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학교에서 근무해야 할 시간. 강원도 속초, 경북 경주, 충북 수안보, 경기도 포천의 유원지에 교장이 모였다. 어째서 이들은 학생과 교사 곁을 떠나 집단으로 관광지로 떠난 것일까?
학교 돈 빼내 사실상 꽃놀이?
 |
| ▲ 강서초등교장회가 이 지역 교장들에게 보낸 공문. |
|
| ⓒ 윤근혁 |
지난 달 27일 오전 8시 40분, 서울 강서초등학교 운동장. 등교하는 이 학교 코흘리개 초등학생들 틈을 비집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교장들 50여명이 모여들었다. 경북 경주로 '강서초등교장회 자율연수'를 떠나기 위해서다.
공문에 나타난 이들의 1박 2일 연수내용은 영어교육활성화 방안과 성폭력예방교육이었다. 민경대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위원장은 "영어교육 활성화와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을 받으러 왜 하필 평일에 그 멀고 먼 경주로 가야만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번 행사에 낸 돈은 각각 24만4000원. 학교별로 출장 형식을 빌려 '짬짜미'를 했기 때문에 모든 돈은 학교운영비에서 빠져나갔다. 총1220만원이다.
같은 날 서울 강동지역 교장회 소속 교장들은 경기도 포천으로 떠났다. 1박 2일에 14만원씩 내 지역 교장회 연수를 하기 위해서다.
이 두 지역 교장회의 학교운영비 유용 행위는 실비보다도 많은 출장비를 계상했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이전 감사원 권고사항(학교운영비의 교장회 등 개인회비 전용 금지)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강원도 춘천지역 교장회와 올해 초 경기도 양평 교장회가 학교 돈으로 '연수'를 갔다가 주의 조처를 받는 한편, 참가비를 모두 환수 당한 적이 있다. 근무시간 중에 서울교총 산하단체이면서 임의 친목단체인 교장회가 출장을 간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
앞서 서울 강남교육청은 역시 평일인 지난 12일과 13일 이 지역 초등교장 39명을 동원해 강원도 속초에 있는 한 콘도에서 연수를 벌였다가 망신을 당했다. 특정 논술학원(L논술연구소) 사장을 초빙해 강연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일이 문제가 됐는데도 이 교육청은 다시 속초에서 1박 2일 교감 연수를 강행했다.
서울시 교육청 조사 착수
 |
| ▲ 교장들이 근무시간 중에 사적 모임에 참여해 논란을 빚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 지역 교장 400여명은 지난 3월 30일(금) 오후 2시 서울교육연수원 대강당에 모여 서울교총 산하 조직인 서울초등교장회 선거를 하는 한편, 한나라당 이군현(사진 왼쪽)·김영숙(가운데)의원의 정치연설을 듣기도 했다. |
|
| ⓒ 윤근혁 |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초등교장협의회도 평일인 4월 26일부터 1박 2일 동안 충북 수안보에 있는 한 콘도에서 이사회와 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이 단체 소속 서울초등교장회는 역시 평일인 지난 3월 30일 오후 2시에 400여명이 모여 회장을 뽑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두 명이 나와 정치연설을 진행해 뒷말이 흘러나왔다.
서울지역 교장회의 이 같은 행태가 알려지자 서울시 교육청은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2일 밝혔다. 조학규 서울시교육청 교원정책과장은 "아무리 교장단체더라도 평일에 연수를 받을 만큼 시급성이 있는 것인지 복무에 관한 문제로 사실 관계를 파악 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아무개 서울 초등강서교장회장은 "출장 여비를 받아 경주로 간 것인 만큼 친목행사를 자제하고 고적답사 등 학생 수학여행에 필요한 연수를 중심으로 진행했다"면서 "일부 평일 연수에 대해 비판 목소리가 있지만 휴일에 진행하면 참석하는 교장도 별로 없어서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오마이뉴스 2007년 5월 3일치에 쓴 글입니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