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보수언론의 '바지저고리 장관' 만들기

<조선> <동아>의 성급한 말 잔치와 불안한 입
 
윤근혁
 
성급한 말 잔치", "불안한 입", "어설픈∼ ", "말을 아껴야"….

▲ 7일 취임식에서 악수하는 윤덕홍 부총리와 교육관료들.
ⓒ2003 오마이뉴스 남소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10일치에 실린 기사와 사설의 제목만 따온 것이다. 제목으로 쓴 말투만 보면 큰 잘못을 저지른 어린 아이를 꾸짖는 기사 같다. 하지만 이 기사의 화살촉은 모두 7일 교육부총리로 취임한 윤덕홍 장관으로 쏠려 있다.

윤 부총리로 향한 화살촉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날 사회면 탑(동아는 사이드 탑) 기사와 사설로 윤 부총리를 꾸짖고 나섰다. 내용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수능 자격고사화 "발언을 쏟아내, 안(교육부)에선 허둥지둥, 밖(교육시민단체와 학부모)에선 비난 봇물"(<조선일보> A9면 탑기사 제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3월 10일자 A9면 탑기사.
ⓒ2003 윤근혁
<조선> 사설은 다음과 같은 말로 목청을 돋웠다.

"이미 시행중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중단 혹은 유보하겠다고 했다가 하루만에 이를 번복했다. …예민한 현안에 대해 장관이 충분한 검토도 없이 사견을 밝혔다는 것은 경솔한 처사며 전교조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오해를 빚을 소지가 있다."

조선과 동아는 모두 똑같은 내용

▲ 동아일보 A31면 사이드 탑 기사.
ⓒ2003 윤근혁
<동아일보> 사설도 조선과 똑 같은 성격의 매를 들었다. 제목은 '윤덕홍 부총리의 불안한 입'. 제목만 봐도 꾸짖는 이의 마음가짐을 알 것 같다. 사설은 "교육부총리로서 취임 초 정책 방향이나 교육이념을 밝히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음처럼 강조했다.

"NEIS 문제만 해도 이로 인해 윤 교육부총리가 특정 교육단체를 지지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윤 부총리의 가벼운 '입'에서 나온 말들은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정책을 펴겠다고 한 약속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일단 이 사설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그 첫째는 NEIS 문제의 절박함을 '조선·동아가 너무 안일한 태도로 보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윤 부총리의 '연기' 발언을 두고 '전교조만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척 속좁은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현재 3월 3일부터 강행된 NEIS를 둘러싸고 전국 1만여 개의 초·중등학교는 혼란에 휩싸여 있다. 전교조 발표만 봐도 10일 현재 7만 5천여 명의 교사들이 이 시스템을 거부했다. 7천여 개의 학교도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는 "학부모의 86.7%가 NEIS의 인권침해를 걱정하며 60%가 반대의견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조선·동아 사설의 두 가지 문제

보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도 "설문 결과 교사들의 95%가 NEIS 폐지나 유보 의견을 나타냈다"면서 "NEIS를 당장 유보하고 대책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나설 정도다. 조선·중앙은 대령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유보'를 교육부에 권고했는가 하면 '현안과제'로 포함시켜 대통령한테 보고한 내용을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역사상 이렇게 큰 거부물결 속에서도 강행된 정책이 있던가. 문제는 교육부 관료의 이상한 '강행작전'이지 윤 부총리의 '연기'와 '대화 시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왜 교육부가 이렇게 강행을 고집하는지, 혹시 몇몇 지방신문과 최근 세계일보가 보도한 대로 제작업체와 교육관료의 유착 때문은 아닌지 가려보는 게 언론의 자세는 아닐까.

최근 기사는 '장관 뺑뺑이 돌리기'?

윤 부총리 취임 후 나온 조선·동아의 보도 내용은 '개혁장관 흔들기'라는 게 전교조 등 교육시민단체의 시각이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자극적인 용어를 써가며 장관의 개혁구상에 원색적인 비판을 하고 나섰다"면서 "이런 사태는 일부 보수 언론과 관료집단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벌인 '질 낮은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부총리는 7일 취임식에서 "여러분은 저를 뺑뺑이 돌려 '바지저고리 장관' 만들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그가 말한 '여러분'은 바로 교육관료들이었다. <조선> <동아> 10일치 기사는 교육 관료들의 말을 빌려와 '장관 뺑뺑이 돌리기'를 도와주고 있었다.

교육관료의 말로 교육장관을 때리다
조선·동아의 교육관료 발언 따오기

조선·동아 10일치 기사는 다음처럼 교육관료들의 말을 중계하고 있다.

<조선일보> "교육부는 윤 부총리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진의를 파악하느라 허둥댔다. 이 관계자는 '반대 의견을 들어보고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 유보 및 중단의 의미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업무보고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부총리가 말씀을 많이 하셔서…'라며 푸념했다."

<조선>이 보도한 '이 관계자'는 취재 결과 '김정기 국제정보화기획국장'으로 밝혀졌다. 김 국장은 NEIS에 대한 입안과 실행 전 과정을 총괄하며 전교조, 한국교총 등의 반대 의견에 아랑곳없이 3월 초 강행을 추진한 바 있다.

<조선일보> "…교육부와 전교조 등 교육 관련 기관 및 단체 홈페이지엔 윤 부총리를 비판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이 대목은 왜곡이며 허위사실이다. 전교조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윤 부총리를 비판한 내용이 줄을 잇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윤 부총리를 격려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육부 홈페이지 '소리함'에 올라온 내용 또한 지난 달 27일 전교조가 NEIS 업무거부를 선언한 이후 이 기사가 작성된 9일까지 모두 428개의 글이 올라왔다. 이 가운데 90% 정도는 모두 NEIS를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줄을 이었다'는 표현을 어떻게 배운 것일까.

<동아일보> "교육부 직원들은 '업무보고도 받지 않고 NEIS 유보를 즉흥적으로 발표해 황당했다'며 '다음엔 어떤 말을 할지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 실무자들은 '그런다고 과외가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이라며 '경험이 없어서겠지만 취임사에서 ‘뺑뺑이’ ‘바지저고리’ 등의 용어를 듣고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내에서는 '과거 교수출신 장관들이 설익은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새 부총리는 최소한 6개월 동안 일하지 말고 업무를 파악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동아일보>가 교육 관련 기사에서 가장 수구적이란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위에 나온 내용은 10일치 한 개의 기사에서 나온 교육관료들의 말이다. 이 기사는 교육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어느 곳에도 없다. 특히 다음과 같은 말은 <동아일보>, 아니면 최소한 이 글을 쓴 이모 기자의 개인생각이 아니었을까.

"'새 부총리는 최소한 6개월 동안 일하지 말고 업무를 파악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 윤근혁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3월 10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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