를 지시했는데도 막무가내다. 지난 5일 서울지역 교감회 소속 300여 명은 평일 오후에 사실상 ‘반정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설모의고사 금지 공문은 또 어떤가. 전국 고교가 보란듯이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눈만 껌뻑이고 있는 듯하다.
사립학교들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학교회계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공개채용을 하라는 공문을 몇 차례 보냈다. 개정 사학법을 지키라는 당연한 지시였다. 물론 적지 않은 사학은 말을 듣지 않고 있다. 법에 따라 ‘돈 씀씀이’를 공개한 학교는 4월 현재 50.2%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교육부 공문을 교육청이 무시하고, 교육청 공문을 또다시 교장들이 뭉개는 ‘콩가루 현상’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러니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공문서를 씹는 이들이 공교육도 씹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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