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7일 월요일

(1)충암고 보도의 빛과 그림자

교육기사돋보기_1
 
윤근혁
 
방에 누워 있다가 이상한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최소한 1등급 이상으로 올리도록 학부모님께 약속드린다. 융통성이 없는 담임으로서 아주 타이트하게 잡아드리겠다.”

SBS뉴스가 지난 달 20일 서울 충암고 교사의 ‘담임유세’를 전하는 소리였다. 신문과 방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학교의 담임 선택제를 추켜올렸다. CBS, 매일경제 등이 그랬다.
SBS는 “공교육이 수요자 위주로 탈바꿈하는 계기”라면서 뉴스를 끝맺었다. ‘수요자 위주’? 좋은 소리다.

하지만 사학비리로 얼룩진 충암고를 들먹이면서 이런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화장실 선택권’도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더 그렇다.
이 학교 2·3학년 1400여명이 공부하는 건물에 대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은 한 곳 뿐이다. 지난 해 10월에는 건물 밖으로 나오던 학생이 5층에서 떨어진 창틀에 머리를 맞아 30바늘을 꿰맸다. 낡은 건물 때문에 이런 사고가 2006년에도 두 차례 더 있었다고 한다. 지난 해 12월 17일치 <한겨레> 보도 내용이다.

사실 충암고 재단은 서울시교육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학법인이다. 전 이사장이 공사비 횡령으로 물러난 뒤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 김 아무개 교장은 지난 달 20일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해 “학생과 학부모 90%이상이 담임 선택제에 찬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뻥튀기’다. 이 학교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 64%, 학부모 60%가 찬성했다.

<매일경제> 2월 20일치 보도에 따르면 학교 쪽은 “담임 선택제를 실시한 1학년 중 보충수업 비율은 59%에 달해 2학년보다 20%포인트 높았다”고 말했다.
이 또한 눈속임이다. 다른 학교도 1학년은 대개 보충수업참여비율이 높다.

SBS와 <매일경제>는 담임 선택제의 우수함을 내보이기 위해 ‘현장학습 프로그램 참여율도 이전 해에 비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것도 코미디다. 이전 해는 참가비를 받았지만 지난해엔 공짜였다. 그림자를 빛으로 착각한 교육보도가 너무 많다.

교육희망 2008년 3월 1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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