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6일 일요일

‘사공언정’ 신 4중 복합체를 아시나요?

윤근혁의 교육기사돋보기9
 
윤근혁
 

1단계> 특목고와 자사고라는 ‘로보트’ 출현

 

특수목적(?)을 띤 외국어고(외고)가 탄생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92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평준화 폐지’ 특명을 받고서다. 이어 98년엔 변종격인 국제고가 태어난다.

 

현재 외고는 29개, 국제고는 2개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수월성교육, 영재교육, 선택보장교육이란 화장술을 발휘했다. 절대 평준화를 깨기 위해 세운 것은 아니라고 손사래도 쳤다.

 

하지만 이들을 종합 검진한 교육부 X-파일보고서(10월 29일)가 나왔다. 36쪽 분량으로 된 ‘고교운영개선 및 체제개선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가 그것이다. 교육부가 발견한 아래와 같은 내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적되어온 것이었다.

 

“외고 등 특목고가 입시전문 학교로 변질되면서 고교평준화의 기반을 흔드는 양상으로까지 확대. 최근 대학들의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율 축소와 고교등급제 논란도 외고 등 특목고생을 더 많이 유치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됨.”

 

이미 알려졌듯 외고와 자사고의 등장은 ‘평준화 해체시켜라’는 특명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내보인 학자는 이종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51·교육혁신위원회 위원)이다.

 

지난 5월 초, 한 권의 정책보고서를 손에 받아든 교육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바로 이 원장이 쓴 ‘특목고의 중장기 운영 방향 및 발전방안 연구’란 보고서 때문이었다. 다른 곳도 아닌 교육부가 의뢰한 정책연구였다.

 

이 원장은 이 책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91년 평준화 재고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하고, 실무자들이 외고를 특목고로 편입하는 방안을 보고하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외고가 평준화 체제 속에서 수월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준화 해체 노림수였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 책에서 ‘외고 폐지’를 공식 제안하게 된다. 올 하반기 외고 논란의 불씨를 처음 제공한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이 당시 모든 기자들은 이 원장의 보고서를 전면 무시했다. 심지어 <한겨레>와 <경향>도 다루지 않았다.

 

오직 ‘외고 폐지’ 사실을 보도한 곳은 전교조신문인 주간<교육희망>뿐이었다. 이런 내용을 쓰는 까닭은 우리 신문을 자랑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 언론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맘에 안 들면 아무리 핵심적인 내용이라도 무시한다는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을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나는 최근 특목고와 관련 몇몇 사람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과연 우리나라 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의 말을 일단 들어보고 ‘복합체’라는 어려운 개념을 함께 생각해봤으면 한다.

 

다음은 이종태 원장을 지난 9월 6일 인터뷰한 내용이다.

 

- 특목고와 같은 선택확대, 수월성 교육이 세계적 추세라는 게 보수신문의 교육논조다.

“기자적 양심을 의심케 하는 잘못된 보도다. 연구를 하면서 외국 사례를 살펴본 결과 영재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례들에서도 우리의 ‘특목고’와 같은 양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영재교육의 천국인 미국과 싱가포르도 우리나라의 특목고 형태 대신 일반 학교 안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 특별한 대상이 되는 학생들이라도 학교 종류를 달리하기보다는 보통의 학교에서 교육과정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일부 보수신문들이 특목고 학원과 손을 잡고 돈벌이에 나선 지는 벌써 꽤 됐다. 이들은 이번 특목고 대책에 대해서도 거센 반발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외고학원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일부 신문을 보면 신문이 망하더라도 (이런 돈벌이를 통해)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웃음) 언론사가 사교육기관과 함께 직접 외고 대비 모의고사를 치르는 등 돈벌이를 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 일부 보수신문의 반발은 특정 세력의 교육특혜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그들의 이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한 사람만 더 만나보자. 연봉 18억원을 포기한 ‘스타 강사’로 세상에 알려진 이범(38·와이즈멘토 이사)씨다. 그를 만난 때는 김포외고 입학 부정 문제로 한창 시끄러운 지난 11월 13일이었다.

 

-일부 언론이 특목고, 자사고 입학을 놓고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언론사들이 사교육에 뛰어들고 유력 신문이 선봉에 서 있다. 외고 모의고사를 주최하는 한편 학원 강사들로 하여금 특목고 입학 기사를 쓰도록 한다. 이는 광고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 나쁜 짓이다. 자신들의 논조가 곧 장사가 되는 일 아닌가.”

 

위에서 다룬 이 원장은 언론의 눈칫밥을 먹어야 기관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 수장이다. 또 다른 이 이사는 <조선><동아> 등에 논술 관련 글을 써온 사교육업계 대부다.

 

이런 분들도 우리나라 신문들의 장삿속 앞에서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복합체’라는 무서운 괴물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2단계> 공교육과 사교육의 유착

 

공교육과 사교육 복합체를 보여주는 사태가 터졌다. 바로 김포외고의 시험지 빼돌리기 사건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터질 것이 터졌다’는 게 외고 사정을 잘 아는 교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고와 국제고, 자립형사립고 등이 입시를 놓고 학원과 벌인 ‘짬짜미’ 소문은 어제 오늘 난 것이 아니다.

 

이들 두고 유명 학원강사 출신인 이범씨는 “외고는 학원과 유착했고, 자사고는 학원과 혼합됐다”고 공생관계를 최근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4월 14일 서울 D외고는 학원장 100여명을 학교로 불러놓고 자신들의 이전 해 시험 문제지를 빼주었다. 이날 이 학교 교무부장은 “학원장님들이 (‘건의사항’란에) 의견을 적어주시면 올해 입시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학교는 결국 기관경고를 받았지만 전체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를 놓고보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앞서 경기 C국제중은 2005년 10월 7일 학원 원장들을 초청해 서울 모 호텔에서 입시설명회를 열었다. 이어 이 학교는 같은 해 10월과 11월 모두 7차례에 걸쳐 서울, 부산, 대전 등지의 특목고 대비 학원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을 초청해 입시설명회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 학교 교감은 “학원이랑 (입시설명회를) 하면 마케팅 대상이 확실해 입시설명회를 같이 열게 됐다”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집중 타깃을 잡으려면 학원 수강생이 제일 좋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부 특목고 교감과 연구부장들도 특정 학원에서 주최하는 입시설명회에서 강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주간<교육희망>이 처음 발견한 동영상 속 김포외고 이 부장 강연내용을 보시라.

 

그는 올해 9월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벌인 입학설명회 동영상에서 다름처럼 ‘사교육-공교육 복합체’를 설명했다.

 

“솔직히 말씀드려 어느 학교나 1기생은 학원에서 특목고 많이 보냈다하는 실적 위주이기 때문에 (학생 수준이) 조금 약해진다. 학교가 안정되는 학교이면 (학원이 수준 높은 학생을 보내) 강해지는 것이다.”

 

사실 학원과 학교의 복합체는 반교육적인 것이다.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부장은 학부모에서 이를 자랑하는 용기(?)를 발휘한 것이다.

 

3단계> ‘사교육+공교육’에 언론의 접합

 

사교육과 공교육의 복합체를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세력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언론이었다. 세계 모든 전쟁에 미국이 있었듯, 돈벌이가 되는 곳에 대한민국 언론이 있게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전 ‘교육기사돋보기’에서도 다뤘지만 <조선일보>는 외고 모의고사로 돈을 톡톡히 벌었다. ‘평준화를 사교육의 주범’으로 몰아세운 보수신문이 정작 자신들은 사교육기관과 손잡고 외고 입시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은 8, 9월 들어 ‘알림’(사고)과 기사를 통해 ‘외고 모의고사’를 크게 홍보했다. 이 신문과 이 신문의 투자법인인 (주)맛있는공부가 ‘제2회 외고 대비 전국 모의고사’를 직접 주최한 탓이다.

 

이 신문은 8월 27일치 기사에서 “이번 대회는 10월 외고 원서접수를 앞두고 외고의 합격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학부모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1회 대회 때 이미 전국의 유명 특목고 학원이 대거 참여해 모의고사 사상 최대인 1만 1000여 명이 응시하는 등 최대, 최고 권위의 대회로 자리를 굳혔다”고 홍보했다.

 

대회 응시료는 2만 5000원. 1회 대회 규모의 학생만 참가한다고 해도 2억 7천500만원의 수익을 내는 셈이다.

 

<조선일보> 자회사인 에듀조선 사이트(www.educhosun.co.kr)에도 한번 가 보자. 첫 화면 왼쪽 항목 가운데 ‘용도별 TEPS 학습가이드-특목고, 자사고’를 눌러보면 다음과 같은 글귀가 박혀 있다.

 

“특목고를 지원하는 학생은 늦어도 중학교 2학년 겨울부터는 TEPS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들은 이 사이트에서 ‘종합반’, ‘패키지’, ‘영역별’ 코스 등을 마련해놓고 있다. 동영상+교재 패키지 강좌의 경우 한 해에 47만 8000원이다.

 

<동아일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올해 들어 줄곧 특목고 학원과 손을 잡고 입시설명회를 벌였다. 이 학원은 최근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조선>과 <동아>와 공동으로 참고서를 냈다고 크게 홍보하고 있다.

 

심지어 이 학원은 <동아일보>와 함께 청심국제중 내부 입시자료를 빼냈다고 홍보하다가 뒷말이 나오자 숨겨놓기도 했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놓고 벌이는 사교육 돈 잔치에 언론이 합체된 꼴이다. ‘사공언의 복합체’인 것이다.

 

4단계> ‘사공언’ 복합체와 정치권 결합

 

빠르면 2009년 3월부터 유명 자사고 대비 사설학원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자사고가 개교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사교육과 공교육의 부도덕한 유착을 고착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를 주도한 (주)대교의 전 회장이 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캠프로 들어감에 따라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포외고의 입학부정 사태가 전국 외국어고·자사고에 대한 전면 수사로 번진 가운데 교육계 안팎에서는 송자 (주)대교 자사고 설립추진위원단장(71·전 대교 회장·전 교육부장관)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서울 은평뉴타운 자사고 내정 교장으로도 알려진 송 단장은 지난 14일 한나라당 이명박 선대위의 '경제살리기특위' 고문으로 합류했다. 사교육학습지 업체에서 자사고 추진 책임을 맡은 송 단장 스스로 자사고 100개를 공약한 이 후보 캠프에 뛰어든 것이다.

 

앞서 송 단장이 회장을 맡을 때인 지난해 7월쯤 (주)대교는 자사고, 특목고 전문학원으로 이름 난 '페르마에듀'를 인수(지분 51%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자사고를 추진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자사고와 외고 준비생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는 학원을 인수함에 따라 '이중행태'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더구나 페르마에듀는 2003년 서울지역 2개 외고의 시험지 유출 의혹으로 학부모들이 항의농성까지 일으킨 바 있다.

 

(주)대교는 이 같은 사실의 일부가 이미 올해 8월 몇몇 신문에 보도된 바 있는데도 지난 16일 “자사고 설립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흥사단교육운동본부 등 20여 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교육연대)는 “송자 단장을 중심으로 사설 학원과 자사고, 한나라당의 3중 복합체가 탄생한 것”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대교 관계자는 “학원을 인수한 것은 주식회사 대교이고 자사고 설립을 추진하는 곳은 대교재단이기 때문에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공언정 복합체 서막이 올라간 것이다. 이 속에서 공교육의 종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들이 해괴한 ‘복합체’를 막기 위해 나서야 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기사의 일부 내용은 윤근혁이 쓴 기존 기사를 따온 것입니다.

 

월간<우리아이들> 2007년 12월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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