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ㅅ중학교 김아무개 교사(35)는 자기 반 학생의 교과서 명이 연필로 새까맣게 덧칠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덕' 교과서는 '똥떡' 교과서가 되었고 '국어'는 '북어국'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이미 많은 학생들이 이런 '소리 없는 외침'을 보내고 있었다. 누가 이런 버거운 형편을 고쳐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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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들의 집회는 교사들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할까. 아니다. 참교육실천을 위한 교사들의 겨울집회는 뜨겁게 달궈질 것이다. ©윤근혁 | '똥떡', '북어국' 교과서
비판의 화살은 항상 배후 실권자보다는 바로 앞사람한테 먼저 꽂히는 법. 일선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교사들한테 '철밥그릇'이란 비판의 눈길이 쏠려왔다. 이렇게 '욕'먹은 교사들 2700여 명이 얼음길을 뚫고 충북 충주에 모인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새롭게∼'란 주제로 전교조가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참교육실천보고대회를 건국대학교 충주캠퍼스에서 여는 것이다.
전국 교사들의 1/3인 9만4천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전교조(위원장 원영만)는 "일선 학교에서 수업하며 연구한 1500여명의 토론자와 600여명의 발표자 등 모두 2700여 명의 교사들이 7개 영역 40개 분과별 발표회에 참여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규탄집회가 아닌 참교육 연구집회에 3천여명의 교사들이 한데 모이는 것은 우리 역사상 처음이다.
현원일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장 서리는 "이번 행사는 교과영역, 학생생활영역, 교육정책영역 등 교육 전체 영역에서 1년간 연구 실천한 결과가 총집결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교육실천보고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발표하는 보고서 분량만 1만2544쪽이다.
현재 전교조 교과연합 소속 교과모임에는 중등교사만 따져도 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역사교사모임, 음악교사모임 등 13개 교과에 5만여명(온라인 회원 포함)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전국 1만여 명 교사, 지역별 참교육실천대회 치러
전교조는 지난해 5월 참교육실천강령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해 10월부터 전국 140개 지회(전교조 지역 모임)와 15개 시도지부에서 연인원 1만여 명의 교사들이 참가해 참교육실천발표회를 연 바 있다. 이 때 발표한 보고서는 모두 906편이며, 참석 교사들에게 제공된 참교육실천 CD는 4만2천장이었다.
이 같은 지난 해 움직임이 모여, 중앙 참교육실천발표회격인 참교육실천보고대회를 이번에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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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들의 집회는 교사들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할까. 아니다. 참교육실천을 위한 교사들의 겨울집회는 뜨겁게 달궈질 것이다. |
| ⓒ2003 교육희망 안옥수 |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교사들은 기존 교육기관이나 특정 교원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처럼 승진점수 또는 연구 사례비와 같은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대학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까닭에 참석자들은 모두 침낭을 준비해야 할 정도로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다만 교통비와 밥값만 지난해 조합원들이 낸 회비에서 지원된다.
이번 대회에서 '창의적 재량활동 방안'에 대해 발표자로 참여하는 최성은 교사(대전 성모여고)는 "교사로서 한 해 동안 가르친 결과를 여러 교사들과 공유하는 것은 고생이 되더라도 당연한 일"이라면서 "승진점수 때문에 연구를 하는 일 자체가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승진점수' 대신 침낭 안고 모여
이런 교사들의 참뜻을 이해한 행정관청의 지원도 돋보인다. 충북 충주시청은 행사 운영비로 1천만원을 주최 쪽에 지원했으며, 건국대학교는 무료로 행사장소를 제공했다. 다만 전교조는 이 대학에 장학금으로 행사 진행 난방비와 청소비도 안 되는 5백만원을 기부했을 뿐이다.
이에 반해, 정작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번 행사를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교육부는 행사 지원 요청과 교육부장관 참석 초대에 대해 '법령 관계상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장관의 참석 또한 미지수다.
대부분의 학교도 이런 교육당국의 태도에 따라 대회에 참여하는 교사들에게 출장비 지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수많은 학교가 한해 1백만원씩 특정교원단체 산하기구인 '교장·교감단'의 회비를 지출하는 한편, 연수비와 출장비까지 제공하는 것과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교사연구활동 지원하는 교육부 되라
김경욱 교사(서울 ㄷ고)는 "교육부에서 교육개혁이니 특성화 교육이니 맨날 강조하지만 정작 교사들의 자발적이고 순수한 연구활동엔 무관심하다"면서 "이 같은 교육관료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도 새정부에서는 고쳐져야 할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전교조는 이번 참교육실천보고대회 결과를 CD롬 타이틀로 제작, 전국 학교에 배포하며,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어 올려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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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참교육실천보고대회 어떻게 진행되나― 모두 7개 교육영역에 2700여명 토론·발표자로 참여 9일 오후 1시 건국대 충주캠퍼스에서 전국에서 모인 2700여 명의 교사들이 일제히 대회시작을 선포하게 된다. 이 전체마당에는 이상주 교육부장관과 건국대총장, 충주시장 등이 참석해 축사와 격려사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장관은 당초 지난해 말 참석 약속과는 달리 현재 참여를 '고사하겠다'고 교육부 주변 관계자에게 1월초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마당 참여자 중엔 한국교사들뿐만이 아니라 네팔, 몽고, 필리핀 등 제 3세계 교원노조 소속 교사들도 참여하며 일본교원조합 대표는 연대사를 할 예정이다.
전체마당은 개회식과 문화공연이 있은 다음 박영훈 교감(경남 원경고)이 나와 '교사, 학생의 관계를 새롭게'란 주제로 강연을 펼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후 저녁 6시 30분부터 7개 영역 40개 교육 분과별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는 분과마당이 열린다. 분과마당은 다음날인 11일과 12일 오전까지 계속되며 12일엔 분과별로 총평과 총괄 토론회를 갖게 된다.
분과 영역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과영역 초등·중등으로 나눠 모두 21개 분과에 걸쳐 250여편(초등 80여 편)의 연구보고서가 발표된다. 국어, 역사 교과는 3∼5개 주제별 소분과를 운영하며, 미술, 사회 등의 분과는 관련 전문가를 초청, 교육과정에 대한 토론회도 함께 연다.
△학생생활영역 4개 분과에 모두 82편의 보고서가 제출됐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초등학급운영과 중등학급운영은 소모임 활동 사례가 많이 나왔다. 생활지도와 상담, 그리고 흡연지도와 따돌림, 학생회 활동 또한 주요 과제로 다룬다.
△교육문화예술영역 교육풍물, 교육연극, 영상미디어교육, 교육놀이 등 4개 분과로 나눠 50여 편이 발표된다. 교육연극분과는 실제 연극공연이 준비될 정도로 학교 현장과 가깝게 다가선다. 이밖에도 학생들과 함께 만든 특별활동 사례도 만날 수 있다.
△급별영역 유아교육과 특수교육, 보건교육 등 3개 분과에서 45편이 선보인다. 유아교육은 다양한 놀이와 유아에게 맞는 통합 수업형태가 많은 내용을 차지한다. 특수교육분과는 통합교육사례 등 20편이 발표되며 보건교육분과는 성교육과 보건교육 등 활동사례가 소개된다.
△주제영역 환경, 통일, 양성평등, 노동 등 모두 6개 분과에 걸쳐 100여 편의 보고서가 발표된다. 특히 통일교육은 '미군 장갑차에 의한 미선·효순이의 죽음을 계기로 진행한 공동수업사례'도 등장한다. 녹색교육 관점에서 본 고등학교 환경교과서 분석 사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교육정책영역 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가 주도하여 교육과정·평가 분과와 교육정책분과로 나눠 진행한다. 약 20여 편의 사례가 발표될 예정이다. 7차 교육과정과 교육부의 교육정책을 분석,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참교육과정과 새로운 교원정책도 제시하게 된다.
△조합일상활동영역 전교조 활동 전반에 관한 사례 25편이 제출됐다. 전교조 지회장과 조직의 주요 간부들이 참여하여 진지한 토론이 펼쳐진다. 더구나 지역연대·학부모사업 분과는 지역학부모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교육활동, 수학여행 개선 등에 대해 집중해서 다룬다. / 교육희망
| 2003/01/07 오후 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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