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8일 금요일

“유세차! 고교학벌귀신 싹둑 …”

인터뷰/ 교육청 앞에 차례상 차린 김효문 강원지부장
 
윤근혁
 
그를 찾아간 날은 추석 이틀을 남겨 둔 지난 16일 오후 1시였다. 점심때였지만 김효문 강원지부장(49)은 이날도 밥을 굶었다. 14일 삭발과 단식투쟁을 선언한 이후 가장 견디기 힘들다는 3일째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 앞에서 차례를 지내는 김효문 강원지부장(왼쪽 세번째).
강원지부 제공


그는 왜 이런 격한 투쟁에 들어갔을까. 강원도교육청 정문 앞에 차려진 농성장에 내걸린 다음과 같은 현수막 글귀가 그 까닭을 말해주고 있었다.

‘고교평준화 실현하여 학벌사회 타파하고 강원 학생 살려내자.’

‘고교평준화, 학생의 인권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더 이상 교복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을 없게 해야 합니다.” 그의 이 한마디는 고교평준화의 필요를 웅변해주고 있었다. 왜냐하면 “강원도 지역에서는 일부 명문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교 학생들은 열등감에 교복조차 입고 나다니지 못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학벌이라면 곧 대학의 학벌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평준화 지역인 강원도는 달랐다. 다름 아닌 고교 학벌 때문에 교육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교가 서열화된 상황에서 고교 들어가는 순간 인생이 결정된다고 단정하니, 아이들이 너무 빨리 인생을 포기해요.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짓들을 교육청과 어른들이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핏기 없는 얼굴이 더 시무룩해졌다.

“서울에서 특수목적고를 만들고, 정부가 자립형사립고를 추진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가 막히지요. 우리 강원도는 이 고교 서열화 때문에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나마 평준화를 깨려고 하다니 제정신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김 지부장한테 “외롭지 않냐”고 물었다. 이 말에 그는 기다리기라도 한 듯 다음처럼 말했다. “이 지역 주민들이 지지하고 있어요. 우리 싸움은 이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랬다. 9월 한길리서치 의뢰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민의 72%가 평준화를 찬성(반대21%)하고 있었다. 특히 교사는 83%, 학생은 85%가 평준화를 해야 한다고 답해 그 열망은 더 대단했다.

18일 추석날 아침, 김 지부장은 동료교사들과 함께 고향집 대신 강원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차례를 지냈다. 다음과 같은 축문이 강원도교육청 광장에 울려퍼졌다.

“유세차 음력 팔월 대보름 날에 ‘고교평준화실현 강원교육연대’는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단식에 들어선 지 닷새 날에 한가위를 맞이하였나이다.… 한 장수교육감에게 달라붙은 거짓공약귀신, 비평준화잡귀잡신, 학벌귀신, 신자유주의교육시장화 숭배귀신, 서열화귀신 싹둑싹둑 잘라 봉의산 산자락에 파묻어 꼭꼭 밟아 주시옵소서.”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2005년 9월 26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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