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일 화요일

취재수첩/ 유치한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가 사설을 통해 재미있는 논리(?)를 폈다. “교사들의 전교조 가입 실태도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신문은 지난 3일 ‘전교조 가입 실태와 수능 성적도 공개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정보공개에관한특례법의 국회 통과 의미를 설명하는 내용에서다.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전교조 가입 교사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월급받고 교육을 공급하는 측’으로서 교육 수요자들에게 스스로 정보를 공개해야 마땅하다.”

이미 상당수의 교사들은 자율적으로 ‘전교조 소속’이란 사실을 학부모와 학생에게 알리고 있다. 학기 초 학부모에게 편지를 쓰거나 교탁 위에 전교조 달력을 올려놓는 식으로 말이다.

흥분은 자유지만 다른 단체나 개인에게 ‘개인정보 공개’를 강요할 때만큼은 자기 모습을 돌아보는 여유도 필요하다. 그것이 헌법에도 보장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따른 단체 가입과 같은 인권에 관한 것일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동아> 스스로 노조 가입 실태를 공개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가령 어떤 단체가 <동아>에게 다음처럼 강요한다면 어떨까.

“기자들이 노동조합 소속원인지 아닌지 기사 끝에 달린 기자 이름 옆에 적어놓아라. 이를테면 ‘○○○기자, 동아노조 소속’식으로 말이다. ‘월급 받고 사회의 공기인 보도를 하는 측’으로서 독자에게 정보를 공개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유치한 얘기다. <동아> 사설 또한 마찬가지다.

세계 어느 나라도 교사에게 노조 가입 사실을 공개하라고 윽박지른 몰상식한 사례는 없다. 이 신문이 ‘노조=빨갱이’란 군사독재 시절 옛 버릇을 아직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치 화가 난 사람이 마구 말을 뱉는 것처럼 글을 쓴 사설들이 너무 많다.” 국어문화운동본부가 최근 내놓은 사설 문장평가 자료에 씌어 있는 글귀다. <동아>는 이 단체가 왜 자신들을 <조선>에 이어 꼴등에서부터 두 번째로 평가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주간<교육희망> 2007년 5월 16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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