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근혁의 교육기사 돋보기 8 | ||||||
사실 나는 어용일지도 모른다. 때론 교육기자로, 때론 교사로 18년째 교육기사를 쓰고 있지만, 요즘처럼 교육부를 두둔한 적도 없었다. ‘외국어고 폐지’, ‘교장공모제’, ‘고교정상화 3원칙(본고사․고교등급제․기부금입학제 금지)’. 이 같은 교육부 정책 앞에서 나는 교육부를 두둔했다. 보상은 없는 대신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기 십상인 어용의 길을 택한 셈이다. 전교조신문 기자가 교육부를 두둔하다니… 전교조신문인 주간<교육희망> 기자가 교육부 편을 든다? 참 골 때리는 상황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내 모습에 돌을 던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왜? 우리나라 교육언론의 형편이 희한하기 때문이다. 지금 교육문제를 다루는 신문 형편이라는 게 혁신과 보수가 1:9의 지형이다.
외국어고나 고교정상화 3원칙 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 태도를 떠올려보시라. 융단폭격을 맞는 교육부를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지 않는가. 언론의 객관성? 솔직히 이런 개념은 없다. 언론학자들도 공정성은 따질 지라도 객관성에 대해서는 회의를 품고 있다. 자 보시라. ‘키 작은 다윗과 키 큰 골리앗’이 싸우고 있는 것을 중계한다고 생각해보자. 누구 편을 들어야하겠나. 이 둘 사이에서 양쪽의 의견을 골고루 적는 것이 객관성이라면 그건 죽은 언론이다. 다만 내 스스로 다짐하는 게 있다. ‘아무리 문제 있는 놈들이라도 그들의 주장을 꼭 담자. 기사의 핀트(야마)가 어긋날 지라도 허위의 사실은 적지 말자. 있는 대로 보도하자.’ 그럼 <조선일보>를 보시라. 누구 편을 들고 있나. 이 신문의 교묘한 치장술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좋게 말하면 의식화, 나쁘게 말하면 세뇌당한) 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 신문은 객관성도, 공정성도, 진실성도 모두 저버렸다는 데 많은 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 10월호에서도 적었지만 이들이 교육문제를 들먹이면서 ‘조자룡 헌칼 빼 쓰듯’이 내세우는 게 바로 평준화에 대한 외국 사례다. 지난 해 3월 15일치 <조선사설>을 보자. ‘양극화론에 밀려 물 건너간 자립형사립고 증설’이라는 사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계는 평준화되어 있지 않은데 우리만 평준화하자는 건 우리와 우리 후손보고 깡통이나 차라는 말이나 한 가지다.” 참 그 사설 말투, 험악하기도 하여라. 하긴 평준화를 놓고 ‘붕어빵 교육’이니 ‘사회주의식 발상’이라고 막말을 하는 신문이니 이쯤은 약과라고 할 수 있다. 평준화는 학교별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닌 ‘근거리 배정’이다. 이런 잣대로 살펴보면 세계 선진국들은 모두 평준화 국가들이다. 교육부 자료만 봐도 미국, 영국, 프랑스, 핀란드 등도 그렇다. 이런 점에서 “세계는 평준화되어 있지 않은데 우리만 평준화하자는 건 깡통이나 차라는 말”이라는 내용은 유식하게 말하면 허망한 소리이고, 무식하게 말하면 헛소리다. 중학교 시절부터 시험을 치르는 독일 사례를 들어보자. 이 나라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거의 꼴찌를 했다. 그래서 교육개혁 논란이 벌어졌는데 바로 ‘평준화제도’ 도입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런 내용에 대해 우리 신문들은 도통 보도를 하지 않는다. 왜?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숨겨라’. 이것이 보도의 제 1원칙이기 때문은 아닐는지. 그들은 도통 보도를 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부터 우리나라 신문들이 평준화제도에 대해 ‘조지는 식’의 보도를 한 것을 쭉 나열할 것이다. 그 다음에 PISA 시험에서 1등을 차지한 핀란드의 교장협의회 회장 인터뷰 내용을 적어놓을 것이다. 이 피터 존슨 교장을 4시간에 걸쳐 인터뷰하면서 내가 어깨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핀란드는 PISA에서 종합 1등을 했다. 한국은 2등을 했는데, 핀란드 교육의 비결은 무엇인가.” 한 번 비교해보고 판단하시라. 그 판단을 강요하지는 않겠다.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평등화 아닌 서열화는 타파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학교 서열화는 죄악시하기까지 한다. 그런 현상은 오랜 기간에 걸친 교육 평준화 정책으로 부지불식간에 세뇌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을 비롯해 서열화를 벗어날 수 있는 사회 단위는 있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어떤 분야, 어떤 사회 단위에서도 1등부터 꼴찌까지 서열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화일보 시론 2007년 4월 2일) “세계는 우수인재를 키우는 수월성 교육을 중시하는데 우리 정부는 갈수록 하향 평준화를 고집하니, 공교육은 완전히 무너졌다.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외국으로 떠나고, 대학·교수들이 정부에 집단 반기를 들고,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까지 생긴 것이 아닌가.”(중앙일보 사설 2007년 10월 10일) “이 정권은 5년 내내 ‘평준화’와 ‘3不불’의 덫을 놓아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싶은 보통 국민들을 억누르기에 바빴다. 그 결과 조기유학생 3만명 등 해외유학·연수생이 20만명을 넘었고, 사교육비가 30조원을 넘었다. …이 정권의 이런 교육 정책이 계속된다면 세계 경쟁 속에서 버티고 견뎌내야 할 나라의 앞날은 암담하다.”(조선일보 사설 2007년 10월 11일) “평준화는 마약과 같은 것이다. 주민들이 투표해서 마약을 끊을지 계속할지를 정하게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평준화가 이대로 10년 더 가면 대한민국의 장래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 …평준화의 관치교육 사슬을 깨부술 수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2007년 6월 8일) ‘평준화는 마약’이라는 조선일보 사설이 재미있다. ‘마약쟁이(=국민)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도 탁월(?)하다. 마약의 힘이라는 게 정말 세긴 세나보다. 평준화가 시행된 때가 73년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30년 넘게 마약을 먹고 살아온 것이다. 공교육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봤을 때 선진국 문턱에 이르게 한 원동력도 다름 아닌 '마약'이었다는 얘기다. OECD의 PISA 평가에서 우리나라 고교 1년생들이 종합성적 2위를 거둔 힘은 또 어떤가. 2003년 PISA 평가를 보면 우리 학생들은 문제해결 능력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를 기록해 종합 성적 2등이었다. PISA 2003년 결과 설명을 위해 지난 2004년 우리나라를 찾았던 베르나르 위고니에 OECD 교육 부국장은 "한 학교에 공부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 등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함께 입학시켜 공부시킬 때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면서 우리나라 평준화 정책을 극찬했다. PISA 시험에서 종합 1등을 거둔 핀란드 또한 평준화 체제를 공고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마약'의 힘에 놀랄 따름이다. 핀란드 교장협의회 회장의 ‘평준화 예찬론’
때는 1990년. 장소는 핀란드. 교사 경력 10년인 호리호리한 34살 젊은 교사가 교장에 뽑혔다. 이름은 피터 존슨(50). 교장 생활 17년 만에 그는 이 나라 교장협의회 회장이 되었다. 그가 미국을 거쳐 한국을 찾았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핀란드 교육 모습을 전하기 위해서다. “교육은 항상 사회적 신분 상승 면에서 핀란드 인에게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핀란드 교육 정책의 기초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우리의 성공 기초는 모든 아동에게 똑 같은 정부지원 교육을 제공하는 통합학교이다.” 그는 지난 19일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가 국회 도서관에서 연 국제심포지움에서 이런 ‘촌스런 말’을 던졌다. 조선․중앙․동아일보의 표현대로 하자면 ‘사회주의식 낡은 교육’을 찬양한 셈이다. 그를 만난 시간은 이날 오후 4시. 그와 인터뷰는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 만두집까지 계속 이어졌다. 헤어진 시간은 오후 8시 10분이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한국은 종합 2등을 했고, 핀란드는 1등을 했다. 비결이 뭔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을 위해 동등한 교육기회를 준 것이 그 이유다. 학교 규모가 작다. 핀란드 통합학교(초중등과정) 중 1/3인 1000개 학교 학생이 50명 미만이다. 무상교육과 평준화교육을 시키다보니 교사를 존중하는 풍토가 크다. 이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고교 근거리배정(평준화)에 대해 뒷말은 없나. “더 좋은 학교가 어디 있는가. 학생들은 집 가까운 학교를 선호한다. 전체 학교의 99%가 공립학교다.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고교 사이에 랭킹이 있나, 대학은? “인문계 고교 랭킹 없다. 대학도 순위 개념이 없다. 학교 사이는 교육협력체이다. 랭킹을 만들면 패자가 생긴다. 대학 사이에 랭킹을 매긴 다른 나라 보도를 보고 핀란드 인들은 웃는다.” -한국에서는 점수에 따라 갈 수 있는 대학 배치표가 있다. “그런 걸 상상하는 순간 스트레스가 온다.(웃음) 스트레스는 학습에 안 좋다. 우리는 40년 전에 이런 시스템이었다.(다시 웃음) 경쟁 시스템에서 통합시스템이 되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된다.” -한국에는 고교에도 10% 정도의 대입 명문고가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엘리트 교육을 하면 일부는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적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이 함께 교육받을 때 전체적으로 더 큰 효과가 난다. 다양성에 따른 상승 효과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 학생들 학원은 다니나, 사교육비는? “(No, No란 말을 두 번 하면서) 다니지 않는다. 취미로 다니는 것을 있을지 몰라도.” -교원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나? “(고개를 가로 저으며) 교원평가는 없다. 교사를 등급으로 나눈다거나 점수로 매기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교육은 명함도 못 내미는데… 이날 오후 6시 10분쯤, ‘크르렁 크르렁’대는 내 구형 경유차가 서울시청 앞을 지나고 있을 때 옆자리에 앉은 안승문 스웨덴 웁살라대학 객원연구원은 다음과 같은 말을 던졌다. “교육시민단체와 전교조가 주장하던 교육의 미래상이 이미 핀란드 교육 속에 있다니까.” 뒷자리엔 인상 좋은 핀란드 ‘교장선생님’이 앉아 있는 상태였다. OECD가 최우수 교육국가로 꼽은 핀란드. 요즘 ‘핀란드 교육에서 배우자’는 운동이 한창이다. 사실 ‘미국과 영국식 교육정책은 끝났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빈곤층 절반이 자퇴를 하는 미국과 교사들을 외국에서 사오고 있는 영국’, 이런 교육망국이 어디 있을까. 이 두 나라 교육개혁은 세계 교육계에서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딱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통한다. 보수언론이 미국과 영국의 교육을 놓고 신주단지 모시듯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신문들이 언제까지 ‘교육선진국’ 핀란드 교육을 외면할 지 자못 궁금하다. *피터 존슨 교장 인터뷰 내용은 주간<교육희망> 10월 24일치에 쓴 글을 일부 고친 것입니다. 월간<우리아이들> 2007년 11월호에 쓴 글입니다. | ||||||
2009년 9월 5일 토요일
핀란드 교장협의회장과 보수언론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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