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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연구학회에서 지난 해 벌인 전국 행사인 독서경진대회 모습. |
초중등 학생 등 회원 10만명이 가입해 있는 한 연구학회가 논리속독 급수검정시험을 치르면서 응시 학생 성적을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학생 성적을 무더기로 조작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해서 기준 점수에 미달한 학생이 급수를 통과한 경우가 확인된 것만 40여 차례에 걸쳐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L연구학회, 75차례 급수검정 치르더니…
문제의 학회는 현재 전국 16개 시도에 걸쳐 학원 190개와 체인 사업을 벌이고 있는 L연구학회. 이 연구학회가 학국직업능력개발원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이 학회는 지난 해 1월 31일 1회 검정을 시작으로 올해 4월까지 모두 75회의 급수검정을 치렀다. 응시자수는 3만4534명이었으며 학생들이 낸 검정료는 모두 3억5천만원이었다.
주간<교육희망>이 입수한 이 연구학회 내부 인터넷 정보시스템(인트라넷) 화면 복사자료에 따르면 논리속독학원을 운영하는 학원 원장들이 이 연구학회에 올 3월 이후 40여 차례에 걸쳐 급수검정 점수를 고쳐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요청에 이 연구학회가 해당 학생의 점수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급수 올려주기에 이어 수상자 바꿔치기까지?
지난 6월 9일치 자료에 따르면 대구 한 학원 원장은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급수검정 치르고 나면 어김없이 염치없는 부탁을 드리게 된다”면서 이 아무개 학생 등 초등학생 5명, 중학생 1명에 대한 급수 통과를 부탁했다. 이어 한 학생에 대해서는 “하○○이 논리정독 수상자로 가능한지요”라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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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학회 인트라넷 화면. 성적 조작을 요청하는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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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학회 인트라넷 화면. 성적을 바꿔치기한 사실을 알려주는 내용. |
다음날 이 연구학회는 답변 글에서 “두 학생을 제외하고 처리해 드리겠다. 수상자는 하○○ 학생이 선정되었다”고 회신했다. 두 학생을 뺀 4명의 학생이 검정 통과 점수 평균 70점에 못 미치는 데도 점수 조작에 힘입어 급수합격증을 받게 되었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부산, 인천, 광주 지역 등에 있는 학원장들은 “합격률이 너무 좋지 않아서 걱정이다”, “불합격자를 구제해 달라”, “인원이 많지만 꼭 조치해 달라” 는 등의 글과 함께 ‘구제 학생 명단’을 엑셀 파일 등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이런 요청을 받은 연구학회는 학생 몇 명을 빼고는 대부분 ‘구제 조치’를 했다.
특히 대구 의 한 학원의 경우 수상자까지 바꿔치기 할 것을 요청했고 연구학회는 수상자 명단까지 바꾼 것으로 나와 있다. 대구 한 학원은 3월 30일치 글에서 “이○○(독서감상문)학생 대신 최○○학생이 수상 할 수는 없는지요”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연구학회는 다음 날 올린 회신 글에서 “수상자는 최○○ 학생으로 변경되었다”고 답변했다.
“학원 원장들 성화에 성적 바꿨다”L연구학회 전현직 직원들은 “급수검정 점수 조작은 학원 원장들이 검정에 떨어진 학생들이 학원을 그만둘까봐 연구학회에 부탁하게 되었고, 연구학회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 대부분 용인해주었다”고 밝혔다.
대구의 한 학원 김 아무개 원장은 24일 전화통화에서 “아이들이 급수검정에 도전했는데 사기 문제도 있고 해서 결과적으로 성적을 바꿔달라고 했다”고 말해 성적 조작 요청 사실을 시인했다.
그럼 누가 이런 성적조작을 지시한 것일까. 연구학회 한 관계자는 이날 “점수를 조작하는 일은 되도록 줄이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연구학회 직원이 많지도 않은 상황에서 급수검정 구제는 회장님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학회 전직 직원도 “직원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연구학회 회장 L씨의 지시에 따라 내키지 않는데도 성적조작 행위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연구학회 L회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내가 만든 검정시험을 갖고 내가 왜 점수를 조작하도록 하겠냐”고 반문하면서 “담당자가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있으면 나에게 알려 달라. 문책을 하겠다”고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L회장은 또 “국가검정시험도 아닌 사설 검정시험에서 그저 학생들의 등급을 매기기 위해 시험을 친 것뿐인데, 이것이 왜 사회문제가 되어 취재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L회장 “성적 조작한 직원이 있으면 알려 달라” 전면 부인L회장은 올 해 1월 교육부총리 표창을 받았으며, 국립경찰대와 서울 등 몇몇 초중등학교에서 강의하기도 하는 한편, 중등학교 교사 논리속독 직무연수도 주최하는 등 학습원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연구학회 또한 지난 해 말 교육부 후원 한국교육산업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중앙 방송사와 신문사가 여러 차례 학원을 보도하는 등 교육계 안팎에서는 제법 이름난 곳이다.
이 연구학회는 급수검정 시험에 대한 국가공인신청을 지난 4월 29일자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접수해 놓은 상태다. 이 국가공인신청을 정부가 승인하는 즉시 이 연구회급수검정은 곧바로 국가 공식 자격증으로 인정받게 된다.
한편, 서울강동교육청은 지난 19일 이 연구학회와 이 지역 소속 3개 논리속독학원에 대한 조사를 벌여 학원비 초과징수를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법 규정에 따른 학원 수강료는 한달 6만9500원이지만 이 학원들은 21만원을 받았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성적조작, 탈세 혐의 등에 대한 진정을 받아들여 이 연구학회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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