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일 화요일

학교수업 뻥 차버린 ‘토니파워킥’

교사들, 학생 이끌고 캘로그회사 행사에 간 까닭은?
 
윤근혁
 
“다음 학생 슛!, 2반 명단은 없나요”
확성기 소리가 학교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울 o초 2학년 2반 담임 교사는 ‘캘로그’ 회사 관계자에게 학생 명렬표를 건네줬다.
▲ 학생들은 캘로그사 직원 6명의 지시대로 진땀을 흘리면서 줄줄이 공을 찼다. 사진은 지난 31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ㅇ초 운동장.     ©윤근혁

지난 3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학교 담임교사들은 어쩐 일인지 정규 수업시간인데도 학생들을 줄줄이 운동장에 데리고 나오고 있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식품회사인 캘로그가 연 토니파워킥에 참가시키기 위해서다. 토니파워킥은 이 회사가 2005년부터 서울, 수원지역에서 열고 있는 공 세게 차기대회다. 올해도 서울과 수원지역 50여 개 초등학교가 이런 일을 벌였다.

‘뻥~’
학생들은 캘로그사 직원 6명의 지시대로 진땀을 흘리면서 공을 찼다. 운동장에 세워진 12개의 캘로그 광고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이 학교 동관 쪽에 맞닿은 운동장 1/3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학교 본관, 동관, 서관 유리창 밖으로는 학생들의 얼굴이 나와 있었다. 구경꾼들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교생 1600여 명은 캘로그가 주는 콘프로스트 한 봉지씩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이처럼 특정 업체에서 벌인 행사 때문에 학교수업은 사실상 마비상태가 된 것이다. 신종규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외부 회사가 홍보 등을 위해 정규수업시간을 침해하도록 방치한 일은 명백한 수업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 학교 이아무개 교장은 “캘로그가 식품 이름이 아니라 축구대회 명칭인 줄 알았다”면서 “체육행사를 한다기에 나쁜 것 같지 않아 허락했다”고 말했다.

캘로그사 이아무개 부장도 “토니파워킥은 식품을 홍보하기 위한 것보다는 학생들 건강을 위한 행사”라고 반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뒤늦게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서 초등교육정책과장은 “정규수업시간을 침해하면서 업체가 활동을 하도록 했다면 문제”라면서 “실태파악을 하겠다”고 말했다.
 
주간<교육희망> 2007년 6월 4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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