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글쓰기-2> 술술하는 글쓰기 여행

*3월 31일부터 어떤 비영리민간단체에서 '글쓰기 강좌'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그 강좌 교재를 쓴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올라갑니다. - 윤근혁

제1장

껍데기를 벗고서


‘지겨운 글쓰기.’

휴~ 우리는 어째서 자꾸 글을 써야만 할까요?

“선생님이 쓰라고 하시니까, 상을 받기 위해서, 폼이 나니까…….”


‘신나는 글쓰기.’

와~ 어떤 사람들은 어째서 자꾸 글을 쓰고 있을까요. 기자, 소설가에서부터 연애편지를 쓰는 언니까지 왜 이들은 날마다 글을 쓸까요?

“어떤 일을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기 위해서, 자기 생각을 많은 사람에게 일러 주려고, 돈을 벌려고, 그냥 좋으니까…….”


그래요. 사람에 따라 글쓰기가 지겹기도 하고 신나기도 합니다. 그럼 우리는 왜 때로는 지겹기까지 한 글쓰기를 해야 할까요. 이런 물음은 참 어리석은 것인지도 몰라요. ‘글을 왜 쓰냐’는 얘기는 ‘말을 왜 하냐’는 것과 같기 때문이죠.


“엄마 밥 줘!” 이렇게 말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학교 선생님이 발표를 시켰는데 말을 하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하겠죠? 글쓰기도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여러분, 글쓰기 하기 쉽나요? 물론, 쉽지 않죠? 그럼 왜 그럴까요.


사람의 마음을 홀리게 하는 게 도깨비죠. 점수 따기 도깨비, 남을 밟고 이기려는 도깨비, 상장 도깨비, 거짓말 도깨비, 남의 나라 도깨비, 어른 흉내 도깨비 …….


사실 이런 것들이 우리 마음을 뒤흔들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도깨비들이 흔드는 것은 우리 마음뿐만이 아니죠. 우리가 하는 글쓰기도 어지럽히고 있는 게 분명해요. 그래서 글쓰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도깨비에 홀려 마음이 흔들리면 글쓰기를 하지 못해요. 연필을 들고 10분, 20분 한 시간 동안 아무리 끙끙 대봤자 원고지는 텅텅 비어있기 십상이죠. 또 글을 써봤자 그 글은 좋은 글이 될 수가 없어요.


그럼 글을 잘 쓰게 하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을까요? 미안하지만 없어요. 다만, 많은 일을 해보고, 많은 글을 읽고, 많은 글쓰기를 해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글쓰기 왕이 되는 겁니다.


글은 ★말하듯이 ‘술술’, ★그림 그리듯이 ‘자세하게’, ★꾸밈없이 ‘솔직하게’ 쓰면 됩니다. 칭찬을 받거나 상을 받는 것은 나중의 일이에요. 우선은 친한 동무 앞에서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자세하게 말하는 것처럼 글을 쓰면 최고랍니다.


1. 마음을 크게 하는 글쓰기를 위한 세 가지 약속


(1) 말하듯이 ‘술술’ 쓰자


글의 형님은 말이고, 말의 동생이 글이랍니다. 말이 먼저 나고 글이 나중에 생겼기 때문이죠. 말하려는 내용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려고 글이 생겼거든요. 글은 우리 동네에 살지 않는 사람한테도 말을 해요. 글은 다음 시대에 살아갈 사람(후손)한테도 말을 해요.


이렇게 보면 말과 글은 형님, 동생 사이인데요. 같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셈이지요. 한번 말을 해보세요. 말하기 참 쉽죠? 그래요. 말하기가 쉽다면 같은 형제 사이인 글쓰기도 어려울 턱이 없어요. 그냥 말하듯이 ‘술술’ 글을 쓰면 되니까요.


자. 제일 친한 친구가 옆에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순이, 철이, 석현이, 나래…….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친구를 가득 넣어 보세요. 아니 제일 친한 친구가 강아지라고요? 좋아요. 강아지한테 말을 한다고 생각해도 되요.


자 그럼 우리들의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 봅시다. 마음속에 있는 친구는 연필로 쓴 글만 볼 수 있데요. 자 친구에게 연필로 말을 해 볼까요.


다음은 다른 사람들이 연필로 친구에게 말을 한 본보기에요.


#이렇게 해봐


내 별명은 김밥


내 별명은 김밥이야. 이 별명이 생긴 까닭은 한번 어디 놀러가서 내가 김밥을 잘 먹는다고 김밥으로 지었어. 두 번째 이유는 김밥은 김으로 시작하고 내 이름도 김으로 시작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이 별명이 생겼지.

지금은 이 별명을 잘 부르지는 않아. 나는 또 별명이 있어. 그 별명은 너만 알고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 바로 ‘똥개, 바보 언니’라는 거야. 내 동생이 나한테 화가 번쩍 나면 ‘똥개, 바보 언니’라고 자꾸 불러서 생긴 거야. 이 별명은 동생만 쓰고 있어. 나는 동생한테 이런 소리만 들으면 손으로 등짝을 때리고 싶어.

내 또 별명은 돼지 코야. 그 이유도 가족 사이의 이야긴데. 한번은 엄마가 내 코를 보며 “너는 어쩌면 아빠하고 닮을 곳이 없어서 아빠 코를 닮아”하고 말하셨거든. 그래서 아빠만 있으면 엄마가 나보고 돼지 코라고 불러. 기분 정말 죽을 맛이지. (김소희 / 서울신목초 3학년, 2000년)


아기


아기가 남자가 아니라고 집안 식구들은/ 매일 욕을 한다.

그 때마다 어머니께서 수건을 들고/ 우는 모습을 본다.

“어머니, 왜 우셔요?”

하고 물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할머니께서는 아기 얼굴마저도 돌아보시지 않는다./ 여자 놓든 남자 놓든/ 엄마 마음대로 놔.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차라리 태어나지나 말지. 설움만 받고 크는 아기./ 어째서라도 나는 아기를 키우고 말겠다.

(김은정, 경북 울진 온정초 3학년, 1985년 4월)


수학경시대회


수학경시대회 점수가 나왔다. 친구들 모두 초조하게 시험지를 보았다. 혜진이는 시험을 잘 못 보았다고 울었다. 체육을 할 때에도 남자들끼리 울기 일수였다.

김창원은 줄 잘 선다고 웃고 난리치다가 한재민이 우니까 지도 따라서 울었다. 나도 수학경시대회 상을 받지 못해서 억울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리고 사고 싶은 것을 많이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4학년 수학경시대회를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그리고 공부만 잘하면 칭찬해주고 상만 받으면 해 달라는 것을 다 해주는 어른이 밉다. 공부 빼고 칭찬할만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어른들 마음은 이해할 수 없다. 그저 공부, 공부, 공부, 공부. 나는 공부라고 말하면 어른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정말 억울하다. 친구들도 공부를 못하면 바보 취급을 하니 미국에 가고 싶다. 미국은 과목을 하나만 잘 하면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이다.


#우리도 한번 해보자

쉬는 시간 종이 울렸네요. 남은 시간은 10분. 짝꿍과 수다를 떨어볼까요. 글감은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10분 동안 할말을 적어 봅시다.


 
2004/04/12 [09:14]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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