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5일 화요일

"귀족 친목단체에 나랏돈 퍼주기"

[현장] 퇴직교장단체 지원법 국회상임위 통과 논란
 
윤근혁
 
▲ 무엇을 위한 삼락회법인가?
ⓒ2006 윤근혁
국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20일 유아교육법과 학교급식법 등 교육 관련 민생 개혁법안을 제쳐두고 특정 퇴직 교장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킨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와 교사단체의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교육위원회는 이날 '퇴직교원평생교육활동지원법'(가칭 한국교육삼락회법)을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이재정 의원 등이 찬성한 가운데 찬성 7표, 반대 1표(민주당 이미경 의원)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이규택 원내총무가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삼락회를 교육부장관 인가법인으로 하고(법안 제 2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삼락회에 대해 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법안 제 15조) 등을 뼈대로 하고 있다.

학부모 단체와 교사들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사태' 등을 틈타 문제 법안이 "단 한 번의 공청회도 없이 생겨나는 것 아니냐"며 강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학부모 단체와 교사들, 교육부의 목소리를 옮겨 본다. <필자 주>


# 1. 참교육학부모회 · 학부모연대 규탄집회
"퇴직 학부모회 지원법도 만들어라"


2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 20여명의 학부모 대표들이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이 현수막엔 '삼락회법 저지를 위한 학부모 규탄대회'란 글이 씌어있다.

대회 시작과 함께 참석자들은 구호가 적힌 팻말을 일제히 흔들었다.

'삼락회법은 삼落회법. 직위, 명예, 인권 다 떨어진다.'
'삼락회법 만들려면 퇴직학부모법도 제정하라.'

▲ 참교육학부모회와 학부모연대의 집회 모습.
ⓒ2003 윤근혁
이날 대회는 우리나라 학부모 단체의 양대 축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회장 박경양)와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회장 강소연)가 함께 열었다. 참석자들은 대회 시작과 함께 다음과 같은 구호도 외쳤다.

"유명무실 퇴직 교장단체에 국고지원 웬말이냐"
"국민혈세로 선심 쓰는 한나라당 규탄한다."

1년 전 성남 은행초 교장을 하다 퇴직한 이상선(63)씨는 이날 규탄사에서 격양된 목소리를 토해냈다.

"나를 포함한 퇴직 교장들 연금 꽤 많이 받는다. 귀족 친목단체에다 돈을 퍼주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배고프고 어려운 독거 노인이 얼마나 많은데 엉뚱한 데다 돈을 퍼붓고 있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참석자들은 '정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삼락회법에 찬성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해 "퇴직한 보수 교장, 교감들 가운데 일부가 참가한 친목모임에 혈세를 퍼주겠다고 나선 한나라당의 오만함을 규탄한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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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부모단체들은 공동 발표한 결의문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회 교육상임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을 법사위와 본 회의에서 바로잡아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만약 이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법을 만드는 데 앞장선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을 비롯 교육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민적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을 밝혔다.

# 2. 교육부 교원단체 담당 부서의 '황당한' 분위기

6월 25일 오후 교육부 교원단체 담당 부서. 전화 통화하는 한 중간 간부의 말이 크게 들렸다.

"삼락회법에서 제6조 사업 항목 가운데 '연구 활동'이란 문구를 더 넣을 수 있을까요? 삼락회 쪽에서 이 글귀를 꼭 넣어달라고 부탁하네요"라고 말한 그는 전화를 끊고서는 "국회법사위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 직원은 "법안에 '연구활동'을 넣어달라는 말은 삼락회가 연구프로젝트까지 따겠다"는 소리라면서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교육부 발주 연구프로젝트는 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노릇도 하지만 연구비 또한 한 건당 수천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삼락회법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자 교육부 담당 부서는 바삐 움직였다. 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즉시 이 단체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할텐데 그 세부 방안을 기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법은 16조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삼락회의 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사실 십여 년째 교단에 서면서 삼락회 '신입회원 환영회'에 딱 한 번 구경갔어요. 그 때만 해도 삼락회가 이름은 있지만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사실 몰랐지요."

교사 출신 교육부 중견 간부인 한 연구관의 말이다. 이처럼 정작 삼락회법 동의 의견서를 보낸 바 있는 교육부도 실무진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 3. 일선 교사들 "법 만들 게 그렇게도 없나"

▲ 학부모단체들이 26일 오전 한나라당사 앞에 모여 '삼락회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3 윤근혁
새 정부 들어 통과된 첫 교육법안이 바로 '삼락회법'이라는 소식이 각 학교에 알려지자 교사들은 걱정스런 분위기다. 퇴직 교원단체를 지원한다는 데 발벗고 반대할 수는 없지만 보수 색채를 띤 퇴직 교장단체의 목소리가 우리 교육에 미칠 파장이 커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서울 홍제초 정기훈 교사는 "퇴직교사들이 삼락회 소속 2만명뿐이냐"면서 "특정 보수 정치색을 띤 일부 퇴직교장들을 위해 나라가 돈을 대준다는 발상이 걱정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이번에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통과시킨 삼락회법은 고구마 줄거리처럼 교육악법을 만들고 학교에 교장단 입김을 불어넣는 데 기여할 게 될 뿐"이라고 걱정했다.

이처럼 교사들 사이에서는 삼락회의 정치 빛깔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크다. 그것은 바로 '삼락회'의 과거 행적과 관련된 것. '삼락회'는 '교육봉사활동과 복지증진'이라는 회칙의 목적과 달리 정치적인 목소리를 크게 내온 단체다.

교원공제회(이사장 이기우)에서 내는 <대한교원신문> 2000년 11월 8일치 내용을 보면 이 단체는 '교원정년 환원'과 함께 상당수의 교사 요구와 달리 '교원승진제도 개편'을 반대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둔 8월 말엔 한국교총과 함께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을 초청, 교육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삼락회 김성식 사무총장은 "삼락회 지원육성법을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한국교총에서 내는 한국교육신문(2002년 8월 26일치)이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황 의원은 '삼락회지원법을 대선 공약에 넣도록 약속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올해 삼락회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정식 통과한다면 한나라당 교육공약 가운데 하나가 이뤄지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도 삼락회 회원 대부분을 채울 교장·교감회는 한해 10억원에 가까운 학교 돈(학생교육을 위한 학교운영비)을 빼내 자체 회비와 운영비로 써왔다. 물론 이에 대한 "회계감사는 한 번도 없었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이제 이들이 퇴임해서 만든 삼락회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국가세금으로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태만(서울 개봉중) 교사는 "한국교총 산하조직인 교장, 교감회가 현직일 때는 학교 돈으로 단체를 운영하더니 이제는 퇴직해서도 국가 돈으로 단체를 운영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퇴직 교장모임’만 퇴직 교원단체인가?
[미니분석] 삼락회와 퇴직 교원단체의 실상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은 지난해 한국교육삼락회법을 의원 발의하면서 "현재 퇴직교장들은 한국교육삼락회를 만들어 인성교육, 상담활동 등 평생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 단체로 하여금 강력한 법적 위상을 갖추도록 하고 국가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하는 것"이라 밝혔다.

이 의원의 말대로 한국교육삼락회총연합회(회장 최열곤, 삼락회)는 퇴직 교사들의 단체가 아니라 퇴직 교장(교감)들과 교육장들의 단체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69년 만든 삼락회는 올 4월 현재 회원수가 2만여 명인데, 이 가운데 교사 또는 교수 출신을 합쳐도 70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국회 교육위원회 상아무개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현재 삼락회의 회원 구성분포가 전직 퇴직 교장과 교감이 97%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퇴직 교장인 이상선 전 은행초 교장은 "삼락회는 중앙이든 지역이든 교육장 출신과 원로급이 회장을 맡고 있어 양심적인 교장들은 들어가지도 않으려는 단체"라고 말했다.

그럼 퇴직 교원단체는 이 법안에서 다룬 내용대로 '삼락회'만 있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퇴직 평교사 중심의 봉사 단체인 한국퇴직교원협의회(회장 이규삼)도 있다. 이 단체의 탄생일은 2000년 2월 28일. 몇몇 퇴직교사들이 '즐겁게 봉사하는 제 2의 교사 삶을 살자’면서 주춧돌을 세웠는데 3년만에 회원이 3500명으로 불었다. 지역 사무실 만해도 충북, 부산, 인천, 원주 등 7개나 된다. 이 단체는 지난 해 10월 사단법인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이 단체 말고도 소규모 퇴직 교원을 대상으로 한 단체는 전국 수십 개에 이른다는 것이 일반의 분석이다.

한국퇴직교원협의회 이규삼(70) 회장은 "삼락회 지원법은 퇴직 평교사들을 버리고 퇴직 교장들만을 생각하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면서 분을 삭였다.

이런 논란에 대해 삼락회 김성식 사무총장은 "이번 법안은 정년단축 등으로 땅에 떨어진 퇴직 교원들의 사기를 회복시켜 다시 떳떳하게 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형평 문제와 관련 "다른 교원단체는 삼락회와 같이 사업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면서 "이 법안만 통과되면 삼락회에 평교사들이 수없이 새로 가입하게 되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4월 21일치 기사를 재구성하고 일부 새로 작성한 것입니다.) / 윤근혁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3년 6월 26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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