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취재수첩> 만원 더 받으려고 온 것 아니다

“빚 받으러 여기 왔다. 2년 동안 정부는 교사들을 무시하고 우리한테 진 빚을 갚으려 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5시 ‘단체협약 이행 촉구 수도권 교사 결의대회’가 열린 기획예산처 앞. 350여 명의 교사들 앞에서 전교조 김재석 서울지부장은 2000년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고 있는 교육부와 기획예산처를 비판하며 상기된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빚의 내역을 보자. 정말 다른 노조처럼 임금을 몇십 퍼센트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휴지처럼 팽개친 교원 처우에 대한 단체협약은 대부분 각종 수당들. 초과수업수당, 대학생자녀 학비 보조수당, 유·초중등 차별수당이 바로 그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액수이기에 정부에서 스스로 만든 법인 노동조합법에 따른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일까.

교육부 자료를 보면 이 같은 수당을 전체 37만 교사한테 주는데 드는 예산은 모두 2814억원. 외환위기 이후 일부 은행에 쏟아 부은 공적자금 156조원에 견주면 1/500, 그 말 많은 F15기 40대 사는 값 5조5천억원의 1/20, 한해 미군 주둔 지원비 2조원의 1/7에 지나지 않는 액수다.

머리에 백발이 내린 한 초등교사는 집회 끝 무렵 마이크를 잡고 다음처럼 외쳤다.
“저는 교직생활 28년 동안 힘없고 가난했지만 떳떳하게 가르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나이에 초등차별수당 1만원 더 받으려고 여기에 오지 않았습니다. 후배 교사들에게 우리가 정부에게 무시당해 온 길을 다시 걷게 하지 않으려는 자존심으로 온 것입니다.”

대부분의 교사는 아이들한테 두 가지 상식을 지킬 것을 늘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정한 규칙과 약속이다. 전교조가 구속과 알몸수색까지 당하면서 정부에게 단체협약을 지키라고 하는 까닭도 바로 이 상식 때문이 아닐까.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2002-07-10 제313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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