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일 수요일

교사는 어린 학생에게 배우는 사람

2009년 9월 2일 오후 3시 34분 오늘도 맑음

 

매주 '재미있는 글쓰기'란 이름의 숙제를 내준다. 주제 두어 개를 준 뒤 하나를 선택해 글쓰기를 해오는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이 숙제가 '재미없고 지겹고 지긋지긋하다'는 소리를 가끔 한다. 나도 이해하곤 있지만 어쩌랴. 글쓰기는 그렇더라도 해야하는 것을.

 

저번 주 우리반 주제는 '2학기에 꼭 하고 싶은 것', '내가 5학년 1반 담임이라면'이었다. 한두 명을 빼놓고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내가 '5학년 1반 담임이라면'이란 주제로 글을 썼다.

 

이 숙제를 내 준 까닭은 2학기를 시작하면서 우리 친구들은 어떤 것을 희망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이유가 컷다. 담임에게 할말이 있을텐데 이를 자연스럽게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친구들이 적어놓은 글쓰기 공책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 공책에는 자신이 교사가 된다면 '쉬는 시간을 많게 하고 공부시간을 줄이겠다. 체육을 많이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욱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은 '아이들에게 엄할 땐 엄하고 재미있을 땐 재미있는 교사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아침자습도 독서만이 아니라 여러 종류를 선택해서 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 아이가 한 페이지 넘겨 적어놓은 내용은 이미 내 의도를 읽고 있는 듯 했다. 눈친 빠른 녀석(!)... ㅋㅋ. 여기에 일부분을 옮겨 본다.

 

"샘을 골탕 먹일 수 있는 아주 좋은 주제다. ㅋㅋ.(샘 실컷 욕해야지!)"

 

그가 쓴 내용에는 아이들 '뒤로 나가라'는 벌 주기의 비효용성, 바른 자세를  강요하는 문제, 자유시간이 없는 문제, 맨날 독서만 하는 아침자습의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담겨 있다. 또한 수업시간에 이미 아는 내용을 재미없게 설명하는 것 무척 지루하다는 내용도 있다.

 

나는 이 글쓰기에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적어놨다.

 

"그래 생각이 무척 깊구나. 잘 썼다."

 

하지만 이 내용은 너무 짧다. 내 마음을 다 드러낸 것도 아니다. 내 가슴 속엔 다음과 같은 마음이 들어 있었다.

 

"참 선생님이 부끄럽구나. 너희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는데, 더 재미있게 가르쳐야 하는데. 그게 맘처럼 쉽지 않네. 미안하다. 글쓰기가 솔직하고 생각이 깊어서 좋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오늘 숙제 검사는 나에겐 무척 뜻깊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으니 말이다.

 

이들의 가르침을 받아 교사와 학생이 똑같이 행복을 주는 한 학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단 아침자습부터 바꿔봐야겠다. 이번 주 토요일 학급회의 주제 하나 잡았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