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돋보기 12월17일] 이상한 상, 일제고사 등

교육방송 라디오 원고
 
윤근혁
 

◎ 보수 학부모단체들 '제자식 챙기기' 줄줄이

-상 때문에 울고 웃는 요즘 아이들인데요. 아이처럼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학부모들의 마음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일부 학부모 단체 간부들이 자기 자녀에게 상을 받도록 해서 문제가 되고 있네요.
대부분 교육계에서 보수 목소리를 내온 단체 간부들인데요.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이하 학사모)에 이어 경기학교운영위원장총연합회(이하 경기 학운위연합), 경기교육공동체시민연합(이하 경기 교시련)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사실이 16일, 어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교육시민단체들은 "핸드폰을 통한 수능부정행위에 이어 부모를 통한 대입 특혜행위까지 벌어졌다"고 경악하면서 문제된 학부모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 등 근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일부 학부모단체 간부들 자녀에게 상일 몰렸다면 이건 교육의 공정성에 크게 어긋나는 일인데요. 좀더 자세히 살펴보죠.

<한겨레>와 <연합뉴스> 16일치에 보도를 하면서 알려졌는데요. 이 보도에 따르면 경기지역 초중등학교 학교운영위원장들의 모임인 경기 학운위연합 간부와 회원의 고교생 자녀들이 자치단체장이 주는 표창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 상은 지난달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효행과 사회활동봉사 등 모범학생을 뽑아 수원시장 표창을 하는 것이었는데요. 상 받은 9명의 고교생 가운데 5명이 이 단체(경기 학운위연합) 회원의 자녀였습니다. 특히 회장 서 아무개 씨와 사무총장 남 아무개 씨의 고교 2년생 자녀 2명도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자치단체장 등이 주는 모범학생 표창장을 받으면 대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데요. 전국 39개 대학입시에서 특별전형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경기 교육공동체시민연합, 경기 학운위연합 등은 어떤 단체였나요?
모두 학부모단체라고 보면 되는데요. 이 단체들은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행사를 자주 열면서 보수 목소리를 크게 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경기 학운위연합 회장 서 아무개씨는 지난 8일 수십억원을 가로챈 사기행각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황아무개 전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중앙공동대표와 같이 활동하기도 한 인물입니다. 학사모는 유명한 '안티 전교조'단체라고 할 수 있죠. 이 같은 사실은 학사모 주변인사와 전교조 경기지부에 확인한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 서 아무개씨는 경기 교시련 대표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의 자녀는 '2003년 사랑의 일기대회'에서도 교육부장관상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경기 교시련은 올 6월 경기교육청과 교원노조 사이에 '0교시 폐지'에 합의하자 교육청에 난입,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한 단체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들 단체인사들을 뭐라고 하던가요?
어제 저녁(16일)에 서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는데요. 그는 "학교운영위원장 자녀도 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오히려 이 때문에 상을 받지 못한다면 누가 불이익을 받는데 학교운영위원장을 하겠냐"고 반문하면서 "사무처에서 수상자를 추천할 당시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내 자식이 상 받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약간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상 관련 잡음은 올해 7월에도 터져서 홍역을 치뤘는데요. 이 때는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등이 문제가 되기도 했죠?
학사모(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의 전·현직 중앙 상임대표 등 핵심임원 13명의 자녀가 최근 3년 동안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교육부총리상 등 장관급 이상만 17개의 상을 몰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는데요. 이 상은 바로 '사랑의 일기대회' 등에서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대회 공동주최자였던 서울시교육청은 발을 뺐습니다.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교육부총리상, 서울시교육감상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전격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순수하게 학부모활동을 하는 어머니들에겐 기가 막힌 일인데요. 이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한마디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문제가 된 학부모 단체의 해체를 촉구했습니다. 벌써 상 몰아받기 행태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용서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어제 저녁 "학부모들의 학교참여가 부정적인 이유가 바로 자기 자녀에게 상을 준 일부 인사가 있기 때문"이라면서요. "학사모와 경기도 학부모단체의 이번 일은 학교를 넘어서서 대입에까지 영향을 주는 아주 잘못된 행동이며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교조 경기지부도 성명에서 "수상비리는 입시부정이며 교육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개탄했습니다.

상이 공평해야 기회도 공평한 것이죠. 핸드폰 수능부정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때에 또 다른 형태의 부정이 터진 셈입니다. 보수 단체와 손 맞잡고 행동한 교육당국은 아예 제쳐놓더라도 사정기관은 뭐 하는지 모르겠네요.

◎초등학교 일제고사 일제히 부활

-서울시교육청 공정택 교육감이 9월에 취임했죠. 이 때 이후 초등학교 일제고사가 일제히 늘었다고요?
학력신장을 내세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취임 이후 이런 현상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는데요. 실제로 서울지역 공립 초등학교 500개 가운데 87.4%인 437개교가 올 2학기 일제고사를 일제히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사실은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이 이건 서울시교육위원에게 보고한 자료에서 드러났습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많네요. 공 교육감 취임 이후 '학력평가나 일제고사는 학교 자율에 맡긴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이렇게 늘어나 있는 줄은 몰랐네요.
어제 저녁에 이 자료를 입수해서 부랴부랴 분석하면서 저도 깜짝 놀랐는데요. 올해 초등학생들이 본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은 전체 학교에서 모두 1184회였고, 학교별로 따지면 평균 2.4회나 됐습니다. 어느 학교는 일곱 차례나 보기도 했습니다. 70년대 식 월말고사를 본 것이죠.

또 이 수치는 수학경시대회니, 한자경시대회니 하는 경시대회 시험은 빠진 것이니까 엄청 늘어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정택 교육감 취임전인 1학기에 시험을 보지 않던 31개 초등학교가 일제고사 대열에 합류했고, 시험횟수 또한 1학기보다 전체학교 대비 66회(2학기엔 625회)가 늘었습니다.

-일제고사는 서울시교육청 지침으로 금지된 것 아닌가요?
서울시교육청은 90년대 중반부터 '새물결운동'을 펼치면서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중단토록 했습니다. 규정을 만들어 각 학교에 지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 몇 해 전부터 일부학교에서는 교육청 눈을 피해 일제고사를 부활해 온 것인데요.

그러던 것이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공 교육감의 '학력신장' 목소리에 발맞추어 확 퍼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벌써부터 사설학원에서는 일제고사 대비 강좌가 개설되고 '족보'라고 하는 전년도 문제내용들이 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저번에 말씀을 나눴습니다마는 우리나라 고1 학생들의 문제해결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40개국 가운데 1등이었고, 국어와 수학, 과학 점수도 최상위권이었는데요. 때 아닌 학력신장이란 서울시교육청의 말에 고개를 개우뚱 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서울시교육청 내년 교육목표가 '학력신장'으로 잡힌 자료를 최근 받아봤는데요. 올해 교육목표는 '창의적, 자율적, 도덕적 인간육성'이었죠. 이것이 '학력신장'이란 말로 단칼에 뒤바뀔 판입니다.

마침 이번 OECD 피사 시험을 본 학생들이 초등학교에서 수행평가를 받은 학생들입니다. 이른바 열린교육 세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제고사 세대가 아니었죠. 그런데도 문제해결력이 일등이었고 그랬습니다.

현재 수업시작전인 아침 8시부터 컴퓨터와 영어교육을 벌이는 서울지역 초등학교가 44개입니다. 고등학교만 있는 줄 알았던 '0교시' 문제가 초등학교에도 옮겨온 것이죠. 때아닌 70년대식 일제고사 바람에 살맛 나는 것은 학원이고 죽을 맛인 것은 아이들이 아닌가 합니다.

◎ 교육이념 배치되는 입시배치표
-한 달 전에 이 코너에서 입시배치표의 문제를 살펴봤는데요. 최근 들어 이 배치표를 근절하라는 목소리가 크네요.
13일, 보수와 개혁 교육단체들이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는데요. 바로 배치표를 근절하라는 공동성명서를 낸 것입니다. 입시배치표는 각 대학의 학과를 지원 가능한 점수 별로 쭉 늘어놓은 ‘대학서열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대학입학관리자협의회와 한국교총ㆍ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 7개 단체들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사설 입시학원이 만든 대학 배치 기준표는 대학 서열화와 점수 위주의 학생 줄세우기를 조장하는 주범"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들은 “현행 대학입학제도는 대학별로 단순비교가 불가능함에도 학원이 제공하는 배치표는 자의적 기준으로 대학을 서열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1월 19일 사설입시학원들이 '배치표를 공개발표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것으로 아는데요. 이 발표와 달리 배치표 발표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요.
입시학원들은 한마디로 '난 모르쇠'란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입시배치표 유료화, 인터넷ㆍ휴대폰ㆍARS 서비스 등 오히려 올해 들어 더 돈벌이에 극성이라는 소식입니다.

어떤 유명학원은 ARS 전화상담 30초에 1500원이나 받고 있는 상태인데요. 또다른 학원은 인터넷에서도 배치표를 볼 수 있도록 해뒀는데요. 학생용 1만 8천원, 교사용 5만원의 요금을 책정하고 있었습니다.

-배치표의 정확도는 학원마다 어떤지 모르겠네요.
문제는 배치표의 정확성인데요. 당연히 학원마다 제 각각이었습니다. 같은 대학의 합격선이 20점 가깝게 차이가 났습니다. 더구나 표준점수가 시행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 대학마다 입시전형 방법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배치표를 작성하는 행위는 학원의 무책임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수험생을 연말마다 만나는 '대목손님'으로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현재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진학담당교사 408명을 긴급 투입해서 입시상담에 나서고 있습니다. 학원에서 만든 이상한 배치표보다는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게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색 사이트에서 '대교협'을 친 다음 '대학진학정보센터'로 들어가면 됩니다.

 
2004/12/21 [13:50]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